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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추억이 대롱대롱, 무말랭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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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추억이 대롱대롱, 무말랭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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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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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무는 우리나라에서 배추, 고추, 마늘과 함께 가장 많이 사용하는 4대 채소 중 하나다.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내며, 계절에 따라 다른 맛을 갖고 있는데 먹거리가 귀한 겨울을 날 수 있게 도와주는 중요한 채소다.  

무는 십자화과에 속하는 초본식물이다.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에 전래되었다고 한다. 중국에는 기원전 400년경 무의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불교의 전래와 함께 삼국시대에 재배되기 시작하였다. 여름무는 강원도, 가을무는 경기․충남․호남, 겨울무는 제주도에서 계절별로 재배된다.

무는 비타민 C가 풍부해 겨울철 중요한 비타민 공급원 역할을 해왔다. 무에 함유된 성분은 감기와 식중독 예방, 성인병과 항암효과에 좋다. 위장 기능을 증진해주기 때문에 소화 기능 개선에 효과적이다. 더욱이 무는 수분과 섬유질이 풍부해 탈수 증상을 막아줘 숙취 해소에 효능이 있고, 변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수분함량은 높고 열량은 낮은 반면 포만감은 커 다이어트에도 적합하다. 

무를 고를 때는 하얗게 윤기가 있고 단단한 것, 매끈하고 상처가 없는 것, 그리고 초록색을 띠는 무청이 달린 싱싱한 무가 좋다. 무청(잎)이 잘려져 있는 경우 잘린 쪽에 구멍이 있거나 변색이 되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무를 오랫동안 저장하기 위해서는 4~5℃가 적정하다. 저장할 때 잎이 뿌리의 수분을 빼앗아 뿌리에 바람이 들 수 있으므로 잎을 잘나내고 흙이 뭍은 상태로 랩이나 신문지에 싼 후 바람이 잘 통하고 그늘 진 곳에 저장하면 5~7일정도 보관할 수 있다.    

무는 부위에 따라 맛이 달라 용도에 맞게 부위를 선택해 사용하면 좋다. 무청과 가장 가까운 윗부분은 단맛이 강해서 생채에 적합하고, 중간 부분은 조직이 단단하고 아삭거리는 식감이 있어 국이나 전골, 조림 등에 사용하면 좋다. 뿌리가 있는 아랫부분은 맛이 가장 알싸하고 식감이 단단해 무나물이나 익힘 요리에 적합하다. 줄기와 잎도 ‘무청’이라고 해서 즐겨 먹는다. 열무의 경우는 무와 무청 둘 다 먹을 목적으로 재배된다. 무씨를 물에 불려 싹을 틔운 ‘무순’도 먹는다.  

무는 김치의 주재료 중 하나로 활용되며, 깍두기․국․생채․볶음․조림․단무지․짠지․동치미․무밥․무떡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무는 익히지 않으면 아삭하고 오독거리는 식감이지만, 익히면 부드러워진다. 특유의 단 맛도 있고, 특히 국물 요리에서 무는 국물 맛을 깔끔하고 시원한 맛으로 만들어주는 일등공신이다. 동시에 다른 재료에서 우러나온 맛이나 양념 맛이 잘 배어들게 해 맛을 배가시켜 준다. 오뎅의 육수에는 무를 넣어야 깔끔한 맛이 난다. 고등어조림, 갈치조림 등에도 무를 넣고 양념을 해야 비린내를 없애준다. 

입동(立冬;양력11월7일)부터 소설(小雪;양력11월22일) 전까지는 가을무가 많이 나와 김장 담그기 등 월동 준비를 한다. 이때 무를 얇게 썰어 말려 무말랭이로 만들어 일 년 내내 먹는 묵나물로 만든다. 생무나 익힌 무와는 다른 꼬들꼬들한 식감이 매력이다. 무말랭이무침 요리는 먼저 무말랭이에 물을 부어 30분간 불린다. 무말랭이는 물에 넣고 바락바락 주무르며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군 다음 꽉 짜서 액젓으로 밑간을 해둔다.

그리고 볼에 물엿(올리고당), 양조간장, 다진마늘, 다진파, 고춧가루(고추장) 등 양념 재료를 넣고 골고루 섞는다. 양념에 불린 무말랭이를 볼에 넣고 만들어 둔 양념과 함께 조물조물 무친 다음 깨를 뿌려 주면 오독오독한 맛있는 반찬이 된다. 취향에 따라 건 고춧잎을 넣고 무쳐도 별미다. 

1950~60년대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보관이 편리하고 가격이 쌌던 무말랭이는 짜장면에도 넣었다고 한다. 당시 짜장면에 양파나 파는 아주 소량만 볶아 넣어 향만 배게 했고 무말랭이를 잔뜩 넣어 식감을 살리고 양을 불린 것이다. 

1970~80년대만 하더라도 무 조각들을 말리는 장면은 아주 흔한 것이었다. 햇볕이 잘 드는 마당의 멍석위에 하얀 무 조각들이 말라비틀어지면 겨울의 시작이었다. 우리 세대 가운데 도시락반찬으로 무말랭이 무침을 싸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무말랭이 하나에도 추억이 많구나 싶은 초겨울이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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