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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96] 불타는 민주당, 그래도 살길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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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96] 불타는 민주당, 그래도 살길은 있다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3.04.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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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썩어 문드러진 부분을 도려낼 용기만 있다면 민주당은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도 있다.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민주당에게 전적으로 달린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민주당을 집어삼키고 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보인 각종 실망스러운 태도를 강하게 지적하고 비판해온 야당으로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공수가 바뀌어 여당은 신이 났고 야당은 사망진단이 내려질 판이다. 민주당의 이중적 모습에 국민들의 가슴에도 불길이 일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불법 정치자금 의혹 사건에 대해 지난 17일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검찰의 칼날은 더욱 조여오고 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신속한 수사와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도 요청했다. 검찰의 윤관석·이성만 의원 압수수색 후 5일 만이다. 검찰이 ‘돈 봉투’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을 내놓고 현역 의원 10여 명의 줄소환을 예고하자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다.

이 대표의 사과는 당에서도 돈 봉투 의혹을 진상 규명이 필요한 사안으로 그만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마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마당에 당 전체가 부패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은 당연하다. 

당 초 ‘검찰의 기획 수사’라며 수사 시점을 문제 삼다 ‘자체 진상조사’ 뜻을 내놓은 뒤 ‘검찰 수사·송 전 대표 귀국’ 요청으로 대응 수위를 높인 것도 심각성의 발로로 보인다. 돈 봉투를 언급하는 음성 파일(녹취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녹취록에는 ‘봉투 10개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등 지어냈다고 볼 수 없는 대화 내용이 담겨있다.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국회의원 10여 명 중 광주·전남에서도 3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불똥은 민주당의 핵심 근거지로까지 튀고 있다. 

금품 조달·배포에 송영길 캠프에 몸담은 의원과 보좌관 등 9명이 관여했으며 민주당 소속 의원 10여 명과 관련자 수십 명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의 행태에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자칫 안방까지 붕괴될 위기다. 정치권은 당직 선거의 ‘검은돈’ 거래를 관행으로 치부해 왔다. 돈을 주고 당직을 사고파는 것을 당연시 해 온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외부 수사를 택한 것도 혐의를 부인하는 연루자들을 자체 조사해 진상을 밝히기 어렵다고 판단한 걸로 보인다. 

송 전 대표 조기 귀국은 민주당의 진상 규명 의지를 가늠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 전 대표는 이 사건이 자신을 당선시키기 위해 전대에서 ‘돈 봉투’가 오간 의혹인 만큼 조속히 귀국해 결자해지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이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위기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내년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아서 의혹 관련 의원들은 공천을 받으려고 향후 재판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최대한 당적을 유지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본인 관련 사건을 ‘기획 수사’라고 반발해 온 이 대표에게 이들을 걸러낼 명분이 있을지 의문이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300만 원 돈봉투 전달이 불거져 박희태 전 국회의장에게 유죄가 선고됐었다. 

당시 재판부는 “정당제·대의제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15년이 흐른 지금 후진적 관행을 보인 이들은 잘못을 실토하고 부패 청산에 협조해야 한다. 연루된 다수가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과거 ‘386세대’로 알려지고 있다. ‘386세대’가 ‘그만 물러날 때가 됐다’는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하지만 ‘비리 옹호 집단’이란 낙인까지 받아서는 안된다. 이 땅의 모든 민주화 세대를 부정하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후진적 관행·구폐와 단호히 결별하겠다는 자세로 민주 정당의 도덕성을 되찾고 정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번 돈 봉투 사건은 어쩌면 민주당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썩어 문드러진 부분을 도려낼 용기만 있다면 민주당은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도 있다.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민주당에게 전적으로 달린 문제다. 국민들은 그걸 지켜보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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