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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만병통치약 가시오가피 순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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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만병통치약 가시오가피 순나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3.1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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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가시오가피의 ‘오가(五加)’는 잎이 산삼과 같이 다섯 개가 붙은 식물이라는 뜻이다. 손바닥 모양으로 펼쳐지는 잎은 산삼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쏙 빼 닮았다. 서양에서는 만병통치약이란 뜻의 아칸토파낙스(Acanthopanax)라는 영명으로 기적의 약물로 통한다.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 피폭환자에게 가시오가피를 대량 투여해 치료했다고 한다.

가시오가피나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홋카이도, 중국 동북지방, 극동러시아에 약 35종이 분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오갈피나무, 섬오갈피, 털오갈피, 가시오갈피 등이 자생하고 있다. 어느 것이든 모두 민간이나 한방에서 중풍이나 허약체질을 치료하는 약으로 써왔다. 추위에 강하고 물 빠짐이 좋고 깊은 산속의 그늘지고 부식질이 풍부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한반도에서는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의 깊은 골짜기에서 자란다. 고도 700m 이상에서 자라고 저지대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

나무의 높이는 2∼3m이며 수피는 회갈색을 띤다. 줄기는 가늘고 긴 가시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잎은 손바닥 모양으로 생긴 겹잎이 어긋나게 달리고, 작은 잎은 3∼5개로서 거꾸로 선 달걀 모양 또는 긴 타원형이다. 표면은 군데군데 털이 있고 뒷면은 어릴 때는 맥 위에 갈색털이 있으며 가장자리에 뾰족한 치아 모양의 톱니가 있다. 꽃은 6∼7월에 연한 자주색이 도는 황색으로 핀다. 열매는 길고 둥글고 지름 8∼10㎜정도로 4∼6알씩 8∼9월에 검은색으로 익는다.

유용한 약성 물질이 풍부해 인삼보다 뛰어난 약재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로 멸종 위기에 놓였다. 우리나라에선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된 보호식물이다. 다행히 지리산에 일부 군락지가 있고, 강원도의 깊은 산골짜기나 백두산을 제외하고는 야생에서는 관찰하기가 별로 쉽지 않다. 현재 강원 홍천․양구, 경북 상주 등지의 밭에서 농가 소득 작목으로 재배하고 있다.

가시오가피의 뿌리와 줄기에는 인체의 항상성과 면역력을 향상하는 아답토젠과 리그난, 간 건강에 도움을 주는 아칸토사이드 B와 D가 있어 간 해독 작용을 돕는다. 신경계 영향을 미치는 아칸토사이드 D와 알칼로이드가 있어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해 주고, 관절염, 성장기 발육 향상, 노화 지연 등의 효과가 있다. 순에도 같은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혈압을 낮춰 주고 스트레스해소에 도움을 준다. 더욱이 알레르기예방, 기력회복, 오장육부보호 등에도 효능이 있다.

가시오가피 순은 싱싱하면서 부드러운 것을 고른다. 순의 손질은 밑동 부분을 잘라내고 겉껍질은 벗겨낸다. 줄기가 억세 보인다면 잘라주고 잎이 떨어지지 않게 잘 다듬어 준다. 손질이 끝나면 깨끗한 물로 검불 붙은 것이나 먼지를 씻어준다. 서너 번 살살 털어가며 깨끗한 물에 세척해 준비한다.

손질된 순은 끊는 물에 약간 소금을 넣고 10초정도 데쳐준다. 워낙 어린순이라 데친 후에는 바로 체에 밭쳐 뜨거운 물은 버려주고, 찬물에 깨끗하게 헹궈 물기를 꽉 짜준다. 그리고 볼에 나물, 다진 마늘, 썰은 파, 국간장, 설탕 등을 넣고 간이 배도록 조물조물 무쳐준다. 다음에 깨와 참기름을 넣고 다시 한 번 무쳐주면 향긋한 가시오가피 순나물이 완성된다. 식성에 따라 된장이나 고추장에 무쳐도 좋고 장아찌로 만들어 두면 오래 먹을 수 있다. 아니면 데친 순을 그냥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풍미(風味)가 넘친다. 특히 가시오가피 순은 가지나물이나 미나리나물 무침요리와 궁합이 좋다. 요리를 하고 남은 나물은 팩에 담아 바로 냉동보관 해 나중에 먹을 수 있다.

가시오가피가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2002년 월드컵 때였다. 우리 축구대표선수들이 회복을 위해 가시오가피를 먹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됐었다. 가시오가피의 열매나 뿌리를 즙이나 효소로 만들어 음용하기도 하지만, 위가 약해 속이 쓰리다면 무침을 해서 먹는 것이 좋다. 가시오가피 순 나물에서 느껴지는 쌉쌀한 맛은 오히려 담백하고 매력적이다. 한입 먹으면 깊은 골짜기의 산뜻한 봄 향기를 그대로 받는다. 가시오가피의 계절이 오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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