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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를 저지르는 벼슬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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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를 저지르는 벼슬아치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6.07.2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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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거짓말인가?’ 하는 의혹이 생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말이다. 우 수석은 최근 한 언론에서 2011년 3월 18일 넥슨과 처가의 1300억원대 부동산 거래 비리 의혹을 제기하자 “처가 소유의 부동산 매매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또 관련한 보도를 한 언론사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사실 이러면 평범한 ‘개돼지’들은 멍청하게도 ‘우 민정수석이 음해를 당했군’ 하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 거짓말이 화근이었다.
우 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지고 있다.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거래 의혹은 가짓수도 내용도 풍부하다. 특히 ‘관여한 바 없다’던 넥슨과 처가의 부동산 거래 현장에 우 민정수석이 있었다는 추가 보도가 하이라이트다. 이어 추가된 의혹들은 넥슨으로부터 ‘슨넥’이란 이름으로 송금받은 4억 2000여만원으로 주식을 사서 120억원대의 대박을 친 진경준 검사장의 인사검증 부실 의혹, 전관예우로 얼마의 돈을 벌었는지도 가늠이 되지 않는 오피스텔만 123채인 홍만표 변호사와 ‘몰래 변론’한 의혹, 의무경찰인 아들을 꽃보직으로 이동시키는 등의 권력남용 의혹 등이다. 참으로 버라이어티하다.
`청렴은 목민관의 본질적인 의무다. 만 가지 선의 근원이고 덕의 뿌리이다. 청렴하지 않고는 목민관을 잘할 수 없다.(廉者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不廉而能牧者 未之有也)`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공직자의 본질은 `청렴`이라고 설파한다. 200년 전에 쓴 이 책은 치국안민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희귀한 저서로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훌륭한 유산이다.
진경준 검사장의 독직비리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잇단 의혹제기를 계기로 공직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눈총이 따갑다. 민초들은 드러난 일들이 필경 빙산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키워가고 있다.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돈과 권력은 달콤해서 반드시 썩는다`는 진리를 넉넉히 체득해왔다. 도대체 이 나라 공직자 비리의 끝은 어디이고, 해결책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발본색원할 비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오는 9월28일로 시행을 앞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 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문제가 정치권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김영란법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크게 3가지다. 언론인·사립교원을 적용대상에 넣은 조항의 과잉금지 원칙 위배 여부, 낮게 책정된 수수 허용액으로 인한 농어촌 피해 문제, 국회의원들을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킨 제5조 제2항 3의 적절성 여부 등이다.
더욱이 공공성이 높다손 치더라도 ‘주식회사’ 직원인 ‘기자’를 규제대상에 포함한 부분은 명백한 과잉이다. 언론의 기능은 공공성이 크지만 법률적으로 언론사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사기업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법을 발의한 김영란씨는 물론, 국민권익위·규제개혁위, 국회의원 등이 기자들을 공무원에 준하는 법률적 반열에 올리려면 국민연금 수령 대상인 기자들을 ‘공무원연금(기자연금)’ 수령대상에 흡수·포함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특히 농어촌과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연 11조원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 문제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28일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계기로 법의 내용을 명확하게 해서 법 시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제아무리 효과가 좋은 항암제라고 하더라도 정상세포를 함께 망가뜨리는 신약은 결코 좋은 치료제가 아니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
공수처 신설 문제는 해묵은 과제다. 지난 1998년 국민의 정부에서 `공직비리수사처`를 추진하다가 검찰의 반발로 무산된 이래, 참여정부 들어서도 `공직자부패수사처`신설이 좌절된 바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공수처 추진 공조에 합의했다. 더민주당은 공수처 수사범위에 판검사·국회의원·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를 포함하는 쪽으로 얼개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새누리당은 반대다. 새누리당은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국가수사시스템을 2년 만에 또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진석 원내대표는 25일 혁신비대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 신설은 위헌성, 옥상옥 논란 등의 문제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도 “검찰 스스로 개혁이 지지부진할 경우 공수처 신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작금의 여론 향배를 의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땀’의 가치는 무겁고 크다. 아니 고귀하다. 반면 일하지 않고 버는 불로소득은 가볍고 작기 그지없다. 그래서인가. 중국 당송 팔대가 중 한 명인 대문호 소동파는 “아무 까닭 없이 천금을 얻는 것은 큰 복이 아니라 반드시 큰 재앙이 있을 것이다.(蘇東坡曰 無故而得千金 不有大福 必有大禍)”라고 일갈했다.사리가 이러하기에 부를 쌓아도 방법이 정당해야 한다.
하물며 공복(公僕)인 관리가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를 하는 것은 사회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큰 범죄다. 물론 관리의 비리 역사는 짧지 않다. 조선에선 아예 부패한 관리를 ‘낮도둑(晝賊)’이라고 불렀다. 명종, 선조 때의 문신이자 청백리인 이기(李?)는 함경도의 수령들이 가혹한 징수와 혹독한 형벌을 일삼아 낮도적이라 불렸다고 문집 ‘송와잡설(松窩雜說)’에 실었다.
또 성균관에 대해선 ‘조정에서 낮도둑을 모아서 기르는 곳(朝廷聚會晝賊而長秧之處)’이라고 기록했다며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이를 인용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명나라의 학자 장한(張瀚)은 ‘송창몽어(松?夢語)’라는 저서에서 “관복 입은 도적을 제거하기는 어렵다(去中國衣冠之盜難)”라고 강조했다. ‘갓 쓴 도둑’이란 말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높은 뜻을 품고 사는 진정한 벼슬아치인 줄 알았는데 실은 의관(衣冠)을 갖춘 도둑(之盜)이라는 말이다.
청렴에 대한 정약용의 사상은 추상같다. `목민심서` 율기 편에서 그는 `오직 선비의 청렴은 여자의 정조와 같다. 털끝 하나라도 더러워지면 죽을 때까지 결점이 된다.(惟士之廉 猶女之潔 苟一毫之點汚 爲終身之?缺)`고 말한다. 청탁(淸濁)은 사람 마음이 하는 일이다. 정약용의 정신에 비춰보면 김영란법이고, 공수처고 다 무슨 소용이랴 싶다. 나라에서 공무원들에게 `목민심서`를 백날 눈으로만 읽히면 무얼 하나. `목민심서`를 가슴으로 읽는 공직자들이 많아야 공직사회가 바뀌고 나라가 달라진다.
이 같은 악습이 오늘날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음이 재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몇 년째 말레이시아, 필리핀, 중국 등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정치경제리스크컨설팅시(PERC)는 한국사회에서 인허가, 규제·검사기관 등에서 뇌물관행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보고서를 낸 것이다. 본분을 망각한 일부 정치인과 관리의 일탈이 전체 공직자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있다. 청렴사회가 언제쯤 구현될까. 아니, 가능하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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