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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나룻배 국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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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나룻배 국밥집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8.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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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나룻배 국밥집
                    - 원유존 作

길목에 나룻배로 떠있는 뼈다귀 집 하나 있었다

가마솥 하얀 김이 기지개를 켜면
삐거덕거리는 문과 눈 맞추던 흐린 알전구
입술에 닳고 닳은 수저가 식탁 위에서 손님을 기다렸다

꿈을 우린 파도가 허기를 몰아 올 때면
국밥 한 그릇에 소주잔을 부딪치며 눈물의 강을 건넜다

때로는 굳어버린 세월을 안주삼아
골수가 담긴 눈물을 삼켰다

붉게 물든 뚝배기의 여울을 마시며
행복의 나룻배를 젖던 행인들은 보이지 않고
먹구름이 몰아온 비바람에 찢겨진 전단지들이 젖는다

전봇대가 쓰러진 암흑의 시간
하수도를 억류한 너울이 집안을 송두리째 쓸어갔다

불 꺼진 상점들이 어둠 속으로 침몰하는 폭풍의 나룻터

깨어진 유리창 너머
길이 사라진 골목엔 쓰러진 뼈다귀들이 나뒹굴었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어느 순간 경이로운 풍광을 봤을 때 그 광경에 놀라 감탄하고 오래도록 기억한다. 

그림은 어떤 사물의 모습을 정해진 화폭에 담아놓은 것으로 선 밖으로 뻗어나간 작가의 사상을 모른다면 액자 속에 갇힌 모습만 바라보고 거기에 한정된 이미지만 떠올린다. 

시는 한 걸음 더 나가 풍광이나 사상, 사물의 움직임과 이미지를 언어로 표현해 놓은 유무형의 그림이다. 

해서 그림을 보고 느끼는 해석은 각기 다르고 화자를 따라가는 언어의 틀에 갇히든가 아니면 자기의 느낌대로 다른 틀을 만든다. 

한마디로 시와 그림은 공통된 작용을 하는 감성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하나의 틀에 갇혔으되 밖으로 향한 이미지의 연출은 다르다. 

원유존 시인은 자신이 가진 인간의 역사를 하나의 액자에 가둬 한꺼번에 펼쳐놓는 기법으로 작품을 썼다. 

가마솥, 나룻배, 주막, 등 삶을 위한 의식주를 한 면에 그리고 마지막에 남겨지는 사람의 모습을 앞뒤에 펼쳐놓아 한 편의 작품 속에 담았다. 

사람은 움직이지 않으면 자멸하는 동물이다. 
먹기만 해도 충분한데 끝없이 움직이고 무엇이든 의문을 품고 산다. 

그러한 습성을 가진 사람이 나룻배를 타고 주막에서 쉬며 자기 삶을 남과 비교하여 눈물을 흘린다. 

한 그릇의 뚝배기에 당장의 허기를 달래지만 앞날이 보이지 않는 삶, 불 꺼진 주막은 어둠 속으로 침몰하는데 폭풍이 몰아치는 나루터에는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다. 

깨어진 꿈은 갈가리 찢기고 길이 사라진 골목 캄캄한 어둠 속에서 환한 빛으로 길의 종점을 밝히는 뼈다귀, 한 편의 시 속에 보편적으로 겪게 되는 사람이 걷는 모든 그림을 담아 언어의 액자를 만든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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