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구청장 김길성)가 구의회가 수정 가결한 내년 예산안에 대해 전날 재의를 요구했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김길성 구청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12만 구민을 대변해야 하는 구의회가 또다시 비정상적인 예산안 처리로 구민의 뜻을 역행했다”라며 구의회의 부당한 예산삭감 횡포에 유감을 표한 바 있다. 지난 26일엔 직능단체 등 주민 300여 명이 참여한  ‘구의회 규탄대회’에서 ‘예산의 원상 복원’를 강력 촉구했다.

재의 요구 항목은 물가상승률과 연동하는 경상경비를 증액했음에도 ‘일괄 삭감’당한 시설공단과 문화재단의 위탁사업비 등 ‘법적 의무 부담 경비가 포함된 44억 3,000만 원’이다.

구는 이번 재의 요구로 부당한 예산삭감으로 최소한의 기능 유지도 어려워진 일부 사업의 필수예산을 조속히 확보해 안정적인 구정 운영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재의요구 대상은 5개 사업으로, 이번에 삭감된 80억 원 중 44억 3,000만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폐기물 처리 수수료 15억 원 ▲중구시설관리공단의 전출금 및 구민회관 위탁사업비 11억 5,000만 원 ▲공영주차장 및 견인시설 운영을 위한 위탁사업비 10억 원 ▲중구문화재단 출연금 5억 원 ▲의류패션지원센터 민간 위탁비 2억 8,000만 원이다.

특히 ‘폐기물 처리 수수료’는 쓰레기 처리를 위해 마포자원회수시설 및 매립지에 반입하는 데 필요한 수수료로 다른 대안이 없는 필수경비사업이다. 쓰레기가 제때 처리되지 못하는 것은 주민들의 주거환경과 위생 및 건강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단순히 도시 미관이 저해되고 악취가 발생하는 것에 그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보육·체육·공용 주차장 등 총 111개 시설을 위탁 운영하는 시설관리공단의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경우와 공영주차장 운영·관리가 원활하지 못할 때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의 생활과 편의를 위해 마련된 각종 시설들의 운영이 중단되거나 노후 시설을 제때 보수하지 못해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는 중차대한 주민 피해로 이어진다.

구는 또 의류패션지원센터의 민간위탁비 삭감은 중구의 영세 봉제 업체들을 춥고 어려운 경제 상황에 맨몸으로 내모는 격이며 문화재단은 오케스트라나 뮤지컬 사업 등 구민들의 문화복지 사업을 운영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길성 구청장은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사업의 예산을 ‘원칙과 기준 없이’ 삭감하는 것은 매년 반복되고 있는 불합리한 의회 행태”라며 “이번 재의요구를 통해 이를 바로 잡고 구민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반드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전국매일신문] 임형찬기자
limhc@jeonmae.co.kr

임형찬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