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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나목의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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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나목의 동화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8.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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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나목의 동화
                  - 배문석 作

겨울은 창백하게 돌아서 있었다
앙상한 가지에 날아드는
초대 받지 않은 햇살이 살을 부벼와도
부름켜로 감아 올린 물소리에 잠시 몸을 식혀 갈뿐,
길고 가느다랗게 들리는 물소리만 맑고 깊게 귀를 적셔왔다
귓가를 맴돌던 차가운 하늘빛이 빈 가지에 내려앉아도
풍성했던 여름을 버리고 가볍게 몸을 푼 나무에게
외로울까봐 찾아 왔노라고
추울까봐 달려왔노라고 주어 섬기는
바람의 말은 눈빛조차 건조해져서
피부까지 끌어 올린 물결로 부름켜를 적셔간다
저 물결 너머 무엇이 나의 등을 밀고 왔는지
몇 밤만 새고 나면 한 해를 보내는 막장,
막장을 쥐고 헐벗은 가지마다 꿈이 핀다
참새 닮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튼실한 열매처럼 알등으로 주렁거리고
살갗을 떨면서 나목으로 서있는 신길역 앞 작은 광장은
밤을 기다리는 네온들이 눈을 뜨고 있었다
- 이하 생략 -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홀로 서 있는 나무를 만나면 더욱 절실하게 외로움을 느낀다. 
나무는 생존을 위하여 가을이 되면 떨켜를 만들어 나뭇잎을 전부 떨어트리고 동면에 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해마다 반복하는 생존전략이다. 

그것을 사람이 봤을 때 벌거벗은 모습에 자신의 처지를 결부 시켜 감정을 토해낸다. 

배문석 시인은 서정 시인이다. 
그러한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봄을 맞이하여 잎을 피우고 여름을 무성하게 펼친 뒤 가을을 맞아하여 옷을 벗는 나무의 생태에 사람의 이야기를 펼친다. 

이것은 시작법의 기본이지만 삶의 과정에서 절실한 느낌을 받아 한 편의 동화를 만들듯 읊어간다. 

몇 밤만 지나면 막장, 막장을 쥐고 헐벗은 가지마다 꾸는 꿈이 피어난다. 

참새 닮은 아이들이 해맑은 웃음으로 희망의 열매를 주렁주렁 열게 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나목의 비참함이나 외로움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 

나목의 외로움을 넘어 희망의 네온 불을 밝히며 내일의 눈을 뜬다. 

한 해를 보내는 기점신길역 앞 작은 광장에서 행복의 내일을 바라보는 것은 시인만이 가질 수 있는 희망이다. 

이것이 풍성한 결실을 맛보게 하는 배문석 시인의 동화인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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