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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 6월의 탄생화 장미꽃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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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 6월의 탄생화 장미꽃 옛말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6.05.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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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때 이른 5월 무더위는 고온·건조한 고기압과 남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으로 분석됐다. 중국 북부와 몽골에서 가열된 공기가 우리나라 상공에 유입된 뒤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머무르는 데다 더운 바람까지 더해져 폭염이 일주일 가까이 이어졌다. 지구 온난화도 무더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기상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5월에 서울의 기온이 30도를 넘은 날은 1980년대에는 0.2일 정도였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1.7일로 늘었다. 작년에는 4일에 달했다고 한다.
올해는 서울과 경기 수원·동두천·이천 지역의 지난 22일 최고 기온이 33도까지 오르는 등 무더위가 17일부터 엿새째 이어졌다.  연일 뜨거워 지고 있는 지구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생활을 바꾸게 하고 있고, 식물 또한 이에 적응하느라 개화시기 등도 변화하고 있다. 봄 날씨에 한 여름에나 있을 법한 폭염이 연일 지속되자 사람들은 무더위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당연히 신문과 방송에서는 폭염날씨뉴스가 머리기사로 등장하기도 했다. 장미꽃은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6월이 되어서야 만개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도 장미는 6~7월에 핀다고 됐다. 6월의 탄생화도 장미다. 장미뿐 아니다. 예전에는 한 달 가까이 시차를 두고 피던 아카시아꽃도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서 거의 동시에 핀다. 양봉업자들은 5월 초순 남해안에부터 피기 시작하는 아카시아꽃 전선을 따라 북상하며 채밀했다.
충청도를 거쳐 강원도 민통선 부근에 이르는 동안 5~6번 채밀할 수 있었다. 지금은 비슷한 시기에 개화하는 바람에 3번 정도 채밀하는 데 그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5월에 일어나고 있는 이런 현상을 좀처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듯하다. 7월 하순 기온이 5월에 나타나고 6월에 피어야 할 꽃이 5월에 피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다. 거리를 활보하는 시민들의 옷차림이 7월에나 볼 수 있는 반바지에 반소매지만 그 풍경에 모두들 익숙해진 지 오래다. 기후 문제에 가장 민감해야 할 기상청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시민들에게 심상치 않은 이상고온 현상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는커녕 판박이 같은 자료만 내놓고 있다.
84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했던 지난 19일 오후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는 누구나 상식선에서 알 만한 내용이다. 평년과 달리 그 같은 기압배치가 왜 형성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중국 북부와 몽골에서 예년에는 없던 가열된 공기가 왜 생긴 것인지에 대한 분석도 없다. 강한 일사로 지면이 가열돼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는 것은 초등학교만 나와도 알 수 있는 상식이다. 84년 만에 기록된 5월 중순의 고온이라면 기상이변이 분명한데도 '이변'이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 '야외활동과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는 것이 전부다.
나 자신부터 지구의 기온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목숨에 위협을 느끼지도 않고 실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무감각하다. 온난화 이야기도 귀에 박히도록 듣다보니 심각성을 가지지 못한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놀랄 만한 기상이변에 대한 뉴스에도 무덤덤하다. 지난해 겨울 워싱턴DC에서 때 아닌 벚꽃이 만개했는데도, 알프스 스키장마다 눈이 녹아 맨땅이 드러났는데도 말이다. 작년 여름 파키스탄을 덮친 섭씨 45도의 살인폭염으로 1000여 명이 사망했고, 현재 인도에서는 100년 만에 찾아온 섭씨 51도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400여 명이 사망했다는 외신을 접하고도 애써 외면한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평균 기온이 관측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와서도 1월부터 4월까지 매월 최고기온을 기록 중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올해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99%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내년은? 지구가 서서히 그렇지만 가속도가 붙듯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상하리만큼 뜨거워지는 지구에 무감각하다. 우리 모두가 '서서히 달아오르는 주전자 속 개구리'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질 때다. 앞으로 어떤 기상이변으로 인해 인간과 동.식물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정부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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