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기획특집] 물밑 '합종연횡'으로 감투 나눠먹기 전국 지방의회 의장단 '깜깜이 선거'
상태바
​[기획특집] 물밑 '합종연횡'으로 감투 나눠먹기 전국 지방의회 의장단 '깜깜이 선거'
  • 서정익기자
  • 승인 2016.06.24 0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사회, 전국 지방의회 의장단 '깜깜이 선거' 개선 촉구

전국 지방의회가 일제히 후반기 원 구성에 돌입한다. 남은 2년의 의회를 이끌어갈 의장단을 누가 맡느냐가 단연 지역사회의 관심사다. 그러나 어떤 인물이 어떤 포부와 의지를 갖고 지방의회를 이끌어 갈지 궁금하지만, 지역주민들은 누가 후보감인지조차 알 길이 없다. 물밑 합종연횡을 통해 감투 나눠 먹기를 하는 ‘교황 선출 방식’으로 의장단을 뽑기 때문이다. 애초 도입 취지는 좋았다. 교황을 선출하듯 이전투구나 과열 경쟁 없이 정파를 초월해 신망받는 인물을 선출하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지방의회 부활 25년이 지나면서 ‘교황 선출’이라는 허울만 남았을뿐 누가 출마하는지, 자질은 제대로 갖췄는지, 지역주민들은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로 전락했다. 의원들, 그것도 다수당 의원들이 물밑에서 정리하면 그걸로 그만이다. 이 과정에서 상임위원장 등 감투 나눠 갖기를 위한 ‘합종연횡’이 이뤄진다. 뒤늦게 자질 논란이 불거지고,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마 위에 오르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은 교황 선출 방식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고차원의 제도를 운용할만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지방의원들이 욕심만 과도하게 냈다는 비판과 함께 문제점만 적나라하게 드러낸 교황 선출 방식의 의장단 선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의회 의장단을 교황 선출 방식으로 뽑도록 법으로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는 의원 중에서 의장과 부의장을 무기명투표로 선거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세부 선출 방식은 각 의회 재량에 맡겼다.

1991년 3월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지방의회들이 한결같이 택한 것이 교황 선출 방식이다.

별도의 후보 등록 없이 전체 의원이 후보가 돼 무기명 비밀투표로 의장이나 부의장을 뽑는다.

전국 17개 광역의회 중 부산시·광주시·대전시·울산시·강원도·전남도·경남도의회 등 7곳을 제외한 10개 광역의회는 여전히 이런 교황 선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애초 선의의 도입 취지와는 달리 교황 선출 방식은 상당히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다수당의 밀실 합의 추대와 그에 따른 정당 간 갈등, 의원끼리의 ‘야합’ 등이 대표적인 폐단이다.

공개적인 유세나 선거운동 없이 물밑에서 지지 의원들을 확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임위원장 보장 등 자리 나눠 갖기가 횡행하고 금품이 오가는 일도 있었다.

다수당 의원들끼리 자리 보장을 해주다 보니 여야 간 ‘신의’를 저버리는 원 구성이 돼 지방의회가 극심한 파행을 겪기도 한다.

2014년 7월 출범한 제10대 충북도의회(총 31석) 전반기 원 구성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야당과 갈등을 빚던 다수당인(당시 21석) 새누리당이 힘의 논리를 앞세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싹쓸이’했다.

이에 반발한 더민주당(10석)이 의정활동을 전면 보이콧했고, 이언구 의장을 인정하지 않아 결국 지난 2년의 전반기 내내 도의회 의정활동이 파행 운영됐다.

모든 의원이 후보가 되다 보니 다수의 사표가 발생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강원도의회는 2012년 8대 후반기 도의장 선거 과정에서 다수의 의원이 1표씩 받는 촌극이 연출됐다. 결국 공론화를 거쳐 이번 후반기부터 교황 선출 방식을 폐기하고, ‘후보 등록제’를 도입하게 됐다.

강원도의회처럼 후보 등록제를 도입한 광역의회는 7곳, 기초의회는 그 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많은 지방의회가 교황 선출 방식을 고수한다.

충북의 경우 도의회는 물론 지역 내 11개 시·군 의회 모두 교황 선출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후보 등록제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후보 등록제 도입만으로 교황 선출 방식의 폐단이 모두 사라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2010년 후보 등록제를 도입한 부산시의회는 이후 후보 난립과 의원 줄 세우기로 오히려 선거 과열 양상을 불렀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깜깜이’ 교황 선출 방식은 폐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후보 등록제에 추가적인 공개 검증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부족한 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의 공통된 견해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후보 등록제 도입을 전제로 도덕적 흠결이 있는 의원이 의장단에 선출되는 일이 없도록 출마 자격을 제한하는 행동강령을 마련하고, 의회 운영 계획과 공약을 제시하는 정책토론회 등을 연다면 교황 선출 방식의 폐단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제도 변화에는 새로운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를 또다시 개선하고 바로 잡아가는 과정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지향점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국매일신문] 서정익기자
seo@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