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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홍콩ELS 자율배상방침 이번주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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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홍콩ELS 자율배상방침 이번주 확정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4.03.24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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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하나·농협·SC, 배상 규모 등 이사회 보고·의결 예정
6개은행, 1분기 관련 비용 인식 약 2조…4월부터 투자자와 배상 협의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연합회 회동이 열린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앞에서 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연합회 회동이 열린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앞에서 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번 주(25∼29일)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자율 배상 방침을 확정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SC제일은행이 이사회를 통해 1분기 실적에 반영할 배상금 관련 손실(충당부채·영업외 비용 인식) 규모는 KB국민은행의 약 1조 원을 포함해 최소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회의 승인이 마무리되면, 은행권은 일제히 내달부터 개별 투자자들과 실제 배상 비율 관련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비로소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본격적으로 배상 실무 단계로 전환되는 셈이다.

2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KB·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은 이번 주 잇따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H지수 ELS 손실 자율 배상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관련 분쟁조정 기준안을 바탕으로 각 은행이 추정한 배상 규모 등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회가 배상 관련 손실을 충당금 등의 방식으로 1분기 실적에 반영하는 것을 승인하게 된다. 

배상액 추정이 정부의 분쟁조정 기준안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의사회 결의는 대외적으로 '정부안 수용'의 의미도 있다.

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H지수 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이번 주 후반께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13일부터 KB국민은행은 2021년 1∼7월(H지수 최고점 전후 기간) 판매한 H지수 ELS 계좌 8만여개에 대한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금융 당국이 지적한 불완전 판매 기준에 실제로 얼마나 해당하는지 살펴 대략의 배상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작업이다.

200명이 넘는 인원이 투입된 이 전수조사가 이번 주 초중반 마무리되는 대로, 이사회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자율 배상을 논의한 뒤 의결할 전망이다.

신한은행 역시 비슷하게 주 후반에 이사회를 열고 ELS 자율 배상을 공식 확정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H지수 ELS 사후 관리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 일정(26일)을 고려할 때 27∼29일 사이 은행 이사회가 배상안을 확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 이사회에서 자율 배상을 논의하고,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도 28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배상안을 확정할 것이 유력하다.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연합회 회동이 열린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앞에서 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연합회 회동이 열린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앞에서 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2일 은행들 가운데 처음 이사회를 열어 자율 배상을 결의하고, 이번 주부터 투자자들과 접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이번 이사회를 거쳐 1분기 실적에 약 1조 원의 H지수 ELS 배상 관련 충당부채를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수조사 등을 통해 2021년 1∼7월 판매액이 5조2천억원 정도로 파악됐고, 현재까지 손실률은 50% 수준이다. 여기에 평균 손실 배상률을 40%로 적용해 추산한 결과다.

물론 정확한 실제 배상 규모는 현시점에서 확정할 수 없다. 앞으로 개별 투자자들과의 협상 결과, H지수 지수 추이 등에 따라 배상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약 1조 원을 충당부채와 영업외 비용(손실) 항목으로 각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에 반영한 뒤 실제 배상액이 이를 초과하면 다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손실을 추가 계상할 수 있다.

충당부채는 지출의 시기 또는 금액이 불확실한 부채를 말한다. 과거 사건이나 거래의 결과로 현재 의무가 존재하고, 당해 의무 이행을 위해 자원이 유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그 의무의 이행에 소요되는 금액을 신뢰성을 갖춰 추정할 수 있는 경우 장부에 반영한다.

충당부채와 같은 금액이 손익계산서에서는 영업외 비용으로 잡히는 만큼, 은행의 1분기 순이익 등 경영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KB뿐 아니라 타 은행들도 주로 손실이 확정된 2021년 1∼7월 판매분(2024년 1∼7월 만기 도래분)을 중심으로 손실·배상 규모를 따진다면, 6개 은행의 올해 1분기 관련 충당금 적립 규모는 최소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들 은행의 올해 1∼7월 H지수 ELS 만기 도래 규모가 모두 10조483억 원에 이르고, 절반의 손실액(5조242억 원) 가운데 평균 40%를 배상하는데 2조97억 원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배상 규모를 100억 원 정도로 추정한 우리은행의 경우 만기 도래액 등을 고려할 때 손실률은 50%로 잡았지만, 배상 비율을 40%보다 다소 높게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판매 규모 자체가 미미해서 가능한 계산법이라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 모임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은행 본사 앞에서 연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깃발을 들고 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 모임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은행 본사 앞에서 연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깃발을 들고 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주 일제히 이사회 결의가 이뤄지면 은행권은 당장 다음 달부터 H지수 ELS 투자로 손실을 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율 배상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개별 투자자들과의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별 배상위원회를 거쳐 배상 비율이 확정되거나, 자율 조정에 실패하면 결국 분쟁조정 또는 소송 단계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의 경우도 ELS 판매 규모(450여 명·500여 계좌)가 크지 않기 때문에 배상 협의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개 은행이 판매한 H지수 연계 ELS 상품 가운데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3조1천393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왔다.

하지만 고객이 돌려받은 돈(상환액)은 1조4천942억 원뿐으로, 평균 손실률이 51.2%(손실액 1조6천66억 원/원금 3조1천393억 원)로 집계됐다.

상품 만기일마다 손실률은 다르지만, H지수가 5,000선 아래로 밀린 지 난 1월 하순 만기를 맞은 일부 상품의 손실률은 약 60%에 이른다.

[전국매일신문] 김지원기자
kjw9190@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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