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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하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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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하야하라!"
  • 백인숙기자
  • 승인 2016.11.14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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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거대한 풍자의 장이었다.
 주최측 추산 100만 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저마다 ‘내려와 박근혜’ 등 피켓을 들고 박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의미로 ‘하야’를 외쳤다.
 집회 현장 인근에서 문화계 인사의 퍼포먼스도 있었다. 보수단체의 소규모 맞불 집회도 있었지만 충돌은 없었다.
 이날 집회는 민주노총 조합원 등 단체 소속뿐 아니라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많았고 외국인들도 참석했다.
 
◆‘투쟁’ 대신 ‘하야’…‘늘품체조’는 ‘하품체조’로 패러디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시국의 주 관심사이자 박 대통령 하야 주장의 원인이 된 만큼 이날 집회는 전반적으로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발언과 순서가 두드러졌다.
 본집회 시작 직전 참석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는 순서에서부터 박근혜 정권 풍자가 시작됐다.
 주최 측 스트레칭 시범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3억 5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보급한 차은택 씨의 ‘늘품체조’ 대신 3500원짜리 ‘하품체조’를 가르쳐주겠다며 스트레칭 시범을 보였다.
 민중총궐기 무대에 올라온 한 발언자는 “투쟁 대신 하야로 인사하겠다, 하야!”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투쟁사를 하기 위해 올라온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과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장도 공통적으로 ‘최순실 게이트’를 거론하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막장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져야 끝난다고 한다. 끝까지 밝혀내서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화예술계 인사와 학생들은 퍼포먼스의 형태로 집회에 동참했다.
 자신을 ‘문체부 블랙리스트’로 소개한 임옥상 화백은 서울시청 서울도서관 앞에서 우레탄 폼과 한지로 만든 박 대통령과 최씨의 대형 얼굴 상에 못을 꽂아넣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대학로에서는 닭대가리 모양의 탈을 쓴 학생들과 닭 모가지를 비튼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대학로에서 도심으로 행진한 대학생들 선두에는 다홍치마에 노란 저고리를 입고 오방색 풍선을 든 채 박 대통령의 가면을 쓴 사람이 서서 대학생들을 이끌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야구 응원가로 많이 쓰이는 ‘아리랑 목동’이나 가수 10㎝의 ‘아메리카노’를 개사한 하야가 등을 부르며 하야를 촉구했다.

◆외국인들도 대거 참석…가족·연인 인파도
 이날 집회에는 외국인들도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의 ‘최순실 게이트’를 잘 알고 있었고, 일부는 박근혜 하야를 주장하기도 했다.
 도요나카시 일본인 노동자·개인 200여 명과 함께 한국을 찾은 일본JR 지바 지역 노동자 우루시자키 에이이치 씨(69)는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잘 알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지금 당장 하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중총궐기 사전집회로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6 전국노동자대회’에서는 앰벳 유손 국제건설목공노련 사무총장과 발터 산체스 국제통합제조산별노련 사무총장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발언을 내놨다.
 특히 필리핀 출신인 유손 사무총장은 어눌한 한국어로 “박근혜 퇴진하라”고 외치고 “필리핀에서도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들이 부통령이 되려는 것을 우리가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가족이나 연인 단위로 나온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일부 참가자는 유모차를 끌거나 아기를 품에 안고 나오기도 했고,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참석한 부모도 있었다.
 지난 5일에 이어 이날도 교복 입은 중·고등학생들의 시위·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이들은 집회에서 직접 모금한 돈으로 버스를 대절해 전국 각지에서 상경했다.
 
◆세월호에서 백남기까지…온갖 이슈 폭발
 민중총궐기는 온갖 이슈가 폭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서부터, 쌀값 폭락 저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반대, 일본군 ‘위안부’ 한일합의 철회, 농민 백남기씨 사망 진상규명 등까지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해산시킨 것을 성토하며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구인지 일깨워주자”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도 광화문광장 남측 농성장 분향소에서 줄을 지어 분향하면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했다. 눈물을 짓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농민들은 ‘쌀값대폭락 박근혜 퇴진’이라고 적힌 대형 상여를 만들어 이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며, 정부의 밥쌀 수입정책과 추곡수매가 인하 등을 비판했다.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장은 이날이 성주 촛불집회 123일째이자 김첫 촛불집회 84일째가 되는 날이라고 설명하면서 “순실이가 사드배치를 막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도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위안부 한일합의를 규탄하면서 “그간 숱한 정부가 지나갔지만 (박근혜 정권처럼) 우리 피해자를 괴롭힌 정부는 없었다”며 “정부는 그냥 가만히 있으라. 우리가 국민들 손을 잡고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대학로에는 위안부 문제를 상징하는 대형 소녀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농민 백남기씨의 딸 도라지씨는 “오늘은 아버지의 사십구재날인데 (제가) 이곳 민중총궐기에 나왔다고 하면 ‘잘했다’ 하셨을 것”이라며 “경찰은 오늘도 전국의 물탱크를 서울로 가져왔다고 들었는데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도라지씨는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수많은 사건에 대해 단 한번도 사과하지 않다가 사사로운 지인을 감싸려 사과하는 것을 보고 혼이 비정상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과거의 집회와 연관지으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는 동학농민운동과 4·19 혁명, 6월항쟁의 추억을 되살리려는 듯 ‘제폭구민(除暴救民·포악한 것을 물리치고 백성을 구함)’, ‘이승만은 물러나라’, ‘전두환은 물러나라’, ‘호헌철폐 독재타도’ 등 피켓과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한국외대 아랍어과 학생회는 2010년 이후 ‘아랍의 봄’ 시위 때 주로 쓰인 구호 ‘앗샤압 유리드 으스꽛 안니담(민중은 정권 퇴진을 원한다)’을 아랍어로 적은 플래카드를 들었다.
 
◆‘평화시위’ vs ‘청와대로’ 엇갈린 시위대
 집회와 행진은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청와대에서 1㎞가량 떨어진 내자동로터리(경복궁역 사거리)에서는 일부 참가자와 경찰이 충돌하기도 했다.
 집회 주최측은 오후 5시께 서울광장 본집회가 끝난 직후 “청와대로 향하자”고 외치면서도 개인적인 돌발행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실제로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에게도 민주 시위에 동참하자는 의미에서 촛불을 건네거나 경찰을 향해 “민주시위 경찰도 도와주세요”라고 외쳤다.
 ‘박근혜 퇴진’이라고 적힌 상여를 옮겨온 농민들도 내자동로터리에서 무리하게 경찰 저지선을 뚫으려 하지 않고 상여를 세웠다.
 시위대는 마찰을 빚으려 하는 다른 집회 참가자들에게도 “평화시위를 하라”고 외쳤고, 경찰들도 “비폭력, 비폭력” 등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경찰 방패를 빼앗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마찰을 빚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경찰 저지선이 청와대 방면으로 약 50m 밀렸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보수단체는 ‘맞불집회’ 벌였지만 충돌은 없어
 보수단체는 집회 전후 인근에서 맞불집회를 벌였지만,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 계단에서는 개신교단체 소속 회원 300여 명이 한복을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외치다 30분만에 해산했고 예수재단·대한민국살리기애국시민행동 소속 30명은 오후 2시 서울광장 바로 앞인 서울시청 시민청 앞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엄마부대봉사단은 오후 1시 종로구 교보타워 앞에서 200여 명 규모 기자회견을 열어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보수단체의 본집회는 민중총궐기 집회와 떨어진 여의도에서 벌어져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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