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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긴 겨울밤, 마음을 안정시키는 궁채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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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긴 겨울밤, 마음을 안정시키는 궁채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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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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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궁채나물은 예전에는 워낙 귀해서 중국 황제들만이 먹었던 채소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산에 나는 해파리(야마구라게)’로 불리며 널리 알려져 있다. 오도독 씹히는 식감이 해파리 같고, 산에서 나는 죽순과 비슷하기 때문이란다. 최근에는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음식재료 1001가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한정식 식당에서도 특별 반찬으로 내놓고 있다.

궁채는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에 속하는 줄기상추다. 영어권에서는 ‘셀터스(Celtuce)’ 혹은 ‘차이니스 레터스(Chinese lettuce)’라 명칭하고, 태국과 중국에서는 ‘우순(莴笋)’ 또는 ‘우주(莴苣)’라 한다. 궁채는 다른 상추 품종과 마찬가지로 재배 역사가 오래됐다. 기원전 4,500년경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 그 기록이 있다. 지중해 연안 등지에서도 주요 작물로 재배했다. 중국과 대만, 태국 등지에서 즐겨 먹는 채소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그다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에는 재배농가나 생산량은 많지 않았는데 최근 궁채나물을 즐겨먹는 매니아층이 늘면서 충북 청양, 충남 홍성, 경남 고령, 광주 등지에서 재배 농가들이 생기고 있다. 4~5월에 씨를 뿌려, 모종을 30cm 간격으로 심는데, 여린 잎은 심은 지 4~5주면 따먹고, 줄기는 30cm쯤 자라면 잘라 먹는다. 줄기의 길이는 30~100cm 정도이며 직경은 4cm 이상으로 아스파라거스, 셀러리와도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연중 제철이다. 줄기 부분이 일반상추 보다는 도톰하고 굵다. 잎은 담녹색 혹은 갈색을 띤다. 잎은 폭이 좁으며 서로 마주 보고 자라난다.

궁채는 일반 상추와 마찬가지로 비타민A·B·C가 풍부해 시력보호, 야맹증 예방, 피로 회복, 면역력 강화, 감기 예방, 피부 미용 등에 도움을 준다. 수분이 많고 섬유질와 무기질이 풍부해 변비 예방에도 효과적인 식품이다. 칼륨도 많이 들어있어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고 혈압을 낮추는 데에도 좋다. 또한 알칼로이드 계열의 쓴맛이 나는 락투카리움(lactucarium) 성분이 함유돼 있어 최면, 통증 완화와 답답한 속을 편하게 하며 머리를 맑게 해주는 등 신경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락투카리움은 상추를 먹으면 잠이 온다는 말의 근거가 되는 성분인데 실제로는 아주 미량만 상추에 있어 인체에 나타나는 반응은 수면 유도보다는 정신 안정에 효과가 있다.

궁채의 잎과 줄기는 완전히 익었을 때 쓴 맛이 강하므로 어린잎일 때 수확해 먹는다. 잎은 생으로 먹었을 때 부드럽고 약간의 쓴 맛이 있으며 일반적인 상추와 큰 차이는 없다. 잎은 생채소로 쌈 채소, 샐러드, 겉절이, 무침 등으로 활용한다. 줄기는 날것으로 먹거나 조리해서 먹는데 아삭아삭하며 순한 맛이 난다. 껍질을 벗긴 뒤 썰어서 샐러드에 넣어 먹거나 또는 길쭉하게 잘라 크림소스를 찍어 먹는다. 굽거나 브로콜리처럼 삶아 먹기도 하고 볶음, 수프, 피클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중국에서는 석쇠에 줄기를 구워먹거나 육류나 가금류, 생선 등과 함께 볶아 먹는다.

반찬으로 조리할 때는 궁채나물 들깨볶음을 주로 한다. 우선 궁채를 깨끗이 씻어 적당한 길이로 썰어서 준비하고, 양파는 채썰고, 청홍고추는 총총 썰어준다. 생궁채나물에 들기름, 다진마늘, 액젓과 굴소스, 간장 등을 넣어 조무조물 무쳐준다. 프라이팬에 파기름을 내고, 궁채나물을 넣은 후 물과 들깨가루를 넣어 끓어오를 때까지 센불로 볶아준다. 요리가 끓어오르는 시점에 중불로 15분 정도 볶아주고, 5분남은 시점에 양파와 청홍고추를 넣어 익혀주면 오도독하고 쫄깃한 식감에 맛있는 고급 반찬이 된다.

궁채나물은 볶아도 무르지 않고 오도독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냉동했다가 해동해 먹어도 그 맛이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 오도독하다. 한편 다자란 줄기는 끊는 물에 소금을 넣고 떼쳐서 찬물에 헹구어 건조했다가 묵나물로 먹어도 생 맛 그대로다.

긴 겨울밤 잠을 못이룬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오늘은 궁채나물에 도전해 보시라 권하고 싶다. 편안한 숙면만한 보약이 없다고 하니 궁채나물이 곧 보약이지 않을까 싶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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