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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말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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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말의 품격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 승인 2017.03.23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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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나 일상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말이다. 작정하고 혼자 살 요량이 아니라면 말은 필요하고, 또 말하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오늘날 국내외를 막론하고 하루가 다르게 뉴스 톱을 장식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막말이다. 정치인들의 막말 파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잠잠하다 싶으면 또다시 터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이 내뱉는 거친 말이 단순히 논란으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첫째로는 당사자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둘째로는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셋째로는 나라 전체의 공공언어문화에까지 좋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막말 논란은 당사자들 간에 고소·고발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사법권의 낭비를 가져오게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막말은 크게 보면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는 행위이다. 쉽게 말해, 듣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히게 한다. 그러므로 막말도 일종의 폭력으로 간주해야 한다. 막말을 들은 상대방은 영원히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또 막말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한방에 망친다. 막말은 자신의 낮은 수준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행위이다. 물론 막말 파문의 당사자들은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당한 명분과 이유가 있더라도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역할과 비중에 걸맞게 품위 있고 세련된 말을 구사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보루인 정치권에서는 기본적으로 오가는 말이 많은 법이다. 하지만 그들이 내뱉는 모든 말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말 중에서도 그것이 가치 있고 점잖은 말일 때만 의미가 있다. 요컨대 정치인의 ‘입’에서 진정한 정치가 싹튼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말을, 자신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인격을 담는 그릇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할 것이며 단언컨대 모든 권력은 국민의 입에서 나온다.

말이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교양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문적인 용어를 활용해서 멋지게 포장하기보다는 듣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기 위해선 신념에서 우러나오는 내용을 잘 이해하도록 배려해야 하는 건 아닐까? 아무런 가치가 없고, 남을 헐뜯거나, 남을 속이는 말보다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어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진실과 도리에 맞는 말은 생명력을 가짐으로써 사람을 움직일 수 있지만, 거짓말은 설득하는 힘이 없으므로 사람을 움직이기란 어렵다고 생각된다.

무슨 말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말하는 사람의 자세와 자격도 중요하다고 봐야 한다.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말할 땐 그 말이 힘을 가질 수 있지만,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말을 한다면 별로 중요함을 느끼지 못한다. 가령 말의 뜻도 중요하지만 말하는 주체와 자격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도덕적 의식이 있을 리가 없고, 몸과 마음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 순결을 말할 자격이 없듯, 거짓말쟁이가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그 말에는 실속이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깨끗하고 올바른 사람이 진실을 외칠 때 그 말은 살아있는 반면,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 진실을 외칠 때는 하나의 연극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거짓으로 꾸미는 언어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 오직 말을 할 땐 신념을 가지 해야 만이 힘과 생명력이 있다. 말이 말로서 서려면 첫째로 무엇을 어떻게 말하는가도 잊지 않아야 한다.

말이 진정으로 올바르고 확실하다는 인상을 얻으려면 그 누구와도 다른 자기만의 독특한 향기를 풍길 수 있어야 한다. 그냥 입에서 나오는 말은 힘이 없으므로 마음을 움직이려고 한다면 신념에서 솟구치는 말이 되도록 해야 한다. 교만한 태도는 반대하고 논박만 살뿐, 남을 존중하는 태도로 삶의 깊이와 넓이에서 향기가 풍기듯 그렇게 하는 말이 좋다는 뜻이다. 아무리 믿음이 가는 말이라도 잘난 체하고 삼가는 태도가 없다면 사람의 마음 깊은 곳을 찌르지 못하고 심금(心琴) 또한 울릴 수 없다.

많은 말보다도 한 마디의 말일지언정 힘이 있고 깊은 뜻이 있도록 해야 한다. 내면의 교양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간다면, 그 말은 진실로 옳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무엇을 누가 말하고, 어떤 태도로 말하는가도 중요하겠지만, 말이 말로서 선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을 곰삭히면서 영혼의 조화에서 이루어져 풍겨 나오는 향기인 듯 그렇게 말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조기 대선 분위기에 대권 주자들은 쉼없이 말을 쏟아내고 있다. 듣기 좋은 목소리보다 맑은 영혼과 진실을 알아채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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