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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일회용컵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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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일회용컵 줄이기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4.0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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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자연을 잘 지키세요.누리는 삶의 끝은 살아남기 위한 싸움의 시작입니다’ 1852년 미국 정부가 급증하는 동부사람을 이주시키기 위해 인디언 지역을 사들일 때 그곳 추장 시애틀이 당국에 보낸 편지의 한 대목으로 환경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인용되는 문구다. 실제 오늘날 각국은 ‘누리는 삶’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쓰레기로 골치를 앓는다.

편리하고 위생적이어서 널리 쓰이는 비닐봉투와 종이컵 등 1회용품은 그중 대표적인 것이다. 대부분 합성수지로 만들어져 썩지 않는데다 태우면 다이옥신 등을 배출하는 탓이다. 자연분해되는데 종이컵과 나무젓가락은 20년, 비닐봉투·1회용기저귀는 1백년, 스티로폼은 5백년이상 걸린다고 한다. 사용을 줄이는 것밖엔 도리가 없는 셈이다.

이제 탄소 중립 생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탄소를 감축하는 것만이 다가오는 기후 변화의 위험으로부터 지구를 살릴 수 있다.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다. 탄소 중립 생활 실천 문화라야 지구 위기로부터 인류의 건강과 미래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구의 문제가 곧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재인식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식당과 카페 등 매장내 일회용품 사용이 지난 1일부터 플라스틱컵 등 일회용품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 편리해 사용량이 증가했던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해 폐기물을 줄이자는 취지로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회용품 사용금지 정책 시행을 두고 잠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왔던 다양한 제품 이면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사용을 금지해서 폐기물을 줄이는 정책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재활용 기술개발에 예산과 인센티브를 넉넉하게 제공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길 바란다. 재활용품의 품목별 수집운송처리의 순환체계도 효율적으로 안착화 되도록 과정별 세심한 연구가 필요하다. 일회용품을 생산하고 재활용 기술로 돈을 버는 중소기업도, 이를 사용하는 카페 사장이나 소비자도 만족 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와 관련, 최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생활폐기물을 줄이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하필이면 왜 지금 이 조치를 시행하는지 모르겠다. 현장 사정과 민생 경제 상황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일회용 컵을 요구하고, 과태료가 무서워 손님을 설득하다가 실랑이를 벌이는 상황이 연출될게 뻔하다면서 시행을 유예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러한 코로나19 유행으로 정책시행을 유예하는 것은 임시방편이라 생각한다. 재활용기술이 발전해서 일회용품 사용량이 많아져도 환경적인 문제가 덜 발생하도록 해야 한다. 생산자 소비자 자영업자 등 모두가 아무런 죄의식을 가지지 않고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강제가 아닌 권장으로 추진해 주길 당부한다.

2016년 12월부터 시행했던 제도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잠시 중단됐다가 다시 시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회용컵을 비롯해 일회용 수저나 포크, 나무젓가락과 이쑤시개도 사용할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등 일회용품 관련 제도가 순차적으로 시행되는 해라서 더 헷갈린다는 반응이 많다. 이런 제도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사람은 당연 자영업자들이다.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상황 탓에 방역 문제와 운영 비용, 소비자와의 실랑이 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규제 품목과 업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6월부터는 일회용컵 보증제를 실시하며 11월 24일부터는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등도 규제 품목으로 추가된다. 대규모점포에서 우산 비닐 사용도 금지되고, 편의점과 종합 소매업, 제과점에서도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다. 체육시설에서는 플라스틱 응원용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일회용품은 한 번 사용하고 폐기되기 때문에 자원 낭비가 심할 뿐 아니라 많은 양의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일회용품 폐기물은 매립 부피도 커 매립장 용적을 많이 차지하는데다 분해기간도 수년이나 걸린다. 환경보호를 위해 개인 컵이나 다회용 컵 사용에 동참이 절실하다.

일회용품 금지 규제로 생활 편의성은 떨어지겠지만 주변 환경과 생태 건강을 지킬 ‘절제의 기준’인 만큼 성숙한 호응이 필요하다. 정부도 폭넓은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 낼 실효성 있는 이행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많은 일회용품이 정책 시행과 규제로 단번에 ‘제로 웨이스트’가 될 순 없다. 일회용품의 단계적인 감축 계획과 함께 인식 개선과 실천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한 명이 100개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100명이 한 개씩 줄여나가는 게 효과는 더 크다.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회용기에 익숙해진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기를 희망한다. 그토록 찾고 싶었던 평범한 일상들을 앞으로도 오래오래 누려야 하니까 말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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