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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82] 인사청문회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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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82] 인사청문회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2.04.0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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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고위직에 추천되면 ‘가족이 반대한다’며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사회 지도층일수록 재물을 더 탐하고, 위법을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는 풍조 때문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일 초대 총리 후보자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고향이 어디냐, 어느 정부에서 일했느냐 등은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 후보자가 호남 출신이고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지만 그것은 옛날 내 편일 때의 일이지 이제는 아니라는 말이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정부의 방점이 경제와 민생,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제고에 찍혀 있음이 확연하게 드러났다”며 한 후보자 지명을 ‘훌륭한 인선’이라고 치켜세웠다.

인사청문회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 여느 때보다 험난한 청문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구권력의 정면충돌에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여야의 활극이 점쳐진다.

하지만 청문회의 결론이야 짜여진 각본처럼 흘러갈 것이다. 권력을 잡은 집권당 국민의힘은 새 정부의 인사청문회 대상이 된 각 부처 장관 후보들에 대해 조건반사적 실드를 칠 것이 뻔하다. 반면 권력을 잃어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낙마시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주고받은 공수의 언어도 입장만 바뀔 뿐 하도 많이 듣고 귀에 익어 ‘18번지 노래’가 됐다.

야당의 공격에 대해 여당은 ‘흠집 내기’라며 ‘도덕성이 밥 먹여주냐’고 할 게 뻔하다. ‘밥 먹여주냐’는 표현을 설마 쓰지 않겠지만 능력의 과장을 동원한다. 사실로 드러나는 도덕성보다는 추상적인 국정 수행능력을 돋보이게 하는 한편 야당의 발목잡기라며 국민에게 호소하는 전략이다.

야당은 후보자에 대해 온갖 의혹을 쏟아내며 부적격함을 따져 묻는다. 여기에 자료 제출 부실 시비는 청문회를 중단시키는 단골 사유로 등장하고 의원들 간 비난과 옹호의 막말도 희극의 감미료처럼 첨가된다.

여야 간 입장이 바뀌면 여당은 야당 시절의 노래를 잊어버리고, 야당은 여당 시절의 노래를 잊는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견제와 균형의 논리에 입각 국회가 대통령의 자의적 인사권을 견제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보다 뛰어난 인재를 고위공직자로 발탁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국회 인사청문회의 현주소다.

사실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한 공직자가 9명에 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초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연구 부정행위 ▲세금탈루 ▲병역기피 ▲부동산투기 등 불법적 재산증식 등의 고위공직자 원천 배제 5대 원칙에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를 더해 7대 원칙을 발표한 적이 있다. 물론 원칙은 원칙일 뿐 인사에 적용된 적은 없다.

오히려 더 심했다. 박근혜에 정부의 인사를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에서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임명된 고위직이 29명에 달한다.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나올 만도 하다.

우리 사회에 도덕성을 갖춘 지도층이 그만큼 희귀하다는 반증이다. 고위직에 추천되면 ‘가족이 반대한다’며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누구라고 장관을 마다하랴. 장관 감투야 굴뚝같지만 숨겨진 치부 때문에 포기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어쩌면 사회 지도층일수록 재물을 더 탐하고, 위법을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는 풍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에게는 부동산투기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는 것도 능력이고, 남들 다 가는 군대에 각종 핑계를 대고 안 가는 것도 능력이다. 사회 지도층일수록 탐욕이 능력이 되는 시대다.

인사청문회가 있을 때마다 여당은 '신상털기를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책과 업무능력 위주로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위층 후보들의 치부를 감춰주기 위해 인품과 도덕성은 비공개 ‘몰래 청문회’로, 능력과 자질은 ‘공개 청문회’로 하자는 꼼수까지 제기되기도 한다. 모든 정권에서 반복되어온 패턴이다.

하지만 공직자로서의 윤리와 자질은 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비전 등 능력에 앞선 검증조건이다. 신뢰를 얻지 못한 장관은 능력과 상관없이 무능할 뿐이다.

법치의 대통령 시대를 맞아 국민들은 능력보다 깨끗한 장관을, 깨끗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법은 지키고 살 줄 아는 장관을 원한다. 능력 있는 도둑놈이 필요한 시대는 이제 그만 끝내자. 역대 정권에서 그 정도 봐 왔으니 이제 물릴 때도 됐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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