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세상읽기 46] 국가의 미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있다
상태바
[세상읽기 46] 국가의 미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있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6.12.14 1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썩었지만 능력 있다’는 흰 소리가 더 이상 고위 공직자를 변호하는 말이 되지 못하는 시대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썩은 것은 썩은 것일 뿐이다. 오히려 공동체를 위해 속아 낼 악의 뿌리일 뿐이다.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 은 혐오스러운 권력에 대한 민심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대통령 박근혜 개인이나 그러한 권력에 부역한 자들에 대한 심판만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억압해온 정당치 못한 모든 권력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나아가 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하면서 첫 단추가 잘못 꿰어져 온 오욕의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한 시민들의 역사 바로 세우기 요구이기도 하다.

일제 식민치하에서 독립군을 고문하고 죽이던 더러운 손이 해방된 조국에서 권력과 부를 움켜잡고 그의 자손에게까지 대물림해온 종기가 곪을 대로 곪아서 대통령 박근혜 탄핵으로 터진 것이다.

오염된 혈액을 유전자로 물려받는 불의의 세력은 지금도 두터운 기득권 세력을 형성하여 촛불에 저항하고 있다. 촛불이 워낙 거세게 타오르고 있어 숨죽이며 엎드려 있으나 이들은 틈만 나면 ‘질서’라는 이름으로,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군림하려 들 것이다.

국민들은 기억한다. 아니 잊지 못한다. 재벌 회장이 근로자의 얼굴을 샌드백처럼 두드린 뒤 몇 장의 지폐를 맷값으로 던진 비인간적인 행태를. 정부 고위관료를 찾아 나설 때 도둑놈 아닌 인물을 찾기 힘든 청문회의 비루함을.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다가도 죽어가는 권력에는 하이에나처럼 달려들던 검찰과 경찰의 이중성을. 알아서 눈감아주고 앞장서 나팔수를 자청하며 뱃속을 채우던 언론의 교활함을. 권력을 위해 평생을 일궈 온 자신의 학문적 가치를 내 팽개친 대학교수들의 천박함을. 민의의 대변자가 되기보다는 4년 내내 다음선거를 준비하며 거악으로 몸짓을 부풀려 가는 여의도의 사악함을.

차갑고 어두운 바다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숨져가고 있을 때 청와대 안방에서 머리손질하고 있던 여인이 대통령인 나라이지만 그들은 말한다. “우리나라 얼마나 좋은 나라인가”

끼리끼리 대대손손 백년천년 부귀영화를 꿈꾸며 그들은 “돈이 실력이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한다.
흐르는 물은 위로 오를수록 깨끗하고 맑아진다는데 오늘의 대한민국을 흐르는 물은 위로 오를수록 더럽다 못해 악취가 진동한다. 기득권층의 부패와 몰염치한 행태가 사회 전반으로 체제화 되고 있다. 

집안이 악취로 가득할 때 촛불은 이러한 잡내를 잡아낸다. 대통령 박근혜 탄핵을 이끌어 낸 촛불은 나라 가득한 이러한 모든 악취를 없애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촛불의 힘을 전 세계가 놀라서 지켜보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역량과 정의로운 힘을 전 세계에 내 보인 것이다. 총 한 방,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연행자 한 명 없이 이룬 기적 같은 혁명을 모든 지구인이 경이로움으로 바라보고 있다.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운동의 법칙처럼 오랜 잘못으로 인해 운동의 역량이 역방향으로 지나치게 나아갈 것을 우려하는 일부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촛불은 스스로 정화하고 절제하며 제어해 나갈 것이다. 이번 촛불 혁명은 그러한 내부 역량이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은 이제 ‘박근혜 탄핵’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다.  ‘썩었지만 능력 있다’는 흰 소리가 더 이상 고위 공직자를 변호하는 말이 되지 못하는 시대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썩은 것은 썩은 것일 뿐이다. 오히려 공동체를 위해 속아 낼 악의 뿌리일 뿐이다.
탄핵 이후의 대한민국은 법에 의한 정의가 모든 국민들에게 실현되는 사회를 말한다. 대통령이나 장관, 또는 국회의원도 법 앞에서는 장삼이사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세상이 법의 정의다.
법의 정의는 재벌이, 정치인이, 고위관료가, 판검사가, 언론인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드는 기둥이다. 지도층이 존경받는 나라가 국민들이 바라는 나라다.

탄핵정국이 급속히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촛불이 기회 일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촛불이 불행이 될 수도 있다. 대선주자별로, 정당별로 분주한 셈법이 이뤄지고 있다.

셈하는 것은 자유이나 그 셈법에는 대통령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셈법의 답은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여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