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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보석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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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보석 같은 사람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6.05.17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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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혼돈 속에 우리에게 실망을 주지만, 정치를 떠나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아 한줄기 빛으로 비쳐진다. 한국전쟁 당시 한강 인도교가 끊기자 많은 피난민들은 나룻배를 타고 남쪽으로 피난을 내려왔다. 이제 남은 나룻배는 한척밖에 없었다. 배가 막 떠나려고 하는 순간, 사공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배에 올라탄 사람들에게 말했다.
“정원이 초과되어 도저히 노를 저을 수 없군요. 이대로 가다가는 남쪽 한강변에 닿기도 전에 강물 속으로 가라앉고 말겁니다. 말씀 드리기 죄송합니다만, 두 사람 정도는 배에서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볼 뿐 아무도 선뜻 내리려 하지 않았다. 피난민 대열에서 뒤처진다는 것은 자기 인생의 앞길을 예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죽음의 길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등에 짐을 진 뚱뚱한 남자가 조용히 일어섰다. “저는 몸도 뚱뚱하고 무거운 짐까지 지고 있으니, 제가 내리면 두 사람까지 내릴 필요가 없을 겁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남자는 배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리고 행여 배에 탄 다른 사람들이 혼자 남게 된 자신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볼까봐 서둘러 그곳을 빠져 나갔다.
그가 바로 극작가 주태익 선생이었다. 평양신학교를 나와 백합원이라는 고아원을 운영하면서 평생을 창작과 봉사활동으로 일관했던 선생은 해방 이후 KBS, 기독교방송 등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솔뫼 마을의 미륵인’, ‘민들레꽃도 봄이 오면’ ‘이것이 인생이다’등 수많은 드라마 작품을 남겼다. 우리 주위에 이렇게 보석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얼마 전 필자가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다가 감동적인 모습을 보았다.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가 커다란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내려가시다가 힘에 부쳐 주저앉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은 그저 할머니를 쳐다볼 뿐 누구 한사람 선뜻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계단을 내려가던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청년이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의 보따리를 들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단 끝까지 내려갔을 즈음, 할머니는 고맙다는 인사를 거듭하며 이제 직접 들고 가겠다고 사양했지만 청년은 지하철 개찰구까지 들어다 드리고는 원래 자신이 가던 방향으로 사라졌다. 그때 감동적인 모습을 보면서 왜, 내가 먼저 그 할머니를 도와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주 작은 일이다. 이런 작은 일 하나라도 남보다 먼저 나서 도와주는 마음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부처님오신 날이 겹치는 계절의 여왕 5월이다. 물론 내 부모에게 효도도 해야 하지만, 작은 일이라도 힘든 사람을 도와주는 사회였으면 한다. 필자가 하는 모임에서는 자신의 용돈을 줄이고, 작은 돈을 모아 이웃에 홀로 사시는 독거노인을 찾아 도와 드리는 프로그램이 있다.  매달 한두 노인을 골라 도와드리고 있다.
작은 정성이라도 베풀면 한없이 마음이 훈훈해진다.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 다른 사람들과 서로 도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가 더욱 커질 것이다. 행복은 서로 나누고,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내일처럼 슬퍼 해주고 위로해 주기도 하는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모습들이 이기심과 욕심을 온전히 버리고 상대방을 먼저 배려해주는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주위에 자신보다 남을 더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가?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 사람이 없다면, 내가 먼저 남을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5월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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