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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입맛으로 먼저 찾아오는 봄 – 봄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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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입맛으로 먼저 찾아오는 봄 – 봄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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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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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 대한민국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봄동은 냉이, 달래 등과 함께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대표적인 봄 채소다. 봄동의 ‘동’은 ‘겨울 동(冬)’자로 ‘겨울을 나고 봄을 가져온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의학에서 봄동은 봄에 먹는 배추라 하여 봄 춘(春)에 배추를 뜻하는 한자인 백채(白菜)를 붙여 춘백채(春白菜)라고 한다. 일반 배추와 달리 잎이 땅바닥에 붙어 옆으로 퍼져 자란다. 따라서 일부 지방에서는 ‘납작배추’, ‘납딱배추’, ‘딱갈배추’ 등의 별명으로 불린다. 모자를 눌러 놓은 형태로 볼품은 없지만 영양덩어리다.

봄동은 쌍떡잎식물 십자화목 십자학과의 두해살이풀이다. 9월 말에서 10월에 노지(露地)에 파종해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한다. 봄동의 품종은 일반 배추품종과 다른 춘동102, 엄니, 세계 등이 있다. 일반배추는 대부분 결구(結球)배추로 겉잎이 속잎을 단단히 싸면서 성장하여 속잎이 노랗게 차는 배추인데 봄동은 반대인 불결구 배추로 잎이 겹쳐서 자라지 않고 옆으로 펼쳐진 상태로 자란다. 봄동은 추위에 강하며 햇볕 잘 드는 양지바른 밭에서 잘 자란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며 전남 진도․해남․완도․신안, 경북 칠곡 등지가 주 생산지다. 전남지역에서 생산되는 봄동이 전국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전남 진도․해남․완도․신안은 해안가로 온도가 높고 해무와 해풍이 밭으로 올라와 단맛을 가미해주는 좋은 재배환경을 갖고 있다. 

봄동은 비타민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 함유량이 높은 채소로 항산화 작용으로 인한 노화 방지,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칼륨, 칼슘, 인 등의 무기질과 함께 빈혈을 예방하고 바이러스(세균)로부터 면역력을 강화해 준다. 피로회복과 기력 보충에도 좋다. 간장에서 콜레스테롤 합성 작용을 억제해 동맥경화를 방지한다. 낮은 칼로리와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위장의 활성화를 도와주어 변비와 피부 미용, 다이어트 등에 효과적이다. 예로부터 봄동은 영양성분이 풍부해 약초에 버금가는 귀한 채소로 여겨져 왔다.

봄동은 수분이 많고 잎과 줄기가 연하며 아삭아삭한 식감과 고소하면서 은은한 단맛을 갖고 있다. 단맛이 강해 보통 겉절이로 많이 요리해 먹는다. 이외도 봄동 된장국, 봄동 전, 봄동 비빔밥 등의 다양한 요리로 사용된다. 특히 봄동의 비타민C와 칼슘은 국으로 끓여도 파괴가 적은 특징을 갖고 있다. 반면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하여 돼지고기와 같은 육류를 쌈을 싸서 먹거나 겉절이로 함께 곁들여 먹으면 좋다.

봄동을 고르거나 수확할 때는 떡잎이 적고 색이 연한 녹색을 띠는 것이 좋다. 잎에 반점이 없어 깨끗하고, 노란 부분이 짧고 선명한 것을 고른다. 속잎은 선명한 노란색을 띠어야 단맛이 강하고 고소하다. 봄동의 크기는 너무 크지 않고 성인 남자의 두 손으로 감쌀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하다. 봄동을 수확할 때는 먼저 벌어진 잎을 모아 밑동을 자른다. 

봄동으로 겉절이를 요리할 때는 봄동의 전체를 감싸준 뒤 꼭지 부분을 잘라주면 한 잎씩 깔끔하게 분해된다. 흐르는 물에 5~6번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제거하여 목적에 맞게 잘라 준다. 요리할 때는 소금에 절이지 않고 양념에 바로 무치면 풋내가 덜하고 아삭한 식감을 맛볼 수 있다. 볼에 잘라놓은 봄동을 넣고 멸치 액젓과 고춧가루를 넣어준다. 그 위에 매실청과 다진 마늘, 다진 파, 참기름 등을 넣고 양념이 잘 배이도록 조물조물 무쳐 준다. 무침이 완성되면 접시에 옮겨 담고 통깨를 살짝 뿌려 마무리해 주면 달콤하고 고소한 봄동 겉절이가 완성된다. 남은 봄동을 보관할 때는 손질 후 종이 타월로 물기를 제거한 후에 비닐 팩에 밀봉해 냉장고 신선실에 보관한다. 보관기간이 길수록 비타민의 손실이 커지므로 가급적 빨리 섭취하는 것이 좋다.

봄동은 겨울 노지에서 생명의 기지개를 켜는 독특한 채소다. 겨울의 매서운 바람과 추위를 이겨낸 찰진 배추다. 추운 밭에서 자랐기 때문에 잎이 두껍고 뻣뻣한 못난이 배추다. 그렇지만 악조건의 환경을 거친 봄동은 고생한 만큼 영양가와 아삭하고 달콤한 맛은 으뜸이다. 봄동은 설 무렵부터 귀하게 먹는 채소로 겨울바람 이겨내고 자란 지금이 제맛이다. 봄동 얘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입에서부터 반응이 오는 걸 보니 오늘은 입맛으로 봄을 맞아야겠다. 봄동과 함께 봄이 오려나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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