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함께 읽는 詩 58]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상태바
[함께 읽는 詩 58]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2.07.06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정현종 시인(1939년생)
서울 출신으로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2005년까지 연세대 교수로 봉직하다 정년 퇴직함.

<함께 읽기> 좋은 시는 발상의 전환에서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데, 그런 발상력은 의외로 평범한 일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는 대체로 주위에 있는 자연을 풍경으로 여기지 사람 그 자체가 풍경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경치 좋은 곳에서 멋있는 풍광을 잡아 폰 카메라 앵글에 넣어 찍었는데, 그만 지나가던 사람이 들어와 사진을 망친 경험이 있었을 게다. 이처럼 자연은 풍경이 될 수 있으나 인간은 풍경을 거스르는 존재다. 문득 가수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란 제목의 노래가 생각난다.

물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면 풍경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하겠다. 결국 '아름답다', '풍경이 되다'는 말의 뜻에 달렸다.

시에서 사람이 행복한 때는 풍경으로 비춰지는 때라고 한 점에서 유추해 본다. "앉아 있거나 / 차를 마시거나 /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사람이 고상한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거나, 감동적인 글을 읽을 때가 아니라 아주 편안한 때, 스스로를 온전히 내려놓을 때, 그래서 이해(利害) 관계도 친소(親疏) 여부도 좌우(左右) 이념도 따지지 않는 때다. 그리고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다', 참 맛깔스런 표현이다. 잡담하면 시간이 아주 잘 간다. 이스트 넣은 밀가루가 부풀어 올라 빵이 되듯이 말이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 그건 잘 모르겠지만" 그 아름다운 풍경은 누구의 뜻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꾸미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풍경이 된다. 시장 좌판에서 콩나물 다듬는 할머니, 공사판에서 땀 뻘뻘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연인들, 엄마랑 눈 맞추며 쌩긋 웃는 아기 표정.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억지로 만들지 않고도 편안함을 주고, 물리치기보다 껴안으려 드는 사람 냄새 풍기는 살가운 풍경들일 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 행복한 때는 없다"

그렇다. 사람이 풍경이 될 때보다 행복할 때가 없다. 꽃도 나무도 물도 별도 풍경이 될 수 있지만 사람이 풍경이 될 땐 꽃보다 더 아름답다 하겠다. 그동안 우린 사람이 풍경이 될 수 있음을 잊고 살았다. 오늘 이 시를 읽음으로 행복은 거창한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일상을 평화롭게 보냄으로 온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오늘도 보람찬 하루가 되지 않을까 생각든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