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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리랑 축제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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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리랑 축제를 위하여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6.09.2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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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가히 ‘축제의 나라’로 불릴 만하다. 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기초 229개, 광역 17개)에서 개최되는 지역 축제는 1214개로 집계됐다. 축제 기간을 하루씩만 계산해도 하루 약 5개 정도의 축제가 전국에서 개최되고 있는 것이다. 축제산업의 소비지출 규모는 3조 5000여억원으로 영화산업 전체 매출 규모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시·도, 시·군·구 등 각 지자체들은 축제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주민의 경제적 소득 창출, 지역 이미지 향상 등 그 파급효과를 경험하면서 지역의 고유한 특색의 문화·자연·인문환경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발전시켜 지역축제를 육성하는데 적극 참여하고 있다.
문화 행사가 드물었던 시절에 학교 운동회는 동심들에겐 최고의 축제였다. 그런 축제 마당이 탈 없이 펼쳐지려면 하늘이 도와줘야 했다. 가을 땡볕에 새까맣게 그을리며 몇 날 며칠 전교생이 맹연습한 매스게임도 운동회 날 비라도 내렸다가는 말짱 도루묵. 행여 운동회가 취소라도 될까 봐 며칠 전부터 아이들은 날씨에 애가 닳았다. 달무리 지면 다음날 비가 온다는 어른들 말에 목 빼고 밤하늘을 올려다봤던 기억들이 있다. 쨍한 가을볕에 만국기, 하얀 석회 가루로 트랙이 말끔히 새 단장된 흙 운동장.
운동장이 오로지 흙이었던 시절의 가을 운동회 풍경이다. 그러고 보면 기성세대들에게 흙의 가치는 부지불식간 그렇게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 섭리에 대한 경외도 막연하나마 그때 깨우쳤던 것 같다.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라 할 만하다.그 지역의 특색과 특징을 살려서 볼거리, 즐길거리가 다양하고 다채롭다면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을 남길 것이다.이탈리아 아씨씨 스펠로 마을에서는 성체 축제 기간 중 축제를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 주변 환경을 아름답게 만든 집을 선정해 ‘축제를 빛낸 집’이라는 문패를 붙여 준다고 한다.
골목길과 거리나 집을 갖가지 꽃으로 장식하여 무채색의 골목을 환하게 밝히고, 스토리를 만들어 관광객들은 축제도 즐기고 골목투어를 통해 또 하나의 문화를 체험하고 즐거워한다는 것이다.이렇게 축제 기간이 끝나도 한번 형성된 아름다운 골목길은 주민들의 관심으로 사계절 나무와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고 한다.
축제가 성공적이었는가 아닌가 하는 평가는 축제라는 단어의 원래적 의미로 봤을 때는 아리송한 말이다.축제(祝祭)는 한자의 어원으로 알 수 있듯이 ‘제의(祭儀)’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풍요로운 수확에 대한 신의 은총에 감사하고 또는 다산과 번영을 기원하는 차원에서 벌어지는 것이 축제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축제는 요즈음의 전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을에 많이 열리기 마련이다.
아리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다. 게다가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으니 한국하면 아리랑이고 아리랑하면 한국을 기억하게 됐다. 이별의 한으로 불린 애가이지만 가락 속에는 상심을 삭이는 흥겨움도 있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어느 곳에서나 즐겨 부르던 아리랑이다.아리수의 상류에서 불린 노래가 가장 슬프게 와 닿는 정선아리랑이다.
아리랑은 오랜 시대를 겪으면서 지역에 따라 가사가 다르게 불리거나 숱한 사연들을 포용해왔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군가로, 망향의 노래로 애창되었다.독립군들은 이역만리 만주에서 일본군에게 포로가 되어 죽는 순간까지 아리랑을 힘차게 불렀다고 한다. 민족정신을 일깨웠던 항일의 노래이며 반전의 외침이었다.
6.25전쟁 당시에도 아리랑은 민중의 상심을 달래주는 노래로 자리 잡았다. 강원도 정선 아리랑학교 추억박물관에는 전쟁과 관련한 귀중한 아리랑 자료들이 소장되어 있다. 미군들이 참전 기념으로 박은 포스터에도 아리랑이 소개됐다.  이렇듯 아리랑의 연면한 계승은 한국을 일깨우는 정신이며 상심을 치유하는 힘이었다.
아리랑이 민족의 노래로 승화된 데는 망국의 역사가 있었다. 나라를 떠난 해외동포들이 망국의 한을 달래고 공동체 회복을 꿈꾸며 눈물의 아리랑을 불렀고, 해방 후에는 민족의 노래로 탄탄히 자리잡았다. 남북공연이 되든, 국제경기가 되든 남북이 '단가'처럼 함께 부르는 노래는 늘 아리랑인 것은 이런 연원을 갖고 있다.정작 우리는 잘 모를지라도 외국에선 아리랑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네스코가 '아리랑상'을 제정해 시행 중이고,세계 147개국 동포사회와 한국전쟁 참전 19개국에서 애창되는 한민족의 노래가 바로 아리랑이다.
이토록 소중한 아리랑이건만 우리가 얼마나 알고 사랑하는가는 또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 막상 이 노래를 잘 모를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이를 귀하게 전승하려는 현실적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아리랑의 대한 우리의 인식은 의외로 낮다.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리랑의 본향이 강원도 정선이며 이곳 아리랑이 조선조 말 경복궁 중수를 계기로 전국에 퍼져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등이 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명사십리가 아니라면은 해당화는 왜 피며.모춘 삼월이 아니라면은 두견새는 왜 우나.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강원도 정선을 여행하면 누구나 한 번쯤 듣고 흥얼거리는 정선아리랑의 한 대목이다. 정선아리랑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라도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하는 가락은 누구나 알만큼 유명하다.
우리도 전국적인 큰 축제인 ‘정선아리랑축제’를 일주여 앞두고 있다.손님 초대나 집안 행사를 앞두고 대청소를 하고 정리정돈에 마음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리 환경 정비와 내가 사는 곳 주변 청소를 하고 단장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좋은 집이란 비싸고 화려한 물건들로 채워져서 멋있는 것이 아니다. 감각적이고 깔끔하여 가족들의 분위기를 잘 살린 편안한 집이 우선일 것이다.
요즈음 어디를 가나 시설은 엄청나게 좋아졌는데 그 환경에 걸맞은 의식을 가지지 못하고 개념을 망각한 사람들이 많음을 보게 된다.기계나 환경은 점점 좋아지는데 사람의 심성은 점점 나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해 볼 때가 자주 있다.도심 속 환경미화라는 것은 비단 환경미화원만의 몫이 아니다.내 집 앞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일이라든지 골목길이나 자투리 공간을 눈살 찌푸려지는 것들로 채우지 않는 시민의식을 가진다면 우리 주변의 환경은 훨씬 더 아름답고 정감 있을 것이다.
적어도 행사를 치르고 손님을 맞이하는 기본 자세는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진정한 축제란 화려하고 휘황찬란하기만 한 천박한 상업주의가 아니다.축제가 열리는 축제장만이 아니라 그 주변부의 풍경들에도 아리랑의 고장 정선다움의 향토적 정취를 느낄 수 있다면 정선을 찾는 사람들에게 더욱 인상적이겠다.
문화예술의 향기를 드높이는 정선아리랑제를 중심으로 한 축제는 역사와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축제가 될 것이다.물질적 가치보다는 행복의 가치, 문화예술의 가치가 더 우선하기를 바란다.아울러 늘 주지해야 할 점은 아리랑이 단순한 옛 노래가 아닌 우리 시대의 민요라는 점이다.올 가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민속·문화가 살아 숨쉬는 아리랑의 고장 정선에서 소리와 ·고려왕조에 대한 충절을 만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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