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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94] 뒷돈 받는 노하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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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94] 뒷돈 받는 노하우가 궁금하다면...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3.02.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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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법이 이상한가, 아니면 이상한 것이 원래 법인가. 그도 아니면 이상해하는 국민이 이상한가. ‘법치국가’를 의심하는 국민이 정상인 나라는 정상이 아니고, 공정을 상실한 법보다 무서운 폭력은 세상에 없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50억원’ 뇌물 무죄 판결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말이 ‘후폭풍’이지 여론이 들끓으면서 국민들의 허탈감은 땅을 뒤덮고,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제부터는 결혼한 자식을 통해 뒷돈을 받으면 죄가 안된다. 검찰과 법원이 자금세탁과 불법 상속을 합법으로 보증해주는 새 지평을 열었다”

“대리급 퇴직금이 50억 원, 그 어떤 정권도 하지 못한 것을 곽상도와 그의 아들, 대장동 일당이 해낸 것이다” 재판부가 곽 의원 아들의 ‘독립생계’를 무죄의 주요 근거로 내세우자 온라인에서는 “뇌물을 받으려면 자식 결혼부터”라는 비아냥으로 도배되고 있다. 재판부는 “아들 곽병채 씨가 곽 전 의원의 사자(使者)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수수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면서도 “결혼해 독립생계를 꾸린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받은 돈을 곽 전 의원 본인이 직접 받은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비정상적일 뿐만 아니라 상식 밖의 퇴직금 규모가 국회의원인 부친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들지만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진술만으로는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아닌 법원으로서의 범죄입증에 대한 한계를 변명처럼 슬그머니 끼어 넣었다. 김만배 씨 등 대장동 일당의 “병채 아버지(곽상도)는 돈 달라 하지. 병채 통해서”통 대화가 담긴 녹취록도 신빙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사법부 판단 자체도 문제지만 검찰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범죄입증을 위한 의지가 있었느냐는 의구심은 당연하다. 곽 전 의원이 검찰 출신이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유검무죄, 무검유죄”로 바뀌면서 ‘쩐’위에 ‘검’인 세상이 풍자되고 있다.

‘공정’의 기대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공정’을 의심받으며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켰다. 의심받은 문재인 정부의 공정에는 ‘조국’이 있었다. 곽 전 의원의 무죄는 공정한가를 살피기 위해 이쯤에서 ‘조국 사태’로 시계를 되돌려 보자. 조 장관이 장관직을 사퇴한 직후인 2019년 10월 15일 경남 진주 국립 경상대학교에서 국회 교육위원회의 부산대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곽상도 의원은 조 전 장관 딸 조민 씨의 장학금 수령을 문제 삼으며 “부모를 보고 장학금이 나간 것”이라고 추궁했다. 국감에 출석한 부산대 총장이 “조민씨에게 지급된 장학금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하자 곽 전 의원은 “이건 부모를 보고, 부모 때문에 돈이 나간 거다, 저희들이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몰아 붙였다. 검찰도 조 전 장관의 영향력을 노리고 그의 딸에게 장학금을 준 것으로 보고 600만원에 대해서는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재판부는 딸이 부모에게 학비를 지원받는 등 ‘경제적 공동체’였으므로 600만 원의 장학금 역시 조 전 장관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결과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의 유죄였다.

다시 ‘50억 퇴직금’의 시대로 돌아와 보자. 곽 전 의원은 대장동 사업이 민관 공동으로 전환돼 사업이 진행되던 시기인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으로 일했고, 이후 국회의원으로 재직 중이었다. 곽 전 의원은 무죄 판결을 받은 1심 선고 후 재판정을 나오며 말했다. “무죄는 당연하다. 내부 절차에 맞게 직원에게 성과급을 줬다고 했을 뿐 (아들의 퇴직금 50억 원이) 나와 관련이 있다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신과 상관없이 “아들이 받은 돈일 뿐이다”는 것이고 법원도 그의 주장을 들어준 것이다.

곽 전 의원의 무죄 선고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경제공동체로 처벌했는데, 부모 자식 관계가 무죄라니 법이 이상 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법이 이상한가, 아니면 이상한 것이 원래 법인가. 그도 아니면 이상해하는 국민이 이상한가.

오죽했으면 변호사 출신인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곽 전 의원에 대한 선고 결과에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개탄했다. ‘법치국가’를 의심하는 국민이 정상인 나라는 정상이 아니고, 공정을 상실한 법보다 무서운 폭력은 세상에 없다. 동전에는 앞뒤가 있어도 법에는 앞뒤가 없다. 그게 공정이고 ‘이상하지 않는’ 정상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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