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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지도자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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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지도자의 덕목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3.1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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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조직에는 언제나 리더인 지도자들이 존재한다.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많다. 지도자는 도덕성을 비롯해 소통, 청렴성, 정직성 등 많은 항목에서 조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아야 한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은 한 나라의 흥망과 미래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기에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의 덕목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국민에게 불신받는 지도자는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 국민에게 선택되는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의 마음을 알아 주어야 한다. 지도자의 언어에는 품격이 있어야 하며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은 16대 대통령 링컨이다. 링컨은 어떤 상황에서도 속이지 않는 정직한 이미지로 승부했다.

1834년 일리노이주 의회 의원 선거에 나선 링컨은 공화당으로부터 당시로선 거액인 200달러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그는 선거 후 당에 199달러 25센트를 되돌려 보냈다. 그가 쓴 편지엔 이런 내용을 담았다. “선거 연설을 위해 사용한 장소 비용은 내 돈을 썼다. 내 말을 타고 다녔기 때문에 교통비는 전혀 들지 않았다. 다만 함께 선거운동을 한 노인들이 목말라해 음료수를 사서 나눠 먹는 데 75센트를 썼다” 그러고선 사용한 ‘75센트 명세서’를 첨부했다. 당은 전례 없는 일에 당혹해했고 국민들은 그가 돈을 쓰지 않고도 당선된 사실에 놀랐다. ‘75센트 명세서’는 그를 정직한 정치인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일부 국민을 항상 속일 수 있고, 또 모든 국민을 잠시 속일 수 있지만 모든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그가 남긴 명언은 2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유효하다. 미국 사회에서 한번 ‘거짓말쟁이’(liar)로 찍히면 끝장이다.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의 주역 닉슨이 임기 중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것도 거짓말 때문이었다. 닉슨은 도청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I am not a crook)고 항변했다. 하지만 닉슨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징후가 봇물을 이뤘다. 국민은 이를 ‘나는 사기꾼이다’로 받아들였다. 그의 정치생명은 끝났다. 대통령직이 끝났을 때 링컨의 별명은 '정직한 에이브'(honest Abe)였고, 닉슨의 별명은 '라이어'(liar)였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의원은 거짓말이 들통나면 모든 것을 잃는다. 2019년 6월 크리스 데이비스 하원의원이 그랬다. 그는 2015년 총선 경비를 정산하며 영수증을 위조해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 데이비스는 '순수한 실수'(honest mistake)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거짓말로 봤다. 데이비스가 부당 청구한 금액은 우리 돈 114만 원(700파운드) 상당이었다. 그에 앞서 피오나 오나산야 노동당 의원 역시 의원직을 잃었다. 그의 차가 제한속도 48㎞인 도로에서 66㎞로 달렸다가 과속 통지서를 받았는데 오나산야는 자신이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영국 첫 흑인 여성 총리의 꿈도 사라졌다. 선진국일수록 국가 지도자의 거짓이나 국민 세금 사용(私用)에 엄격하다. 지도자가 거짓을 말하거나 공금을 사적으로 쓴 사실이 들통났을 때 국민은 분노한다. 정치생명도 거기서 끝을 낸다. 그래서 그런 일이 희귀해진다.

1950년 6월 28일 새벽 2시경 한강 인도교. 피난길에 오른 많은 시민들은 그 다리 위에 있었다. 북한군의 서울 진격에 결국 우리 국군은 이내 이 다리를 폭파했다. 북한군의 한강 이남 진군을 막기 위한 이승만 정부의 판단이었다. 그 다리 위에 있던 무고한 피난민 수백 명이 희생을 당했다. 북한군을 저지하다 한강 이남으로 후퇴하지 못한 국군 수만 명도 발이 묶였다. 북한군에 전선이 밀리던 국군의 전술로 보면 서울을 빠져나가는 유일한 통로인 이 다리를 끊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당시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 각료들은 어디 있었나. 이미 이들은 도망치듯 서울을 떠났을 때다. 대신, 이 대통령이 대전에서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녹음한 방송이 라디오를 통해 반복적으로 흘러나왔을 뿐이다. 이 대통령의 말을 믿은 국민들은 피난길에 오르지 못하고, 다리가 끊기면서 꼼짝없이 북한군의 수중에 들어갔다. 피난을 못 가 북한군 치하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역해야 했던 국민들은 국군의 서울 수복 후 부역자로 낙인찍혀 처형을 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전세계가 천인공노다. 세계 곳곳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염원하면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결사항전으로 맞서고 있다. 그 중심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있다. 러시아 침공 후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망명을 제안했지만 그는 수도 키에프에 남아 국민들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천명했다. 그가 암살을 모면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그는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죽음이 두렵지 않느냐고 묻자 "나도 죽음이 두렵다. 그렇지만 대통령으로서 나는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을 뿐"이라고 했다. 한때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란 조롱도 있었지만 그는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지도자로 그렇게 영웅이 됐다. 정치 지도자는 왜 정직해야 하는가. 철혈 재상이라 불리는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남긴 말은 시사적이다. “나는 말에 대한 신뢰를 얻는 것을 최상의 관심사로 여긴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자신의 가장 중요한 행동 수단을 박탈당한다.”

최고 권력자의 자리는 고독하다. 그 심리적 빈틈을 파고드는 실세 측근들에 의해 둘러싸이고 언로(言路)가 막히는 건 순식간이다. 사이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을 기둥에 묶었다는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우스처럼 오로지 국가의 전략적 이익만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듣기 싫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참모들을 늘 곁에 둬야 함은 물론이다. 야당 의원이든, 반대편 인사든 격의 없이 만나고 날것 그대로의 다양한 소리를 듣고 국정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새 지도자가 한시도 ‘제왕’의 권력에 취하지 말고 통합과 미래를 향한 진정성을 보일 때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절반 이상의 국민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할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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