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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의회 외유병은 불치병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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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의회 외유병은 불치병 인가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6.10.18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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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이 말은  남의 비평(批評)이나 의견(意見)을 조금도 귀담아 듣지 아니하고 흘려버림을 이르는 말이다. 경북 포항시 의회에 딱 맞는말 같다.
전국 지방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포항시의회 의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해외 선진지 벤치마킹 명목으로 시행하는 해외연수가 관광중심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개선을 촉구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본래 해외연수의 목적은 외국의 모범적인 지방행정 사례를 보고 배워서 활용하자는 취지지만 온데간데없다.
지방의원은 지방행정과 예산집행을 감독하라고 주민들이 뽑은 사람들이다. 주민들을 위해 행정을 이끌고 예산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하는 데 앞장설 책무가 있다. 지방행정의 발전에 보탬이 되는 해외시찰이라면 돈을 쓰더라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또 말릴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분을 망각하고 관광과 쇼핑으로 소일하며 예산을 쌈짓돈처럼 쓰는 해외연수라면 주민들의 분노만 살 뿐이다. 이 같은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며 한두번도 아니다. 귀담아 듣지 않고 흘려보내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아예 귀를 닫아 버린 모양이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원들은 이에 대꾸할 염치도 없다.
매년 되풀이 되는 포항시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 역시 올해도 그들에게는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올해 해외연수에 지출한 금액만도 7000여만원을 넘는다. 당연히 시민들의 혈세다.
이들의 일정 대부분이 정책 반영이나 입법 등 본래의 취지와 달리 관광, 휴식 같은 외유성 일정으로 짜여져 있어 관광성 해외연수가 지방의회 의원들의 특권으로 자리잡은게 아니냐는 우려 힌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따라서 현행 공무국외여행계획 심의위원회를 아예 민간단체로 넘겨 이들의 실질적인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포항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의원 7명과 관련 공무원 3명 등 10명은 1인당 250만여원의 경비들여 지난 8월31일부터 9월5일 까지 미국 호놀룰루를 다녀왔다. 이들은 하와이에서 전기차 인프라와 운영 실태를 견학하고 칼렐루아 재생에너지 파크와 장애인 인권센터 방문에 이어 올해 세계자연보전총회를 참관했다. 다른 위원회와는 달리 하는 비교적 알찬 일정을 소화 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건설도시위원회도 호주를 다녀왔다. 여행기간은 지난7일부터 12일까지 4박6일 일정이다. 이들은 의원 8명은 전문위원 및 시무직원3명을 대동했다. 이들에게 쓰인 예산은 1600여 만원이다. 이들은 달링하버 워터프런트와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하버브릿지 등 중요 일정을 관광으로 허비했다.
포항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위원장, 백인규)도 이달 11일부터 17일(6박7일)까지 중국과 대만을 다녀왔다. 의원7명과 전문위원, 사무직원 3명으로 구성된 이들의 해외연수에는 혈세 1468만여원이 쓰였다. 이번 연수에는 백인규 자치행정위원회 위원장과 박희정 부위원장, 김성조, 김일만, 복덕규, 서재원, 정수화 위원이 참가했다.
이 위원회는 주민들의 삶의질 향상을 위해 선진국가의 주요 정책운용 실태 및 도시기반 시설의 비교시찰을 통해 지역의 발전을 꾀하고 포항의 문화유산 브랜드화를 위해 세계 4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대만 국립 고궁 박물관 등 문화 관련 기관을 시찰했다고 한다. 포항에 대만 국립 고궁 박물관에 견줄만한 문화유산이 얼마나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 방문은 관광이 맞다.
또 포항의 핵심사업인 형산강 프로젝트와 포항운하 개발 및 유원지 활성화를 위해 중국 계림시청 및 계림 여유국을 방문했지만 연수 일정을 보면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첫날인 11일에는 타이페이 시의회와 101타워를 방문했다. 12일에는 화련의 태로각 국립공원을 견학했고, 13일 에는 대만 국립 고궁 박물관과 충렬사를, 중국 계림으로 이동한 14일 에는 이강, 관암동굴과 양삭, 복파산을 다녀왔다. 모두 훌륭한 관광지다. 101타워는 타이완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타이베이의 맨해튼'이라고 불리는 신이 지역의 랜드마크다. 연중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기 명소로도 유명하다.
특히, 복파산은 하나의 봉우리가 절반은 물에 잠겨있고 나머지는 육지와 이어져 있는 관광지다. 여행을 다녀본 왠만한 한국 사라들도 아는 곳이다. 15일에는 구이린시 인민정부 방문에 이어 계림을 대표하는 요산을 다녀왔다. 16일에는 다시 타이페이로 돌아와 야류 해양 국립공원과 청나라 시대 금광으로 유명했던 지우펀을 견학했다.
마지막날인 17일에는 장개석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중정기념당을 돌아보고 티오위안 공항을 거쳐 입국했다. 또 이달 17일에는 포항시의회 경제산업위원원가 아랍에미레이트 연합과 두바이, 아부다비행 비행기를 탔다. 이번 연수에는 정석준 경제산업위원회 위원장과 강필순 위원, 홍필남, 방진길, 백강훈, 이칠구, 정해종, 한진욱 의원등 8명과 전문위원 및 사무직원4명이 동행했다.
이들 역시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역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해외 선진도시를 견학해 정책수립에 반영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분야 세계 최초의 사업지구인 아부다비의 마스다르 시티 등을 견학함으로서 철강 경기의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산업의 대안 마련을 구실로 내걸었지만 이 역시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두바이와 아부다비 같은 국제적인 대도시가 50만 인구의 포항시 같은 중소도시 발전과 정책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18일 두바이 관광청을 찾아 관공임프라 등 관광 정책에 대해 돌아봤다. 이어 두바이 경제자유구역을 견학했다.
19일에는 아부다비 퓨쳐 에너지 컴퍼니를 둘러본 뒤 아부다비 마리나를 찾는다. 이어 페라리월드를 견학한다. 20일, 두바이 메가프로잭트 현장을 방문한다.
5일째인 21일에는 1000년전 아랍 재래시장이었던 메니나슈쿠 주메이라 시장을 둘러보고 두바이몰 및 부르즈칼리파 음악분수쇼를 관람한다. 곧이어 부루즈칼리파 전망대와 팜 주메이라 및 모노레일을 시승하는 등 관광 일색으로 드러나 시민들의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이 위원회는 연수를 떠나기 전 부터 말썽이 일었다. 부의장에게는 평소 의정 활동에 특별히 수행비서가 동행 하지 않지만 이번 연수에는 정해종부의장을 수행 할 직원을 별도로 동행시켰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서 열린 공무 국외여행 심사 당시 “(부의장)비서 동행은 정황을 고려 해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니냐”는 심사위원들의 지적에 이들은 “다른 위원회보다 경제산업위가 업무량이 많아서 부득이하게 한사람을 더 동행 시킬 수밖에 없고 이번 여행에 동행 하는 직원의 경우 평소 의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심사위가 열리기전 결정된 문제라 취소를 할 수 없다”며 밀어 붙힌 것이다. 사실상 보은성 관광임을 시인한 것이다. 이 위원회는 전직 시의회 의장도 포함돼 있다.
이는 시민들을 위한다는 그럴듯한 핑계를 내세워 해외여행을 떠나는 게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치밀해지고 대담해 지고 있는 것은 시 의원들이 시민들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국외여행 심사 과정에 민간을 참여 시켜 관광성 외유는 엄두도 못 내도록 해야 한다.
시의원들의 해외여행은 의원 재직시 당연히 다녀와야 하는 특권의식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 걱정 스럽다. 시민을 무서워하지는 않더라도 눈치 정도는 봐야 하는 건 아닐까. 이번 연수를 통해 포항시 발전과 시의 정책 제안에 도움이 될 만한 어떤 결과 보고서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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