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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세수 부족에…정부, 작년 '한은 마통' 117조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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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세수 부족에…정부, 작년 '한은 마통' 117조 썼다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4.01.08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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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도 4조 원 빌려…작년 낸 이자만 1,506억 육박
일시대출 누적액·이자 역대 최대…연말 남은 대출 잔액도 11년 만에 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극심한 세수 부족에 시달리면서 지난해 한국은행에서 117조 원이 넘는 돈을 빌려 쓴 것으로 확인됐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연말에도 4조 원을 빌렸다가 올해 초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해간 누적 금액은 총 117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 지출이 확대됐던 2020년 대출액(102조9,130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대출이 늘면서 정부가 작년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506억 원에 이르렀다.

한은에 따르면 연간 기준으로 일시대출금과 이자액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이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개인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어놓고 필요할 때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난해 말 기준 정부의 한은 일시대출 잔액은 4조 원으로 집계됐다. 다 갚지 못하고 다음해로 넘어간 연말 잔액도 2012년 말(5조1,000억 원)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금에도 마이너스 통장처럼 한도가 정해져 있으며 매년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통해 결정한다.

지난해의 경우 통합계정 40조 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 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 원 등 50조 원까지였다.

회계 계정별로 상환 기한도 정해져 있는데, 지난해 말 빌린 4조원의 경우 통합계정으로 분류돼 있어 오는 20일까지 상환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3일 4조 원을 모두 상환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해 '한은 마이너스통장'을 역대 최대 규모로 이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쓸 곳(세출)에 비해 걷힌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급히 끌어 쓴 일이 잦았다. 지난해 10월까지 누적으로 정부의 총수입(492조5,000억 원)에서 총지출(502조9,000억 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0조4,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너무 많은 돈을 자주 빌리면 유동성을 늘려 물가 관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한은 일시차입금으로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고 있다'며 '재정증권 발행 절차 등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통화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시차입금을 선택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일시차입금 제도는 단기 유동성을 조절할 때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연속적으로 빌렸을 경우에는 기조적으로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입장에서 세수가 한 달 뒤 들어오기 때문에 지금 쓰겠다고 하면 그것(일시대출)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국매일신문] 김지원기자
kjw9190@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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