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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노고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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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노고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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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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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종다리. [이미지투데이 제공]
종다리. [이미지투데이 제공]

노고지리
                     - 조기호作

어디에도 없다
너는 노고지리 

봄날을 날며 부르는
깊은 노래
불우헌의 상춘곡 

고로쇠나무 물오르는
꿈길에도
그리움만 서 마지기다 

뜸부기 벼슬 물고
너 날아간 어느 하늘
툰드라 눈가엔
시방도 눈꽃이 적신다 

뜸부기. [이미지투데이 제공]
뜸부기.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노고지리(종다리)는 참새목 종다리 과에 속하는 새다. 
그 소리가 너무 맑고 경쾌하여 봄날은 알리는 대표적인 새다. 

초원 높이 올라가 지저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예부터 문학의 소재가 많이 되었고 농촌 출신이 아니라도 어른 세대는 노고지리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학교에 갈 때나 돌아올 때 노고지리를 쫓아 소리를 따라 부른다고 되지도 않은 흉내를 낸 적이 한두 번 뿐이던가.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동물도감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추억의 새다. 

조기호 시인은 남달리 노고지리에 대한 추억이 강력하다. 
조선 중기의 문인 정극인의 상춘곡을 떠올리며 노고지리를 부른다. 
"자연의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두어 칸 초가집을 시냇물 앞에 두고 소나무 대나무가 빽빽이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의 자연 속의 신선을 부르며 잊힌 새를 찾는다.

고로쇠나무 물오르는 꿈길에도 잊을 수 없어 그리움만 서 마지기라고 한다. 
함께 자취를 감춘 뜸부기의 벼슬을 물고 날아갔는지, 아니면 동토의 땅 툰드라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지. 

노고지리를 누가 쫓아냈는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일신의 편안함을 이유로 자연을 파헤친 우리가 범인이다. 
쫓아내고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인가. 

하지만 다시 불러올 수는 있다. 
직접 볼 수는 없어도 추억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되새긴다면 비록 없어졌으나 우리 가슴에 남길 수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추억의 새지만 잊지는 말자고 이런 안타까운 노래를 부른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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