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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기초단체와 정당공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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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기초단체와 정당공천제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3.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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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이제 중앙정치에서 지방정치가 벗어나야 한다. 지방정치와 중앙정치는 종속의 관계가 아니다. 동반자로서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단순히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의미 이상이다.1991년 부활한 지방자치제가 만 30년을 꼬박 채우고 이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맞았지만 ‘깜깜이 선거’ ‘묻지 마 선거’라는 악명 혹은 오명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동네 살림을 맡을 지역 일꾼이 어떤 인물인지, 정책은 어떤 걸 내놓았는지 묻고 따져 볼 겨를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같은 혁신안이 없지는 않았지만 중앙정치의 이해관계에 따라 번번이 좌절되었다.

‘정치혁신 없이는 지방자치도 없다’는 게 냉엄한 우리 정치 현실이다. 지방자치의 적은 다름 아닌 중앙정치였다. “지방선거 공천을 매개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람, 또는 금품을 제공한 사람을 아는 분은 제보해 주시면 제보자의 신상을 보호하면서 철저하게 밝혀내고 당내에서 최고 수준의 징계로 징벌하겠다”라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최근 발언에서 일그러진 지방선거의 단면이 잘 드러난다.

이번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에 대한 심판이자 단죄의 장이어야 한다. ‘4류 수준’에 머무는 한국 정치를 바꾸는 개혁과 혁신의 첫걸음이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정당에는 아예 눈도 주지 말고 오로지 후보와 정책만을 보고 투표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치 예속의 끈을 잘라 내야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이 되살아난다. 지방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살아나면 권력 다툼에만 혈안인 국내 정치도 정상화의 길을 찾게 된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발 딛고 살아가는 ‘지금 여기’ 내 삶의 조건과 환경을 직접 바꾸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투표가 생활이 되고 곧 삶이 되는 생활밀착형 선거이자 생존형 선거다. 지방의 삶이 중앙정치에 더는 이리저리 휘둘리도록 놔둬서는 안 될 일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지방자치 30년을 넘겼으니 이제 지방정치가 제대로 뿌리를 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지방 유권자의 분발이 필요한 때다.

그런데 아직까지 광역·기초의회 정수와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정 시한을 넘긴 지가 4개월 가까이 돼 가고 있는데도 이를 시급히 결정해야 할 국회는 당리당략에만 빠져 싸움만 하고 있다. 지방의원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은 지난해 12월 1일까지 였다. 실망을 넘어서 개탄스런 국회다, 6·1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충돌하는 쟁점은 기초의원을 최소 3인 뽑는 ‘기초의원 중대 선거구제 개정안’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지난 21일과 22일에 ‘기초의원 중대 선거구제 개정안’ 논의를 위한 ‘소위원회’에 열었다. 두차례에 걸친 소회의 모두 여야는 충돌하는 바람에 회의가 단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6.1 지방선거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를 준비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자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기초의원 선거구 정수를 최소 3인으로 하는 중대선거구제를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 문제는 광역의원 정수 및 선거구 획정과 무관한 별개 사안이며 의제합의도 되지 않은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선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자들은 자신의 선거구가 어딘지로 모르고 우왕좌왕 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나마 국민의힘 소속 출마자들은 자신의 이름과 기호가 적힌 명함을 돌릴 수 있지만 민주당 출마예정자들은 기호 없는 명함을 돌리고 있다. 예비후보자 등록은 2월 18일부터 시작됐지만 대선의 이유로 예비후보 등록을 못하도록 사실상 강제했다.

후보자들은 이름을 알려야 하는데 개인선거운동을 할 경우 패널티를 주겠다는 중앙당의 으름장으로 인해 3월 9일까지 대선에만 올인 해야 했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날씨가 춥든 간에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대통령! 푯말을 들고 구호와 지지를 호소해야 했다. 대선이 끝나고 반성과 감사의 주간이라고 해서 아침마다 선거 처럼 사거리에서 인사하고, 그렇다고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다.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의 슈퍼 갑질에 끌려갈 수 없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비애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선, 총선에서 자의든 타의든 선거운동을 해야 하고, 수 백, 수 천명의 당원을 모집해야 하고, 말 잘 듣고 열심히 한 이는 공천되고 부족한 이는 공천이 되더라도 후순위로 밀리고. 이러려고 정당공천제를 시행하고 있는지.

정당공천제는 지역 토호 세력의 난립을 막고 각 정당이 책임정치를 실현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6년 지방선거부터 도입됐지만 지역위원장이나 현직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빌미로 지방의원을 사조직처럼 운용되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지만 선거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혀 진지 오래다.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대로 지방선거 출마자는 출마자대로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분위기 속에 정당공천제 폐지는 공허한 메아리가 됐을 뿐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룰 다툼이 표출되는 등 공천 잡음은 시끌시끌하다.묻고 싶다. 선거라는 것이 누가 누구를 고르는 것인가. 유권자가 선택하는 것인가, 정치인이 선택하는 것인가. 채 2개월 정도 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벌이는 행태를 보면 한심스럽다.

국민의 뜻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정치적 이익만을 쫓고 있다. 국민의 거센 비난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만스런 정치권이다. 여야는 정파적 주장을 앞세우지 말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 최대한 빨리 끝내주기 바란다. 이 나라의 주인은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그 어떤 정치인도 아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바로 국민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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