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학폭 조사관' 도입 한달…교사들 "악성 민원서 벗어났다"
상태바
'학폭 조사관' 도입 한달…교사들 "악성 민원서 벗어났다"
  • 백인숙 기자
  • 승인 2024.04.14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사들 "트집 잡히고 비난받던 상황 벗어나 마음 편하다" 긍정적 평가
초기 사안 파악·학부모 연락 등 교사 맡은 업무 많아 '부담' 의견도
현장선 "교사 업무부담 줄도록 조사관 맡는 업무범위 넓혀야"
'대한민국 비폭력 캠페인' 행사장 나무에 폭력 근절 메시지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한민국 비폭력 캠페인' 행사장 나무에 폭력 근절 메시지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가 도입된 지 한 달여가 지난 시점,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학부모 및 학생 연락, 초기 사안 파악 등 교사들의 관련 업무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와 교사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조사관들이 맡을 업무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폭 조사관 도입 뒤 한 달이 지난 후 현장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학폭 조사관' 제도는 교사들이 맡았던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와 보고서 작성을 퇴직 경찰, 퇴직 교원 등 외부 조사관이 맡고 이들이 가해 학생의 징계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에도 참석하도록 한 제도다.

학폭 관련 조사를 할 때 학부모의 민원이 상당수 발생하기도 했으며, 이는 지난해 일부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불러온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지난달부터 전국 시도교육청에 조사관을 위촉해 학폭 관련 조사를 맡도록 했다.

보통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학폭 가해자'라고 말하면 교사의 중립성을 의심하며 민원을 제기하는데, 학폭 조사관은 사안 자체를 중립적으로 조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민원이 줄어들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월 20일 기준으로 전국의 각 교육청이 위촉한 조사관은 총 1천955명이다.

서울에서는 총 183명의 조사관이 근무 중이며, 필요시 수시로 추가 모집을 진행할 예정이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성동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역량강화 연수 개회식에서 한 조사관이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성동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역량강화 연수 개회식에서 한 조사관이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서 교사들을 해방시켰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업무 측면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폭 조사관은 '조사'를 주로 하기 때문에 초기 사안 파악, 학부모 및 학생 연락, 범죄전력 조회 등 여러 업무를 교사가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공립 초등학교의 한 교감은 "이 제도는 장단점이 혼재돼 있다"며 "악성 민원이 없어진 것은 장점이나, 조사관이 학교에서 일을 하려면 성범죄나 기타 범죄 전력 조회, 초기 학폭 사안 파악 등을 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교사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학교에서 학폭이 발생했을 때는 각 교육지원청 인재풀에 등록된 학폭 조사관 중 시간이 맞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같은 학교라도 학폭 발생 때마다 조사관을 새로 뽑아야 하므로 불필요한 서류 작업이 발생한다.

한 학교에 한 학기당 10건의 학폭이 발생한다면 10명의 조사관을 매번 새로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은 교사가 조사 과정에 의무로 동석해야 하는 것도 교사들을 힘들게 한다. 조사관이 맡는 업무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사의 업무가 늘어난다는 지적에 현장 조사관들은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울의 한 조사관은 "교사 의무 배석은 유연하게 해도 될 것 같다"며 "신고부터 조사 단계까지 조사관이 담당해야지 (교사들이) 학교에서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조사관은 지금까지 총 8개의 학교 조사를 나갔다면서 흥분한 아이들이 조사관이 등장하기 전까지 계속 싸우는 일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이렇게 학교 폭력이 감정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세세한 것까지 얽매여서 '법정'처럼 변한 것 같다"며 "저도 깜짝 놀랄 만큼 윽박지르는 부모도 목격한 적이 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 번 조사를 나가면 4시간 이상 조사해야 해 만만찮은 일이라고 한다.

그는 "한 학교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교육청 2번, 학교 1번 등 총 3번을 방문해야 하며, 조사 보고서를 쓰는 것도 만만찮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확실히 조사관이 나서니까 학부모 입장에서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학생들도 (조사 과정에서) 흥분이 가라앉는 것 같다"고 학폭 조사관 제도의 장점을 말했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만큼, 현장 의견을 수렴해 정비해나가면 모두에게 이득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수시로 조사관의 의견을 받아 컨설팅하고 있다"며 "제도가 도입된지 얼마 안 된 만큼 좀 더 지켜보고 학교 현장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매일신문] 백인숙기자
insook@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