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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고운 피마자나물 한 번 드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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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고운 피마자나물 한 번 드셔보세요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1.0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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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피마자(蓖麻子)는 아주까리 씨앗의 한약명이다. 노래에 나오는 아주까리가 바로 피마자다. 1960년대만 해도 피마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고마운 식물이었다. 장독대 뒤편, 밭 가장자리, 길모퉁이, 두엄을 쌓아둔 옆 등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열매는 기름을 짜고, 잎은 나물로, 줄기는 땔감으로 요긴하게 쓰인 신통방통한 식물이다. 

피마자는 전 세계 온대 지방에서 널리 재배한다. 세계 총 생산량의 90%이상을 인도와 중국, 브라질에서 생산한다. 우리나라의 피마자 재배는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1431년)’에 약용 용도가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15세기에 이미 생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는 남부지방에서 일부 재배한다. 

피마자는 온대지방에선 3m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납질로 덮여 있고 속이 대나무처럼 비어 있다. 줄기에는 20개 내외의 마디가 있고, 각 마디에는 긴 잎자루가 있는 잎이 어긋난다. 꽃은 암수한그루로서 8∼9월에 연한 노란색과 붉은색이 함께 핀다. 잎은 손바닥모양이고 머리에 쓰면 삿갓처럼 머리를 덮고도 남는다. 열매의 겉은 붉은색에 성게처럼 가시가 돋아나 화려하고, 속 씨는 타원형이고 밋밋하며 짙은 갈색 점이 있어 마치 새알 모양이다.   

피마자 열매는 기름을 짜는데 불건전성유로 열에 대한 변화가 적고 응고점이 낮아 공업용 윤활유나 유압오일로 유용하게 쓰인다. 또 포마드·도장밥·페인트·니스·프린트 잉크 등을 만들거나 설사약으로도 널리 사용된다. 과거엔 양초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호롱불의 기름으로 썼다. 피마자유의 국제가격은 콩기름보다 3배정도 높다. 

다만, 피마자의 생열매는 리신(ricin;단백질 독성)이 있어 씨앗을 날로 먹으면 절대 안 된다. 반드시 가열해서 기름을 추출해야 리신독성이 파괴돼 괜찮다. 피마자 씨앗은 쉽게 구할 수 있고, 매우 독성이 강해 외국에서는 암살이나 독살 범죄에 사용되곤 한다. 그래서 미국 등지에서는 피마자를 재배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름을 짜고 남은 유박(油粕)은 주로 비료로 사용한다. 영양분이 풍부하고 냄새도 나지 않을뿐더러 가격도 비교적 싼 좋은 유기농 비료이다. 

피마자잎은 누에의 사육에 이용되기도 하지만 어린잎은 생나물, 튀김, 부침개용으로 쓰인다. 부드럽고 연한 큰 잎은 호박잎처럼 쪄서 밥을 싸먹기도 한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잎을 따서 삶아 그늘에 말려두었다가 묵나물로 겨우내 즐겨먹는다. 몸에 좋다고 해서 정월 대보름날 잡곡밥과 함께 밥상에 올리는 귀한 나물이다.

피마자 나물에는 리놀렌산·비타민·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관절통과 신경염증 그리고 근육통을 줄여주고, 탈모를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 높은 지방산이 함유돼 있어 피부를 부드럽고 생기 있게 만들어 주며, 장운동을 활발하게 도와주어 변비예방에도 좋다.

삶아 말려두었던 피마자 잎을 나물로 무치려면 우선 미지근한 물에 1시간 정도 담가둔다. 물에 풀려졌으면 끊는 물에 소금을 넣고 20분정도 푹 삶아준다. 삶은 나물은 찬물에 헹구어 채반에서 물기를 빼주고 먹기 좋게 썰어 놓는다. 대파를 잘게 썰고 마늘도 다져서 준비한다. 손질한 아주까리 나물을 볼에 담고 진간장, 멸치액젓, 매실액, 대파, 다진 마늘 등을 조물조물하여 양념이 배어들게 밑간을 해 둔다.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밑간해둔 나물과 약간의 멸치육수를 붓고 볶아준다. 간을 보고 부족한 간은 국간장으로 맞추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어서 마무리하면 부드럽고 맛있는 파마자 나물이 완성된다. 

그 옛날 피마자기름을 머리에 바르고 참빗으로 곱게 빚고 비녀를 꽂은 할머니의 단아한 뒷모습이 아련하다. 그래서 피마자 꽃말도 ‘단정한 사랑’이라고 그랬나보다. 전깃불이 없던 시절. 피마자기름은 호롱불을 밝혀 주었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어디를 가도 그 널찍한 잎사귀와 자잘한 붉은 꽃을 볼 수 있었는데 이젠 찾아다녀도 보기 힘들다. 

피마자를 나물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집 근처나 길가에서 흔히 마주치던 피마자가 약보다 더 좋은 자연건강식 나물이라니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게 이런 것일까. 올 겨울에 피마자나물에 도전해 보시길 권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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