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차출에 지역 보건지소 공백, 의료 취약지 '아슬아슬'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는 의대 중 3곳의 교수들이 사직을 결의하면서 전국의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이 현실화하고 있다.
또 장기간 자리를 비운 전공의를 대신해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이 투입되면서, 의료 공백 사태는 의료 취약지역 보건지소들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12일 출범한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의대 증원 반대와 전공의 보호를 위한 사직 결의에 대해 19곳 의대 교수들의 뜻을 모으기로 했다.
의대 교수들은 집단사직을 예고하면서도 우선 환자 곁을 지키겠다고 강조하지만,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한 가운데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나면 지금보다 더 큰 진료 차질이 불가피해 환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각 의대 교수협에서 집단으로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건 서울대와 가톨릭대, 울산대 등 3곳이다. 모두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다.
의대 3곳 교수들 모두 사직서 제출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으나, 전공의들이 면허정지 등으로 피해를 볼 경우 언제든 행동에 옮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는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사전 통지를 하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 '빅5' 병원인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각각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와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는 18일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결정한다. 성균관의대 교수협은 이번 주 안에 비대위를 출범해 다른 대학과 협력을 강화한다.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비대위에 참여한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여부에 대한 논의를 이날까지 마치기로 했다.
이날 오후 늦게 온라인 회의를 열어 각 의대 교수가 그간 논의한 내용과 처한 상황을 공유할 예정이다.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는 지난 12일 출범 당시 의대 19곳이 참여했으나, 이날 회의에 참여하는 의대 숫자는 변동될 수도 있다고 내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들은 의대생과 전공의가 무사히 복귀해 각각 교육과 수련을 마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다고 밝혔다.
이들과는 별개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도 대학별 상황을 공유하며 사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지난달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후 교수들과 전임의들은 이들의 공백을 메워왔다.
비상진료체계 가동을 위해 이들은 외래 진료와 수술, 야간 당직을 모두 도맡아왔다.
의대 교수들은 잇따라 사직을 예고하면서도 '우선은' 환자 곁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를 이끄는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도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수리 전까지는 환자 진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탈한 전공의들의 장기간 미 복귀, 이를 메우기 위한 공보의 차출로 의료 공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남에서는 공보의 17명이 차출돼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부산대병원 등 5곳에 배치됐다.
이들 공보의 대다수가 군 단위 등 의료 취약지역에서 근무한 만큼 경남도는 의료 공백 사태를 막고자 순회진료 확대, 원격진료 지원 등에 나섰다.
강원도는 소아 진료 공백을 방지하고자 공공의료 분야의 진료 기능을 보강했다.
속초의료원과 영월의료원은 평일 오후 11시까지 소아 진료를 운영 중이고, 지난달 말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도 소아 야간·휴일 진료 사업에 참여했다.
공보의 차출로 진료가 중단된 전남지역 '1인 의사' 보건지소들도 연일 의료 공백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전국의 대학병원 등으로 차출된 전남지역 공보의는 23명인데, 도내 22개 시·군 보건지소는 의사 1명이 근무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전공의 집단 이탈을 사태 초기부터 감당해온 대학병원의 재정 손실도 커지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지난주부터 병원 보유금을 유지하기 위해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수술 건수가 절반 가까이 줄고 병상 가동률도 40∼50% 이하로 떨어지면서 부산대병원은 이번 달에만 100억 원대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전국매일신문] 백인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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