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고화순의 나물이야기] 고소함의 대명사 참깨 이야기
상태바
[고화순의 나물이야기] 고소함의 대명사 참깨 이야기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4.03.23 1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고화순
고화순 경기도 남양주시 농업회사법인 하늘농가(주) 대표
고화순 경기도 남양주시 농업회사법인 하늘농가(주) 대표

참깨의 참기름은 들깨로 짠 들기름보다 훨씬 고소하고 맛이 좋아 ‘참기름’이라 불렀다. 그래서인지 참깨와 들깨를 털 때 풍경도 다르다. 참깨는 거꾸로 매달린 씨앗을 멍석을 깔고 정성스럽게 토닥토닥 털어 내리지만, 들깨는 사정없이 도리깨로 두들겨 팬다.

참깨는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참깨과의 일년생 초본식물이다. 호마(胡麻)·지마(芝麻)·향마(香麻)·백유마(白油麻)·백지마(白芝麻)·진임(眞荏)등으로도 불린다. 한방에서는 종실을 흑지마(黑芝麻)라 한다.

참깨는 직근(直根)으로 깊이 뻗어 내건성(耐乾性)이 강하며, 키가 1m 내외까지 자란다. 줄기의 단면은 사각형을 이루고 여러 개의 마디가 있다. 잎은 각 마디에서 어긋나거나 마주나며 잎의 착생 부위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꽃은 잎겨드랑이에 1∼3개가 착생하며 7∼8월에 백색과 연분홍색으로 핀다. 씨방은 수정 후 성장하여 삭과(蒴果)로 된다. 삭과의 길이는 2∼3㎝이고 단면은 4각형이며 내부에 약 80개의 종자가 있다. 생육환경은 고온 다습하고 기후의 변동이 적은 곳에서 잘 자란다. 월평균기온이 20∼24℃이면 성숙에 좋다. 파종 적기는 남부지방이 5월 초순이고 중부지방은 5월 중순이다.

참깨의 원산지는 아프리카다. 기원전 3,000년경에 나일강 유역에서 재배가 시작돼 페르시아, 인도, 중국, 한국 등으로 전파됐다. 전세계 참깨 재배면적은 약 760만ha 정도로 인도가 재배면적이 가장 많고 미얀마와 중국 순이다. 이들 지역은 고온 건조한 기후로 참깨 재배에 적합하다.

참깨는 우리 민족 고유의 조미원으로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1980년대보다 재면 면적은 줄었지만, 재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2년 기준 2만2,039ha(7만9,696농가)에 1만1,679톤을 생산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주산지 없이 고루 재배하고 있다.

참깨의 주요 수출국은 인도, 에디오피아, 수단, 중국, 나이지리아 등지다. 주요 수입국은 중국, 일본, 한국, 미국 등지다. 최근 중국은 내수 수요가 급증해 품질이 좋은 것은 수출하고, 값이 싼 인도, 아프리카산을 수입해 내수에 충당하고 있어 수출과 수입을 동시에 하는 국가가 되었다.

참깨에는 필수지방산인 리놀레산이 많으며 비타민B1·B2, 철분, 칼슘, 레시틴, 셀레늄 등도 다량 함유되어 있어 동맥경화·고혈압 등의 성인병 예방에 좋다. 특히 레시틴은 뇌와 심장, 간장을 구성하는 물질로 뇌활동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혈당조절, 중풍, 탈모와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에는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고 굶어도 배가 고프지 않으며 허한 것을 돕고, 근력을 강하게 하면서 대소장을 윤활하게 하며 모발을 잘 자라게 한다고 되어 있다.

참깨는 열매를 볶아서 으깨거나 통째로 나물무침, 초밥, 생선양념, 육류요리, 빵 등 다양한 식품의 조미료로 긴요하게 쓴다. 또 깨떡·깨강정·깨다식 등 고급식품의 재료가 되고 흑임자죽이나 국을 끓이기도 한다. 참깨의 가장 큰 용도는 역시 참기름이다. 참기름은 고소해 약방의 감초처럼 요리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양념이다.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은 사료 및 비료로 쓴다. 터키는 볶지 않은 종실을 페이스트(paste) 과자용으로 주로 이용한다. 미국은 껍질을 벗긴 생참깨를 쪄서 햄버거 위에 뿌려서 이용하거나 볶지 않는 참기름을 샐러드유로 이용한다.

중국에는 “참깨 100알을 먹으로 만병이 없어진다. 1년을 계속해서 먹으면 배고픈 줄 모르고 전신의 피부가 고와지며, 2년을 계속해서 먹으면 흰머리가 검어지고, 3년을 계속해서 먹으면 빠졌던 이가 다시 나고, 4년을 계속해서 먹으면 물과 불에도 데지 않고, 5년을 계속해서 먹으면 뛰는 말보다 빠르고 장수한다”는 옛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참깨의 우수한 영양가와 식품적 가치가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되어 세계보건기구(WHO)와 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참깨 연구개발과 증산을 국제협력의 한 주제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비증가에 대비해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높일 수 있는 품종육성과 경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규모화된 기계화 재배법의 연구와 보급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어린시절 필자의 소원 가운데 하나는 참깨를 한입 가득 넣어서 원 없이 먹는 것이었다. 음식 위에 솔솔 뿌려지는 참깨의 고소함이 늘 아쉬었던 탓이리라. 참깨를 한 입 먹어 소원을 풀었던 날 깨달았다. 과한 것보다는 늘 살짝 부족한 느낌이 훨씬 좋다는 것을.

[전국매일신문 칼럼]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