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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지게와 작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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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지게와 작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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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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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투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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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와 작대기
                           - 오만환作

아직도 지게를 쓰세요
드문드문
산에 가려면 배낭 대신
아주 좋습니다
아버지도 쓰시던 이 지게 

톱과 낫을 들고
쓸만한 나무를 찾는다
벌어진 가지와 알맞은 굵기
어디로 숨었나
가볍고 튼실한 그 놈 

먼저 무릎을 꿇어야 한다
땅에게 힘을 주며
너를 짚고 기필코
일어나야 한다
작대기기 욕이 되었던 아지러움 

버섯이라도 만날까. 싸리, 표고, 송이
아니다. 돌턱에 빈 지게를 받치고
세상 멀리, 개울 물소리를
듣고, 들어야 그래야 산다
군살을 배려고 지게를 진다 오늘은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지게가 발명된 지는 아주 오래다. 
어쩌면 삼국시대 이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지게가 오늘날까지 쓰이는 것은 그만큼 활용도가 높고 과학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산악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기 때문이다. 

지게는 과학이다. 
사람의 등에 맞게 살짝 휘어진 나무가 적당한 높이의 곁가지를 낸 것으로 만들어 사람이 가진 힘보다 스무 배의 힘을 낼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 지게다. 

우리 농경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우수하고 넓게 쓰였으며 평야나 산악지역의 특성에 맞게 다리가 짧거나 길게 만들어져 농사일에 크게 사용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힘들었다. 
처음 지게질을 배울 때는 뼈를 갈아대고 살을 발라내는 고통이 따른다. 

어깨가 내려앉고 허리가 끊어지는 아픔에 견디지 못하고 도시로 뛰쳐나간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랴. 

근대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게 한 가장 큰 이유가 지게질이 싫어서였다면 그 고통이 얼마큼이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지게는 단순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등태, 밀삐, 새고지리, 지게꼬리, 목발, 세장, 탕갯줄 등 부분 명칭이 있고 지게와 더불어 받쳐주는 작대기가 있으나 통칭으로 지게라 부른다. 

오만환 시인은 농촌 출신이고 지금도 농촌에 살며 농사일도 겸하는 시인으로 아직도 지게를 사용하면서 등산할 때도 쓴다. 

아버지의 고난과 가난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지게를 자신의 등에 지고 농촌의 역사를 그려낸다. 

지게는 겸손을 가르치는 농기구로 쓸 때마다 무릎을 꿇어야 하고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의 한 부분이나 마찬가지다. 

아직 지게를 사용하며 그 활용도와 농사의 중요성을 깨우쳐주는 시인이 부럽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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