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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너지는 서민 주거안전망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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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너지는 서민 주거안전망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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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2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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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서민 ‘주거 사다리’가 흔들리고 서민 ‘주거안전망’이 무너지고 있다. 매수세 감소와 공급 부족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다시 오르고 있는 반면 빌라는 전세 기피에 월세가 치솟고 있기 때문인데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으로 건설 시장이 위축되면서 임대주택 공급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화된 고금리에 매매 수요가 전세로 옮겨가고, 전세사기에 수요자들이 연립·단독 등 비(非)아파트 전세를 기피하면서 서민·저소득층의  ‘주거 사다리’가 흔들리고, 공공이 직접 짓거나 공공의 지원으로 민간이 공급하는 임대주택 모두 당초 계획보다 공급 속도가 크게 더디다 보니 전세사기 여파와 전셋값 오름세로 임대차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임대주택 공급이 부진해지면서 서민·저소득층의 ‘주거안전망’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와 주택 공급 의지 피력에도 고금리 장기화와 주택경기 불확실성에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월 15일 발표한 '2월 둘째 주(2월 12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보다 0.04% 하락하면서 12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지난주(-0.06%) 대비 낙폭이 축소됐다. 올해로 범위를 넓히면 0.35%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0.03% 떨어졌다. 지난주(-0.05%)보다 내림폭은 줄었다. 

한편,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으로 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공공 임대주택마저 공급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이나 저소득층의 주거 안전망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지자체 등이 공급한 공공 임대주택 착공 건수는 7,398채로 2022년 1만 5,815채보다 무려 53.2%나 급감했다. 정부의 ‘1·10 공급대책(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에 포함된 기업형 임대 활성화 방안 역시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임대주택 착공 건수는 7,398채로 2022년 1만 5,815채보다 무려 53.2%나 급감했다. 지난 2월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세의 약 90%에 공급되는 ‘청년안심주택’ 인허가를 받은 현장은 지난해 9곳 3,099실에 불과했다. 2022년 인허가 실적 23곳 6,591실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2년 전인 2021년 인허가 실적 44곳 1만 6,089실과 비교하면 무려 5분의 1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도 고사 직전에 이르렀다. 최근 사업자 공모 4건이 취소되는 등 표류하고 있다. 지난 1월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 사업의 신규 공모 물량은 1만 3,359가구로 2년 전인 2021년 4만 1,270가구에 비해 무려 67.6%나 감소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작년 기업형 임대 출자액은 4,374억 원으로, 2년 전(6,669억 원)의 3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민간 제안’, ‘공공택지’, ‘정비사업 연계’ 등 세 가지 방식 중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참여하는 정비사업 연계 방식은 3년 전부터 공모 물량이 끊긴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공모 이후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장이 많다는 점이다. 공모부터 본사업까지 인허가 기간이 늘어지며 각종 정책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택지를 분양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 사업은 대부분 비주거 용지를 주거 용지로 바꾸는 인허가 작업을 통과해야 한다. 

전세사기와 역전세난 등으로 빌라(연립·다세대 주택) 수요가 줄어들면서 빌라 공급이 급감했다. 지난해 전국 빌라 인허가 물량은 1만 4,785채로, 1년 전보다 67.8% 줄었다. 빌라는 서민층의 핵심 주거 사다리다. 서울만 해도 주거 형태의 30%가 빌라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는 빌라뿐 아니라 모든 주택의 인허가, 착공, 준공 물량이 트리플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빌라 기피 현상은 통계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내 빌라의 전세가율은 평균 68.5%로 전년 같은 기간 78.6% 대비 10.1%포인트 떨어졌다. 빌라 주요 수요층인 청년·1인가구들이 월세로 몰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빌라 대신 아파트로 옮기려는 수요가 급격히 늘었는데 아파트 입주 물량은 감소하면서 아파트 전월세 시장도 덩달아 불안해졌다. 최근 들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해 8월 상승세로 돌아선 이래 석 달 넘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은 24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면에는 ‘빌라포비아’가 깊게 자리한다. 빌라는 아파트보다 가격이 더 떨어지면서 역전세난의 십자포화를 맞은 바 있다. 시세 산출이 상대적으로 불투명해 전세사기의 집중 표적도 됐다. 그 바람에 세입자들이 빌라를 극도로 꺼리는 풍조가 생겨난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내 비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해제했다. 2년 거주의무기간이 사라지면서 빌라 투자 심리를 자극할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부족을 단순하게 부동산 PF 위기 탓으로만 돌릴 일만은 아니다. 서민들을 위한 값 싸고 품질 높은 다양한 형태의 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매입임대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건설원가 이하 대신 시장가격 이하로 조정하거나 주택을 공급한 건설사의 마진 캡을 씌우는 형태로의 전환하는 고민도 긴요하다. 민간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선 공공이 적극적으로 공급을 늘려 완충 역할을 해야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민간이 진행하는 임대주택 사업이라도 공공성이 높은 경우 지원을 확대하는 등 보완책을 강구해 공급을 늘리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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