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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없는 창조적 발전은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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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없는 창조적 발전은 공염불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6.08.08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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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준 권력은 나눠서 폭주를 막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권익을 강화하기도 하고 분할된 권력은 당연히 끊임없이 다투면서 성장하게 된다. 법으로 권한과 책임을 명시하는 것도 다툼과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툼과 갈등은 파국적 결말로 치닫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어느 집단끼리 이해관계가 상충하면서 법을 도입하는 과정은 녹록치 않다. 미국의 건국 과정을 살펴보면 엄청난 희생이 뒤 따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버지니아를 비롯한 13개 식민지는 1783년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했다.
승전은 식민지의 지위를 바꿔놓았다. 13개 식민지는 13개 주로 전환됐다. 이들은 스스로를 하나의 국가로 여겼다. 북부와 남부, 동부와 서부 사람들은 군대에서 연대의식을 다졌다. 이들은 참호에서 함께 피와 땀을 흘리며 공통분모를 키워나갔다. 보스톤 청교도들은 어릴 적부터 "버지니아의 국교도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나 다름없다"고 배웠다.
하지만 전우로서 만난 버지니아 국교도는 달랐다. 자신들처럼 자유를 갈망하고, 동료를 존중하는 신사였다. 유대감은 일체감으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했다. 볼티모어 시민은 자신을 메릴랜드 사람이라고 여겼고, 보스톤 시민은 스스로를 매사추세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공동의 적(敵)이 사라지자 13개 주는 다시 갈등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뉴욕은 뉴저지에 대해 관세장벽을 세웠고, 코네티컷은 뉴욕을 상대로 불매조치를 단행했다. 13개 주는 공동 과제를 처리하기 위해 연합규약을 만들었다. 연합규약은 무력했다. 각 주는 연합의회에서 1표씩 투표권을 행사했다. 3개 주가 반대하면 안건은 부결됐다. 더욱이 법을 만들었지만 집행기관은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 권력의 진공 상태는 무질서로 이어졌다. 때마침 농민 봉기가 일어났다. 빚에 쪼들리는 농민들이 재산 압류에 항의해 법원과 무기고를 습격했다. 이들은 토지 공동 소유를 요구했다. 영국에 맞서 모든 국민이 함께 아메리카를 지켰으니까 땅도 공동으로 소유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대지주들을 중심으로 민병대를 조직한 후 가까스로 농민 반란을 진압했다. 연방 정부의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졌다. 주들끼리의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서라도 연방 정부는 필수였다. 각 주 대표들이 1787년 3월 연방 정부 수립을 위한 헌법 제정 방안을 논의했다. 인구가 많은 주들은 연합의회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각 주가 무조건 1표씩 의결권을 행사했기에 상대적으로 손해였다. 인구와 직접세 징수 실적을 바탕으로 대표를 선출하자고 주장했다. 치열한 격론 끝에 타협안을 이끌어냈다. 하원은 인구 비례로 대표를 선출하고, 상원은 무조건 각 주에서 2명의 대표를 뽑기로 했다. 공화주의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선동 정치를 저지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연방정부의 권한도 확정했다. 연방정부는 국채 상환과 국가 방위를 위한 과세, 주간 또는 외국과의 통상, 화폐 발행, 우편, 군대 징집 등에 대한 권한을 확보했다.
나머지 권한은 주 정부에 위임했다. 연방정부에 권한을 몰아주는 것은 최대한 피하려고 애썼다. 그래야 자율과 자유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개헌 논의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등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을 막기 위해 분권형 권력구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정부 형태는 '혼합형 대통령제'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제라고 하지만 의원내각제도 가미된 형태다. 제왕적 대통령제도 아니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지만 국회에서 해제를 요구하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회해산권도 없다.
협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통령을 제왕처럼 느낄 뿐이다. 중앙정부의 권력구조 개편 주장은 보다 쉬운 집권을 위한 정치공학적 냄새를 풍긴다. 개헌은 지방정부의 권한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게 시대 흐름에 맞다. 전세계가 도시권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도시 지역이 전세계 GDP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제는 국가간 경쟁이 아니라 도시권간의 경쟁이 벌어진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중앙정부 주도로는 경제 활력을 제고할 수 없다. 한 시간이면 오갈 수 있는 부산, 울산, 창원에 따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운영한다.
중앙정부 중심의 '1/n'식 접근의 한계다. 이런 거버넌스로는 창조적 발전은 공염불에 그칠 수 밖에 없다. 개헌을 통해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를 외면하면 우리가 아니라 그들을 위한 헌법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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