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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관행 뿌리뽑는 시금석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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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관행 뿌리뽑는 시금석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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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1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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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쪽지예산'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에 저촉된다는 기획재정부의 입장표명에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앞둔 국회가 일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국회의원들이 예산안 심사 막판에 끼워넣는 지역구 민원 예산을 뜻하는 쪽지예산은 국회 예산심의의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왔다. 그러나 기재부가 쪽지예산과 관련한 청탁이 김영란법에 위반된다며 이를 신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정치권으로서는 당혹스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기재부 송언석 2차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예산당국이 (쪽지예산의 공익성에 대해) 판단할 근거가 없다"면서 "법에는 공무원이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현장에 있는 예산 담당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판단할 근거나 권한이 없어 신고해야 하니 곤혹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구윤철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도 "쪽지예산의 공익성을 우리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공식 루트 외의 예산은 가능하면 막자는 게 예산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일제히 반박했다.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인 주광덕 의원은 "권익위는 지역 전체를 위한 예산은 김영란법의 예외로 허용된다고 했다"면서 "예비심사가 끝난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예산을 집어넣는 좁은 의미의 쪽지예산이든, 이미 예산에 포함된 내용을 증액하는 등 넓은 의미의 쪽지예산이든 김영란법에 저촉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김영란법을 만들 당시 속기록에 그 문제(쪽지예산)에 대한 유권해석이 다 내려져 있는데, 기재부가 자기들의 예산권을 강화하기 위해 법을 지켜야 할 기관이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원들도 이런 논쟁이 벌어지자 혼란스러워하며 일단 지역예산 민원 시 조심하는 모양새다. 기획재정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은 김영란법 시행 초기이다 보니 권익위, 기재부, 사법부 등의 판단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조 의원은 "권익위에서 시행규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에 따라 김영란법의 취지에 부합될 수 있도록 그 정신을 최대한 살리면서 입법부의 활동을 진행해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이개호 의원은 "지역구 사업에 대한 예산 요청은 예전에는 말로 했지만, 지금은 공문으로 보내고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인 더민주 김현미 의원은 "엄밀하게 쪽지예산은 작년에도 사라졌다. 위원장으로서 공식적으로 들어온 예산에 대해서만 편성을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면서 "공식석상에서 논의된 예산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권익위는 김영란법 제5조(부정청탁의 금지)의 예외조항 3항(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정·개정·폐지를 제안·건의하는 등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행위)에 근거해 "쪽지예산은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의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이므로 부정청탁이 아니다"라고 유권해석했다. 다만 "쪽지예산이 특정 개인이나 단체, 법인을 지원하기 위한 차원이면 부정청탁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여지를 뒀다. 쪽지예산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법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니 헷갈리는 유권해석이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이 지역구 사업에 관한 예산 요청을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하면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정상적인 심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서 막판 흥정을 통해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선심성 쪽지예산을 끼워 넣은 것이 국회의 오랜 관행이었다. 이렇게 얻어낸 예산은 지역구 의원들의 좋은 홍보 대상이 된 건 물론이다. 정치권은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쪽지예산을 없애겠다고 다짐했지만 잘못된 관행은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는 김영란법 시행을 통해 '청렴한 대한민국'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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