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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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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6.06.0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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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로 간주되는 ‘금품’에는 돈과 유가증권, 부동산은 물론 초대권·할인권과 골프·식사 접대, 인사상 특혜 등 모든 유형·무형의 이익이 포함된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부조를 위한 소액의 식사나 선물은 허용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직무 관련이 있는 사람에게서 3만원 넘는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5만원 넘는 선물 또는 10만원 넘는 경조사비를 받아도 마찬가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오는 9월 28일 시행 예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서 위임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한 '청탁금지법 시행령(안)'을 지난주 입법예고했다. 이 법이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이유는 국민권익위원회가 2012년 8월 공직자가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 처벌하는 내용의 '공직자의 청탁 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을 입법예고했는데 당시 권익위원장이 김영란 위원장이었다. 이 때문에 김영란 전 위원장의 이름을 따 '김영란법'으로 불리게 됐다. 이 법은 2010년 '스폰서 검사', 2011년 '벤츠 여검사' 등 공직자의 부정부패 비리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공정사회 구현과 국민과 함께하는 청렴 확산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권익위가 최근 입법예고한 청탁금지법의 원안인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은 입법 예고부터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1년 뒤인 2013년 7월에서야 국무회의를 통과해 그해 8월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에 제출된 뒤에도 '법의 적용대상이 광범위하고 위헌소지가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입법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 이유다. 그러나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입법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 법은 지난해 3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마침내 법 제정을 마쳤다. 비로소 이 법안은 1년 6개월 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을 앞두게 됐다.
하지만 권익위가 이 법의 시행령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음식점과 유통업계, 축산·화훼 농가 등 각계각층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물 가격이 5만 원으로 제한이 되면서 한우나 화환 선물은 불가능해졌다며 관련농가가 반발하고 있다. 식사 대접 상한액이 3만 원으로 설정되면서 요식업계나 주류 업계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비 둔화 등 더 심한 경제 불황이 우려된다는 것.
우리 국민 대다수는 공직사회에서 일어나는 알선·청탁이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부패에 해당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2014년 권익위의 공직사회의 부패 수준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4.3%가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형법상 뇌물죄는 뇌물이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또한 공직을 수행하면서 소속 기관에 가족을 특혜 채용하거나 미공개 정보를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이해 충돌’의 상황이 발생해도 이를 사전에 방지해 부패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공직자의 뒤를 봐주는 ‘스폰서’ 행위나 ‘떡값’과 같은 금품수수 관행과 금품수수가 수반되지 아니하는 부정한 청탁이 부패의 주요 원인이자 부패행위로 직결되는 폐해인데도, 이런 행위는 현행 형법,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및 공무원행동강령과 같은 반부패 법령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공직 부패를 근절한다는 김영란법의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무엇보다 비중을 뒀던 공직자 이해 충돌 부분은 빠졌다. 특히 국회의원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부분에서도 교묘히 직무 관련성에서 빠져나갈 통로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사립학교 교사와 언론인까지 포함시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다. 배우자를 포함시킨 것도 과잉이다. 법 적용을 받는 사람만 200만명에 달하고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400만명이나 된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2700만명의 15%에 달하는 숫자다.
김영란법은 현행 형사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적 법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혁신적 법률의 경우 법률의 제정만으로 의도하는 모든 문제를 일소하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과잉 또는 위헌 소지가 있는 부분은 앞으로 공청회를 거치며 다듬을 필요가 있다.
이들이 모두 김영란법에 묶이면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가 설 땅을 잃는다. 서비스 부문에선 83조원 규모의 외식산업, 15조원 규모 골프 산업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시행령안이 입법 예고되면서 시행령 제정까지 4개월 가까이 남아있다. 권익위는 부정부패란 빈대를 잡으려다 경제라는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남은 기간동안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견해를 듣고, 시행령 제정안에 불합리한 규제가 있는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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