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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수선공 강석란 씨의 '특별한 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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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수선공 강석란 씨의 '특별한 왼손'
  • 서산/ 한상규기자
  • 승인 2014.03.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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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절단의 위기에서 기적적으로 구한 엄지손가락 한 마디, 그 엄지손가락이 보여주는 경이로움에 매일매일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릴 때 화상으로 왼손이 거의 다 망가졌으나 구두 수선공으로 거듭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한 시민의 이야기가 최근 책으로 까지 출간되며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서산시 동문동 동부시장 입구에서 '구두대학병원'을 운영하는 강석란 씨(여 60)가 주인공. 강씨는 왼손이 온전치 못해 거의 한 손으로 구두를 닦거나 고친다. 왼손으로 구두를 꽉 누르고 오른손으로 작업을 해야는데 왼손이 시원치 않다보니 항상 남들보다 몇 배의 어려움이 있다. 강씨의 왼손은 애기 손가락 같은 엄지만 붙은 채 뭉그러졌고, 그마저도 바늘로 찔리고 짓찧겨 곳곳에 멍이 들었다. 강씨는 초등학교 3학년이던 1964년 화재로 온 몸에 화상을 입고 특히 왼손은 뼈속까지 녹아버렸다. 학창시절 친구들의 짖궂은 행동이 상처가 돼 자살 시도를 세 번이나 하기도 했다. 어렵게 구두닦이 남편과 결혼해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뤘으나 남편마저도 10여년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순간에 가장이 된 강 씨는 그때부터 본격적인 구두 수선에 나섰다. 처음에는 한 손으로 하다니 많이 다치기도 하고 손님들에게 구두를 망쳐놨다며 쓴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그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닦은 구두는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온 정성을 다해서 닦고 윤기와 광을 냈고, 구두를 고친 후에도 몇 번이나 확인하며 꼼꼼하게 손질을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단골도 늘었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언제나 살아가는 힘이 돼 준 남매도 훌륭하게 컸다. 아들은 목사가 됐고 딸은 신학대학원을 마치고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 중 역시 목사가 된 사위와 결혼을 했다. 최근에는 강씨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작가인 문영숙 씨를 통해 '나의 왼손'이라는 책으로 출간되면서 바깥세상에 조명됐다. 강씨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터득했다"며 "내 이야기를 통해 삶이 힘겨운 사람들이 조그마한 용기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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