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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행사 새로운 논의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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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행사 새로운 논의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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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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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3개국 순방차 에티오피아를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상시 청문회' 개최를 핵심으로 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해외순방 중인 박 대통령이 이날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국회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결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29일까지인 19대 국회 회기 내에 본회의 소집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28, 29일이 휴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날은 사실상 19대 국회의 마지막날로 볼 수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순방 중에 전격적으로 거부권 카드를 꺼내든 것은 19대 국회 회기 내에 재의요구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폐기되고, 20대 국회가 이를 재의결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회법 개정안이 규정하고 있는 '소관 현안을 조사하기 위한 청문회'가 헌법의 근거 없이 행정부와 사법부 등에 대한 새로운 통제 수단을 신설한 것이어서 권력 분립,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재의요구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야당이 '의회 민주주의 거부'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는 등 20대 국회 개원 전부터 정국은 크게 경색되고, 박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간 청와대 회동 이후 높아졌던 협치(協治)에 대한 기대도 흔들리게 됐다. 정부는 상시 청문회를 가능케 만든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아닌 통제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헌법상 국정조사 제도가 유명무실화될 우려가 있으며, 상시로 청문회가 개최되면 방대한 자료제출, 증인 출석 등의 부담으로 행정부 업무 마비와 행정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지금까지 국회 청문회가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고 검증하기보다는 증인과 참고인들을 무차별적으로 불러다 호통치고 면박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많은 공무원이 청문회장에 줄줄이 대기하면서 장시간 행정 공백을 발생시키는 경우도 다반사였다는 점에서 정부의 우려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청문회 문화가 달라진다면 상시청문회가 오히려 일하는 국회로의 전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리얼미터의 지난 25일 조사 결과 응답자의 57.6%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대한다고 답한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의회 청문회가 하루에도 수십 건 열리는 경우가 있지만 국정 마비가 초래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제기됐고, 여소야대 지형으로 재편된 20대 국회에서의 원만한 정국운영을 위해 정무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거부권 행사 결정에 야권을 중심으로 실망과 아쉬움을 제기하는 것도 수긍이 간다. 국회로 되돌아가게 된 국회법 개정안의 19대 임기 만료에 따른 자동폐기 여부에 대한 법리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야 3당이 재의결이든 재발의든 간에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재추진할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어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향후 논의 과정에서 청문회 관행에 대한 개선이나 보완책이 함께 모색되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논란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번 거부권 행사가 소모적 갈등의 증폭보다 종합적 측면을 고려한 새로운 논의의 출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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