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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합·치유' 메시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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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합·치유' 메시지 전한다
  • 이신우기자
  • 승인 2014.08.10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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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3월 즉위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거의 모든 일정마다 종교와 지역을 초월한 세계적 이슈를 만들어내곤 했다. 바티칸 개혁과 가톨릭의 유럽중심주의 탈피, 분쟁 중재 노력을 비롯해 취임 1년5개월에 걸친 그의 주요 발자취를 짚어본다. 10일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3일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뒤 베드로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서로를 위해 기도합시다. 형제애로 맺어진 온 세상을 위해 기도합시다”라고 첫 인사를 했다. 최초의 예수회 출신이자 아메리카 대륙 출신인 그가 교황명을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은 소외된 자, 그늘에 있는 자들을 위해 빛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은 추기경 자문단 구성으로 시작했다. 취임 한 달 만에 추기경 8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렸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등 대륙별로 한 명씩 선발했다. 바티칸시국 총리 주세페 베르텔로 추기경과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 산하 국제구호기구인 카리타스 인터내셔널 총장 오스카르 마라디아가 추기경도 자문단에 포함됐다. 올 들어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도 합류하면서 자문단은 9인 체제가 됐다. 자문단의 최대 임무는 교황청 조직을 시대의 요청에 맞게 재편하는 일이다. 교황은 자문단을 상설기구로 만들고 교황청 및 교회 개혁의 중요성과 지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교황이 추구하는 ‘가난한 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향한 개혁의 첫걸음은 바티칸은행에서 시작했다. 바티칸은행은 마피아의 돈세탁 창구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지난해 6월 바티칸은행의 활동과 역할을 획기적으로 손질하기 위한 교황청 금융안정위원회가 출범했다. 바티칸은행의 운영과 관련한 정보를 교황에게 보고하는 게 주 임무다. 교황은 바티칸은행의 회계감독을 세계적 회계법인에 맡긴 데 이어 지난달에는 프랑스 출신 장 바티스트 드 프랑쉬를 신임 행장에 임명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7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 밖의 첫 방문지로 택한 곳은 이탈리아 최남단의 섬 람페두사였다.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자유와 일자리를 찾아 유럽으로 가기 위해 거치는 곳이다. “바다에 빠져 죽는 난민들의 소식을 접하고 방문을 결심했다”는 교황은 ‘배들의 공동묘지’로 불리는 해안 인근에서 조그만 보트 위에 제대를 차리고 미사를 주례했다. 관심이 쏠린 교황의 첫 해외 방문지는 브라질이었다. 지난해 7월 세계청년대회 참석자 브라질을 찾은 교황은 청년들을 만나고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를 찾아가 주민들과도 대화했다.  지난해 11월 교황청은 이례적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세계 각 교구와 본당을 대상으로 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수용 여부와 피임, 동성애, 이혼 등 가정 관련 문제를 조사한 것이다. 가족, 성, 생명윤리 문제에서 극도로 보수적 입장을 취해 온 가톨릭이 이처럼 현장의 목소리를 취합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조사 결과는 오는 10월 가정사목을 주제로 열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에서 기초 자료로 쓰인다. 지난해 11월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권고 ‘복음의 기쁨’이 나왔다. 복음의 기쁨에는 복음을 통한 교회 쇄신과 사회 개혁에 관한 그의 생각이 집약돼 있다. 5장 288항에 걸친 권고에서 교황은 선교적이고 관대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가톨릭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명확히 제시한다. 지난 2월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를 통해 한국어로 번역 발간된 복음의 기쁨은 지금까지 7만 5000부 가량 팔렸다. 국내에서 나온 교황 관련 서적 중 최다판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교황 문헌은 독자 대부분이 성직자와 수도자, 신학 연구자인 특성 때문에 지금까지는 판매량이 보통 3000∼4000부밖에 안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심심찮게 터져 나오던 가톨릭 사제들의 어린이 성추행에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교황청은 지난 3월 아동성추행 대책위원회를 설립해 성직자 행동강령을 정비하고 예비성직자 심사도 강화했다. 평화와 화해를 위한 교황의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해 세계 정교회 수장인 콘스탄티노플의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를 만나 교회일치를 논의했다. 1964년 교황 바오로 6세와 정교회 아테나고라스 총대주교가 동서교회 분열 910주년을 맞아 서로에 대한 파문을 폐기하고 화해를 이룬 것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지난 6월 8일 열린 교황청 평화기도회에는 5월 중동 방문 당시 교황의 초대를 받은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참석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분쟁을 해결하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염원이 반영된 자리였다. 교황은 이어 6월 21일 마피아 파문 선언으로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마피아의 한 분파인 ‘은드란게타’의 본거지 칼라브리아에서 미사를 갖고 “마피아처럼 악의 길을 따르는 자들은 신과 교감하지 않는다. 마피아 단원들은 파문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초종교적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첨예한 사회적 갈등을 겪는 한국에서 평화와 통합, 치유를 위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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