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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채 위험 ‘경고등’···‘선제적 리스크관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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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채 위험 ‘경고등’···‘선제적 리스크관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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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1.0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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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한국의 부채 수준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가계 기업 정부 모두 빚이 너무 많아 빚의 늪에 빠진 위기의 부채 공화국이다. 국제금융연구원(IIF)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말 기준 GDP에 대한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은 101.7% 기업부채비율은 120.9% 국가채무비율은 48.3%로 모두 합해 270.9%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일본 415.1% 프랑스 331.4% 중국 318.2% 캐나다 309.4%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나날이 부채가 늘어나 지난 10월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가계 부채는 1,862조 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올 2분기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회사 대출 잔액 1,043조 2,000억 원을 합하면 2,906조 원에 달한다. 가계 빚뿐 아니라 기업부채도 코로나19 충격기 초저금리를 거치며 누적돼 올 2분기 말로 2,705조 원에 달했고, 올 2분기 말 기준으로 집계한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도 1,083조 4,0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지방정부 채무 34조 2,000억 원(지난해 기준)을 합하면 전체 국가채무는 1,117조 6,000억 원으로 확대된다. 이들 모두를 합산하면 6,728조 4,000억 원에 달한다.

가계 대출은 한국 경제의 해묵은 뇌관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0월 3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업데이트한 ‘세계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08.1%로 2017년(92%)과 비교하면 5년 만에 16.1%포인트나 높아졌다. 비교 가능한 26개국 중 가계부채 비율은 2위, 5년간 증가 폭은 1위를 각각 기록했다. 경제 규모에 비해 가계부채의 규모와 증가 속도가 모두 적정 범위를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매년 한국에 그 위험성을 경고하며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IMF ‘토머스 헬블링’ 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은 한국의 가계 부채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그룹 가운데서도 꽤 높은 수준”이라고 밝히고 가계 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거시 건전성 정책 수립과 주택담보대출이 연장될 때 수입이나 다른 예기치 않은 비용 측면에서 불리한 시나리오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실시 등을 권고했다. 최근 들어 미국을 필두로 국제 금융시장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의 가계 부채 경고음도 더욱 높아졌다. 

이렇듯 과도한 가계 부채는 우리 가계의 어깨를 짓눌러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가계 부채 중에서도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는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 대출자 1,978만 명의 22.6%인 448만 명에 달해 역대 최대치에 이른다.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은 7월말 현재 0.4%로 1년 전의 2배로 뛰었다. 다중채무자 연체율은 무려 1.4%(올 2분기말 기준)로 이보다도 3배를 넘고 있다. 대출자의 상환 능력이나 부담의 정도를 나타내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더욱 심각하다. 다중채무자의 DSR은 2분기 말 현재 61.5%로 처분가능소득의 거의 3분의 2를 빚 갚는 데 쓰고 있다. 특히 다중채무자 중 저소득 저신용인 취약 차주가 127만명에 달하며 이들의 DSR은 67.1%에 이르고 있다. 가계 대출뿐 아니라 기업 대출 연체율까지 모두 상승한 결과다. 미국발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은행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수신금리를 일제히 높이고 있어 앞으로 대출금리와 연체율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가계 부채 부담은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고,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 또 개인이 대출 원리금 상환을 못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금융, 기업 부문으로 연쇄적인 파급력이 작동한다. 이런 시나리오 때문에 관리 임계치를 벗어난 수준의 가계 부채를 국가 경제를 무너뜨릴 뇌관으로 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계 부채가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임계치를 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1인당 자산 비중은 부동산 등 비금융 자산이 65.5%로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았다. 또 한국은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절반 이상(52.7%)이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큰 적자 가구다.

기업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경기 불황과 고물가·고금리 여파에 지난해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소위 좀비기업으로 불리는‘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비금융기업 91만여 곳 대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기업의 비중이 42.3%로, 전년보다 1.8%포인트 올랐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3년 연속 이어진 한계기업은 전체 외감기업 중 3,909개에 달하고 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이거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다. 한계기업 비율은 18%까지 급등하고 있다. 연체도 급증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비은행권 대출 연체액은 금년 상반기 중 24조 원으로 연체율이 4.6%로 지난해 상반기 9조와 2.0%에 비해 껑충 뛰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재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민생 국회’는 이런 일을 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기업부채는 일시적 유동성부족 기업과 상환불능 기업을 구분해서 상환불능 기업은 채무 재조정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 대책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부채 문제를 적절하게 관리하면서 한계에 도달한 산업 구조 전환을 통해 제조업 위기를 극복하는 정책들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가계부채·기업부채·정부부채 비율 감소도 중요하겠지만 잠재성장률 확대를 위한 노력이 최우선돼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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