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가 일본해의 섬인가? 미국의 이 결정은, 뜻이 뭐지?
사물의 이름은 그 본디를 나타낸다. 명실상부(名實相符), 이름을 본질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이다. 독도(獨島)를 저들이 ‘다케시마’라고 하면 콧방귀도 안 뀌는 것과도 같다.
혹 우리 정부는, 미국 일본과 협의하여 독도(獨島)가 있는 저 바다의 이름을 일본에 넘겨주기로 한 것일까? 아니면 한국을 왕따시킨 채 그렇게 결정했나? 그럼 독도는 일본 땅인가?
대중적으로도 (오펜하이머와 바비를 합친 것보다 더) 치명적일 이 사태에 대해 3국 중 어느 누구도 정식으로 그 속내나 내용을 발표한 적이 없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변했다.
우방(友邦)은 서로 벗으로 지내는 나라다. 현 정권에게는 일본도 ‘우리의 우방’인 모양이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事案)들의 의혹과 분노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대부분)은 ‘그런 모양’ 또는 정권의 방침을 납득할 수 없다.
세월이 하 수상하니 눈길을 보내야 할 데 많아 헷갈리는 까닭일까? 어지간한 패륜(悖倫)과 억지는 이제 눈에도, 신문방송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나라가) 죽고 살고 하는 저 문제가 구렁이 담 넘듯, 핫바지에 방귀 새듯 슬며시 시민들의 시야에서 빠져나간다. 몇몇은 놀라 외마디 소리나마 질러 보지만 미처 들리지도 않는다. 황당하다. 이내 잊힐까? 그럼 저 바다의 이름이 일본의 것이 된단 말이지?
‘우방’ 미국이 우리 땅 독도가 소재한 그 바다를 공식적으로 ‘일본해’(Sea of Japan)라고 지도에 적었다. 언론의 물음에 ‘당연한 것 아니냐?’는 말투로 대답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상당히 못마땅했던 여태의 관행보다 심하다. 어떤 결심을 한 것일까? 심각하게 바라보고 과감한 대책을 세워야 할 변괴(變怪)다. 한국이 ‘밀면 밀리는 (손쉬운) 나라’가 된 것이다.
그 바다의 독도는 일본 영토인가? 이 질문은 누구에게 해야 하는 것인가? 일본을 우방이라고 여기는 모양새인 현 정권은 어떤 입장인가?
돌아봐야 할 측면이 있다. 저 바다를 여태 뭐라고 불렀는가? 우리 탓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동(東)쪽에 있는 바다(海)라는 뜻이 동해(東海)다. 우리는 독도 저 바다를 그 ‘동해’라고 여기고 습관처럼 부르지만, 그 말의 실제 뜻은 하릴없이 ‘동쪽의 바다’다.
대한(大韓)의 바다, 저 바다의 임자가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뜻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보통명사일 따름인 것이다.
어느 나라, 어느 겨레의 해역(海域)이건 동쪽에 있는 바다는 동해(east sea)일 터다. 독도 저 바다를 우리만의 고유명사 ‘동해(East Sea)’라고 하면서 보통명사 east sea를 우리가 독점하는 것, 또 그렇게 불러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덜 합리적이다.
상식에 맞추자면, 우리 대한의 바다라는 뜻을 낙낙히 담는 대한국해(大韓國海)가 제격이겠다. 또 ‘동해’로 불러왔으니, 또 우리를 부르는 이름 중에 해동(海東)이라는 말이 있었음을 염두에 두자면 ‘東’자를 넣은 대한국동해(大韓國東海), 좀 긴 듯하면 대한동해도 좋겠다.
영어로는 Sea of Korea(씨 오브 코리아·대한국해) 또는 East Sea of Korea(이스트 씨 오브 코리아·대한국동해)가 된다. 전에도 있던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남동쪽과 일본의 규슈 사이 좁은 바다의 이름 대한해협(大韓海峽·Korea Strait)에 지금도 ‘대한’이 남아있다.
일본열도와 가까운 바다는 일본서해(日本西海)로 부를 수는 있을 것이다. 허나 그건 독도바다 대한국해 바깥의 섬들의 근해에 제한되는 이름이다.
영토는, 영토의 이름도 엄중하다. 이름은 염원을 담는다. 그 속뜻, 상징성을 생각하자.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