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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학점’ 국정감사 민생은 힘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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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학점’ 국정감사 민생은 힘들어지고 있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6.10.20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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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국감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낙제점이다. 법률소비자연맹과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270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인 ‘국정감사 모니터단’은 국감 성적을 ‘F학점’으로 평가했다. 국감 모니터단이 1998년 15대 국회 말 모니터링을 시작한 이래 18년 만에 나온 가장 나쁜 성적이다. 지난해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들은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의 D학점보다도 못하다. 여야 모두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보다는 정치 공방만 벌였으니 당연한 평가다. 여당은 처음부터 무책임했고, 야당은 시종일관(始終一貫) 무능했다.
‘동물국회’, ‘식물국회’라는 소리를 들었던 18대, 19대와 달리 이번만큼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해 달라는 바람을 업고 출발한 제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국민의 염원은 온데간데없이 사상 최악의 국감으로 막을 내리고 있다.
올 국감은 안보·경제·사회 위기 등 미증유의 국가적 복합 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9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실업률(9.4%)에 시달리는 청년들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되는 국감을 원했을 것이고,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파업 중인 노동자는 일방적 해고의 잣대로 이용되지 않는 공정한 평가 기준이 논의되길 기대했을 것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빅2’의 위기로 코스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애타게 바라봤던 개미 투자자들은 수출·성장 절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제 정책이 탄생하길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국감은 국민의 바람을 저버렸다. 국민은 고통과 위기를 벗어날 해법을 기다렸는데, 정치권은 의혹 제기와 폭로, 정쟁이란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무용론이 아니라 국감 폐기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국감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게 발단이 돼 출발부터 파행이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거대 야당의 횡포라며 유례 없이 국감을 보이콧하는 동시에 이정현 대표가 항의단식에 돌입했다. 그러다 보니 피감기관 235곳 중 98곳의 국감이 무산됐고 137개도 야당만이 참석하는 ‘반쪽짜리 국감’이 됐다. 새누리당이 일주일 만에 이 대표가 단식을 풀고 합류한 뒤에도 부실 국감은 계속됐다. 야당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을 둘러싸고 정권 수뇌부를 겨냥한 의혹 공세에 집중했고, 여당은 이를 방어하는 데만 급급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의 각 분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으로부터 사상 초유의 ‘F학점’이라는 국정감사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F학점은 국감 모니터를 시행한 이후 18년 만에 처음 받았다. 이는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 학점(D)보다 낮다.
NGO모니터단 보고서는 먼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따른 국회 보이콧을 언급하며 “헌법상 책무인 국감을 보이콧한 새누리당의 반의회, 반민주, 무책임을 통탄한다”면서 여당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다음으로 야권에 대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지진·물난리, 총파업 앞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에 몰입해 정작 민생·정책은 뒷전”이라고 비판했다. 모니터단은 이 밖에 “국감법에 30일을 할 수 있는 것을 20일로 줄여서 하는 것도 모자라 19일까지 기간을 사흘간 늘려 놓고도 서둘러 국감을 마감하는 한심한 국회”라면서 “감사도 안 하면서 피감기관을 불러 놓고 정쟁을 하고 죄인 취급, 모욕, 호통하는 것도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NGO모니터단의 평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올해 국감이 엉망이었다는 지적에는 의원들조차 대다수가 동의한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경우 지난 6~7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대한 국감을 열었으나, 일선 교육현장의 문제점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대신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둘러싼 일반증인 채택 공방으로 시간을 보냈다. 결국 교문위는 이번 국감에서 일반증인을 한 명도 채택하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의 꼴불견 행태와 무책임한 허위폭로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더민주 어기구 의원까지 꼴불견 행태와 ‘아니면 말고’식 허위폭로가 잇따라 눈총을 받았다. 증인들의 황당한 태도도 못지않았다.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의원들을 가리켜 “새파랗게 젊은 것들…”이란 발언을 했고,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수사 중이라 말할 수 없다”는 답변만 수십 차례 거듭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와 같이 국감이 제 역할을 못하다보니 매년 국감이 끝나면 ‘국감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국정을 감사하는 국회의 기능인 국감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야 정치권은 지금과 같은 비생산적인 ‘정기 국감’보다는 ‘상시 국감’으로 전환하는 등 국감 제도 개선에 대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이와 함께 30일 이내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국정을 감시할 수 있는 상시청문회 도입을 재검토하길 바란다.
국회의 국감은 정부가 나라 살림을 제대로 했는지, 정책 집행과 운용에 오류는 없는지 등을 면밀히 따지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다. 당연히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굳건히 하고 민생을 돌보는 정책 국감이 돼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바람은 안중에 없이 무차별 의혹 제기와 폭로, 알맹이 없는 정치 공방, 막말 싸움으로 허송해서는 ‘국감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야는 국민 분노가 폭발하기 전에 상시 국감 체제 확립 등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국감이 끝난 이후가 더 걱정이다. 국회에는 지금 여당이 주도하는 노동개혁 법안, 규제프리존 특별법 등 경제·민생 관련 법안이 쌓여있다. 야당이 제기한 법인세 인상 안건도 있다. 국감 행태로 미뤄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처리하기보다는 대립과 갈등으로 무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내년도 예산안도 여야의 정국 주도권 경쟁에 밀려 누더기 예산이 될 공산이 크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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