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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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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가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6.08.30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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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 열광했을까? 왜 그리 신나는 그해 겨울이었나? 그해 12월 우리는 춤을 추었다. 두팔벌려 만시를 부르며 환호의 열광을 보냈다. 대한민국 초유의 여성 대통령, 아버지 대통령의 딸 대통령, 부녀대통령, 그 해 겨울만큼 우리는 희망의 대한민국을 기대했던 겨울도 없었다. 대한민국이 들썩이도록 우리는 환호했고 희망의 나라를 구가(謳歌)하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그러나 한 해가 지나고 두해가 지나 어느덧 3년의 세월이 지나고 또 반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무엇을 얻었으며 무엇이 그날의 환호에 부응(副應)했던가를 스스로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는 무너져 바닥을 치고,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가계부채는 한도를 넘어 숨이 끊어질 정도로 서민들을 옥죄고 있다. 젊은이들은 취업의 길이 막혀 이력서 백장을 써내도 받아줄 기업이 없어 부모님 눈치를 보다가 PC방이나 찾아 하루를 소일하고 지내기가 허다하다. 젊은이들의 머릿속엔 헬조선이란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나라로 변해 가고 있는 것이다.
나이 40에 권고퇴직 당하고 식당이라도 해볼까 이리저리 거리를 헤매는 중년의 실업자 나라에서 창조경제란 과연 어떤 인지, 아직도 해답을 못 찾는 국민들의 눈을 뒤집어 놓은 것은 ‘송로버섯’ ‘샥스핀찜’ ‘캐비어셀러드’ ‘능성어’ ‘바닷가재’ ‘훈제연어’ ‘한우갈비’ 등 입이 딱 벌어진다. 당 대표 초청 오찬메뉴란다.
무엇이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가. 우리는 지금 우리나라의 대단한 정부를 보고 있다. 대단한 청와대를 보고 있다. 정부의 고위공직자가 우리 국민들을 개돼지로 취급하더니 이제는 대통령까지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것 같다. 대한민국 모든 언론, 심지어 보수언론까지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나 대통령과 민정수석은 요지부동이다.
민정수석이 사의(辭意)를 표해도 대통령은 사퇴 시킬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다. 야당은 한 달이 넘도록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나 대통령의 생각은 다르다. 왜 그럴까? 우병우 민정수석이 없으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일까? 국무총리도, 국회의장도, 대법원장도 뛰어넘을 민정수석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일까?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한 우리 헌법처럼 가치가 정부의 권력에 쓰레기 통으로 던져버린 느낌이다. 국가사회주의를 지지했던 독일의 슈미트는 권위와 통치를 구분하는 서구의 정치적 전통을 비판하며 총통의 지도력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자 했다. 최고지도자를 지키는 슈미트 같은 맹종의 신하들이 청와대는 필요했던 것인가.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그 자체가 되어 국민 위에 군림하며, 그와 동시에 행정부의 수반이 되어 국가를 통치하는 절대국가 체제를 추구하는 것이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이런 완전체로서의 국가형성을 위한 전략무기였을까? 대통령이 일개 민정수석에 관한 문제에까지 국기문란을 거론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일까?
그것은 ‘우병우 일병 구하기’ 이전에 절대권위에 흠집나는 것에 대한 권력자의 아집에 다름이 없다. 최고의 권위는 무결점의 완전체여야 함에도 사소한 흠결만으로도 그것이 무너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이 개인비리에 불과한 사건을 대통령 흔들기로 간주하고 이를 국기문란으로 표현하는 것은 절대 권력을 위한 자기방어술인 셈이다.
다시 한 번 우리는 왜 그때 그렇게 고함을 지르고 환호했을까. 왜 그때 12월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을까. 지금 생각해도 멍청한 국민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 해 겨울 광화문 광장을 가득매운 국민들 앞에서 “대한민국과 결혼했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던박근혜 대통령을 믿었던 국민에게 잘못이 있었단 말인가.
국민을 보고 식물정부라고 되묻는 것인가.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라지만, 우리 헌법은 이렇게 혼이 사라지고 형(形)조차도 망그러져 권력만이 난무하는 국기문란의 헌법이 되어 간다. 헌법도 역사도 비정상적이 되어가는 오늘, 찌는 듯 했던 폭염을 뒤로하고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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