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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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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봄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7.04.04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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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순리(順理)는 한 치의 어김이 없다. 삼백육십오일을 돌아 다시 봄을 맞으려 한다. 봄은 소리 없이 찾아든다. 연한 초록빛으로 대지(大地)를 물들이며 먼발치서 조금씩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어머니 속살 같이 푸근한 봄빛은 겨우내 얼었던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보듬어 준다.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와 겨우내 눅눅히 쌓인 찬 공기를 걷어내고, 찾아오는 봄은 생명의 새로운 탄생이다.

 

이제 봄날은 새색시 볼 같은 꽃이 핀다. 살구꽃이피고, 진달래가 피고, 해당화가 핀다. 울긋불긋 온통 꽃 잔치 일색이다. 투명한 봄꽃으로 머리를 풀어헤친 아지랑이 앞세워 성긴 걸음으로 봄이 온다. 한껏 메말랐던 지난겨울을 뒤로 밀어내고 환한 햇살가득 가슴에 담아 초록의 희망을 잉태(孕胎)한 봄이 다소곳이 찾아온다.

 

그런 봄은 닫혔던 문을 열어젖히고 눌렸던 힘을 용솟음치게 한다. 봄은 얼었던 강의 물소리에도 실려 온다. 졸졸졸 흐르는 여울물 소리에 강둑 버들가지가 너울너울 춤을 춘다. 강심을 맑은 봄빛으로 사각사각 녹여낸다. 물가를 가로지르는 바람은 이제 옷깃을 비집고 들어서는 한겨울의 날선 바람이 아닌 초록빛 포근한 바람이다.

 

그런 봄의 정경(情景)과는 다르게 우리의 오늘은 아직도 한 겨울인양 얼어붙어있다. 경제(經濟)가 그렇고, 안보(安保)가 그렇고, 정치가 그렇다.

 

봄의 정경을 즐기기에는 아직 겨울은 그냥 그대로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젊은이의 실업자의 물결은 끝없이 이어지고, 이런 상황과는 별개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고, 구속되는 과정을 지켜 본 국민들의 마음은 더욱 그렇다. 정치인들도 온통 대권에만 함몰되어 있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그들에게는 끝없이 추락하는 서민경제도, 으르렁 거리는 북한의 김정은도 관심이 없다. 자기편이 더욱 굳건해질수록 다음 정권의 선봉장(先鋒將)이 되려고 다툼은 끝이 없다.

 

한 사람이 시궁창에 빠지면 건져 올려 온몸에 묻은 오물(汚物)을 떨어주기는커녕 발로 짓밟고 헤어나지 못하도록 짓누른다. 이것이 정치판이라면 정말 우리 정치가 이대로 가야 하는지 유권자는 고개를 내두른다. 언젠가 필자가 쓴 칼럼에서 갯가재를 비유해 글을 쓴 적이 있다. 갯가재를 잡아 양동이에 넣었는데 다시 탈출하려고 양동이를 기어오르는 한 놈의 발목을 잡고 못 오르게 매달린다.

 

꼭 오늘의 정치를 보는 것 같다. 정치판은 저 살기 위해 남을 도우는 법이 없다. 저 살기위해 제 편의 세를 불리기 위해 철저하게 ‘왕따’시킨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단면(斷面)이다.

 

이제 한두 번 봄비가 오고 그치고 나면 다가올 초록의 향연은 더욱 짙어 진다. 밭갈이하는 농부의 손길에서 바빠지고 누런 갈대밭 너머 빨간 동백이 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밑에 있던 초록의 그림자가 산줄기를 타고 봉우리까지 도달하면, 파란 보리밭 물결에 기나긴 그리움을 가득 메고 성지를 찾아가는 순례자의 경건한 발걸음처럼 봄은 지나가리라.

 

봄은 이렇게 오고 있는데, 세상을 울리는 감동은 없다. 새해 들어 계속되는 경제침체와 정치권의 대권 싸움은 봄이 오는 것마저 거부하고 있는가. 정치에 감동이 없고, 울림이 없다. 새로운 4년을 위해, 아니 또 다른 5년을 위해 우리 유권자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남이 하니 그렇게 따라하는 투표는 지양(止揚)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인은 떠나도 우리와 우리의 자식들은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 벅찬 삶을 해치고 살아야 하는 나와 내 이웃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하는 봄이었으면 한다. 금방 가버리고 말 것 같은 이봄의 길목에서......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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