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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교각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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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교각살우’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4.2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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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검수완박이 갑자기 정국의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검수완박’은 검찰수사권의 완전 박탈이란 의미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서 검찰의 힘을 빼기위해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의 2단계로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머리말만 한 글자씩 따서 이어 붙인 표현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의원총회를 열어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논란의 불을 지폈다. 국회 의석 172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회의 4시간 만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검수완박의 핵심은 1년 전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을 조정한 뒤에도 검찰에 남아 있던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등 6대 범죄 수사권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공소 제기와 유지만 담당하게 된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완전히 분리되는 셈이다. 혼선을 막기 위해 법 시행을 3개월 유예하고 그 사이 경찰권 비대화를 막을 방안과 중대범죄수사청 등 대안 수사 기구 설치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민주당은 밝혔다.

대안 수사기구로는 한국형 FBI 같은 수사 기관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등 관련 법안을 4월 중 처리하고 5월 3일 국무회의 공포를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 일주일 전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이다. 다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현 정부 임기 안에 절차를 끝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문재인, 이재명 살리기 법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에서 저지른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법이 통과되면 힘없는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말한다. 국민의힘은 또한 “헌법 제 12조3항에 따르면 검사는 수사권, 기소권을 갖는데 검수완박은 헌법조항도 위반된다”며 국회가 열리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법안 통과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정의당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는 찬성하지만 민주당의 검수완박은 반대한다. 정의당은 4월 검수완박 처리 후 3개월 유예기간이 너무 짧다며 국회 차원의 검찰 개혁 논의 기구를 설치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의 찬반 입장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검찰의 대처 방식이다. 검찰은 최근 지검장 회의를 열어 수사 기능을 폐지하면 검찰의 존재 의의가 사라진다며 반대 입장을 정했다.

김오수는 윤석열의 뒤를 이어 검찰총장에 취임하여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거취가 주목되는 입장에 처해 있다. 그는 당연히 문재인 추종자다. 그런데 김오수가 앞장서 검수완박을 거부한다. 전국 검사장회의를 소집하여 절대반대를 외치더니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총장의 사퇴는 검찰 전체의 뜻을 여과 없이 전하는 행동이다. 당사자인 검찰은 일사불란하게 반대를 외친다.

앞서 몇몇 간부가 사표를 제출한 바 있어 검사들의 줄사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그런데도 민주당은 군사작전하듯 이달 안에 법안을 강행 처리할 태세다. 정의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동참이나 국회의장의 중재가 없는 한 막을 방법도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용퇴를 했어야 했던 김 총장이었던 만큼 그의 사직서 제출에 큰 감흥은 없다.

정권 교체기에 검수완박을 둘러 싼 대립을 보는 게 불편하다. 검찰의 집단 반발이나 민주당의 검수완박 당론 채택이나 도를 넘었다. 검수완박은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것인 만큼 시민의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서둘러 처리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검찰 또한 그간의 처신에 대한 진지한 반성 없이 수사권에만 매달려 집단 반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김오수 역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항하는 검찰의 전통을 이어가는 셈이다. 새로이 법무장관에 지명된 한동훈은 검수완박을 야반도주라고 맹타했다. 엄청난 죄를 벗어나기 위해서 자기들의 범죄를 수사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떤 변명으로도 검수완박은 검찰개혁과 거리가 먼 도피행위라는 사실을 국민은 다 알고 있다. 다음달 3일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법안 공포를 목표로 국회 법사위 ‘꼼수’ 사보임에 이어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맞서 쪼개기 임시회 카드까지 만지작거린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달리 검수완박은 당초 민주당의 공약도 아니다. 대선 패배 후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급조된 이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전에 대못질을 하겠다는 계산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절반 이상인 52%가 반대하고, 민변·참여연대 등 정권에 우호적인 단체들도 강행 처리를 우려하고 있다. 대체 뭘 믿고 이러나. 지금은 힘을 앞세울 때가 아니라 국민이 민주당을 외면한 이유부터 곱씹어봐야 한다.

문제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검수완박이 왜 필요한지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되면 힘 있는 범죄인들은 제대로 처벌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 제도 하에서는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검사의 보완수사 지시, 아니면 직접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밝힐 가능성이 높은데 수사권을 오직 경찰에게 맡기면 그렇게 하기 힘들다는 꼼수로 비쳐진다.

지은 죄 없으면 수사를 검찰이 하든 두려워 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졸속 추진은 안된다. 국민 여론을 더 수렴하고 중수청 설치와 재수사 보완, 아니면 현 제도 하에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게 우선이다. 검수완박은 70여 년간 이어온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소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선 안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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