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소방관 40% 이상 'PTSD·수면장애' 호소…20년간 유족 추모식 지원 '0'
상태바
소방관 40% 이상 'PTSD·수면장애' 호소…20년간 유족 추모식 지원 '0'
  • 박문수 기자
  • 승인 2024.02.04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방청 "신규 예산반영 어려워…올해 첫 순직 소방관 예산 확보"
2023년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설문조사…5% '자살 고위험'
"소방수련원 확대 설치하고, 심리 상담 적극 시행해야"
지난 3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수광(27) 소방장의 영현이 봉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수광(27) 소방장의 영현이 봉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관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수면장애 등을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순직 소방관 예우를 강조해온 당국이 지난 20년간 유족들의 추모식 예산 지원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소방청과 국가보훈부 대전지방보훈청 등에 따르면 순직 소방공무원 유족들을 회원으로 둔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기념회는 2004년부터 매년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을 열어 왔다.

2023년은 추모식이 열린 지 20번째를 맞는 의미 있는 해였다. 추모식에는 유족과 소방관 동료를 비롯해 남화영 소방청장과 강만희 대전지방보훈청장, 황원채 국립대전현충원장 등 200여 명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추모식은 소방청이 주최하고, 주관은 추모기념회가 맡았다. 대전보훈청은 행사를 후원했다.

추모식 예산은 총 5,000만 원이었는데, 대전보훈청이 국고보조금에서 4,000만 원(80%)을 지원했고, 기념회는 후원금과 유족 회비로 나머지 1,000만 원(20%)을 충당했다.

하지만 소방청에서 예산 지원은 없었다. 작년뿐만 아니라 추모식이 처음 열린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예산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3일 오전 10시께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故 김수광 소방장과 故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10시께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故 김수광 소방장과 故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뒤늦게나마 소방 당국이 올해 예산에 순직 소방공무원 관련 사업 예산을 처음으로 반영했다.

사업 예산은 총 1억 원으로 소방청장 위문품 명목에 5,000만 원, 나머지 5,000만 원은 올해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조성되는 '소방영웅길' 사업 등에 사용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순직 공무원 관련 예산은 (그동안) 없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1억 원 예산을 세우게 됐다"며 "예산에 신규 항목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보훈청이 추모식을 위해 기념회에 지원한 민간 보조금도 소방청이 보훈청에 적극 요청해 이뤄졌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소방공무원의 주요 심리 질환별 비율. [소방청 제공]
소방공무원의 주요 심리 질환별 비율. [소방청 제공]

또 소방청은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진료사업단과 함께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소방공무원 5만2,8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 증상, 수면장애, 문제성 음주 등 주요 심리 질환 4개 가운데 적어도 1개 이상에 대해 관리나 치료가 필요한 위험군은 2만3,060명(43.9%)이었다.

질환별(복수응답)로 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6.5%, 우울 증상 6.3%, 수면장애 27.2%, 문제성 음주 26.4%다.

전년과 비교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6.5%포인트, 우울 증상은 1.3%포인트, 수면장애는 2.6%포인트 감소했다. 문제성 음주는 0.2%포인트 늘었다.

자살 고위험군은 2,587명(4.9%), '지난 1년간 1회 이상 자살 생각을 했다'고 밝힌 소방대원은 4,465명(8.5%)으로 집계됐다.

최근 1년간 소방 활동을 하면서 외상 사건(PTSD를 유발할 수 있는 사건)에 노출된 평균 횟수는 전년과 동일한 5.9회로 나타났다.

1년간 15차례 이상 외상 사건을 경험했다는 소방관 비율은 10.7%로, 전년보다 소폭 올랐다.

소방청 관계자는 "지난해 엔데믹으로 소방대원의 마음 건강 상태가 호전됐지만 여전히 관리가 시급한 이들이 많다"며 "이상 기후 등으로 대형 사고에 대한 출동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치료 지원 시스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소방심신수련원 예상도.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소방심신수련원 예상도.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최근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들처럼 동료를 잃는 아픔과 더불어 매일 같이 참혹한 인명피해를 목격하는 소방관들의 정신적 부담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이들의 마음 건강 등을 위한 심신수련원은 이제야 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방관들의 마음 건강을 위한 소방심신수련원은 2026년 강원 강릉시에 준공될 예정이다.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경찰수련원이 충남 보령시와 전북 부안군, 인천 강화군, 제주 제주시 등 전국 곳곳에서 운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의원은 "소방수련원을 권역별로 확대하는 한편 소방관이 충분히 회복하고 쉴 수 있도록 근무 인력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도 "심리 치료 센터 확대 등 관련 인프라 확대가 현실적으로 쉽진 않다면 심리 상담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그 대상을 소방대원의 동료나 가족 등 주변 인물까지로 늘리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국매일신문] 박문수기자
pms5622@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