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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통합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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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통합이 필수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7.05.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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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뜨기’ 에이브러햄 링컨에게는 정적이 많았다. 공화당 내 기득권 세력과 민주당 인사로부터 ‘얼간이’라는 비난을 자주 들었다. 미국 대통령이 된 뒤에도 그랬다. 민주당의 에드윈 스탠튼은 “불쌍한 바보”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링컨은 그를 새 내각의 전쟁장관에 임명했다. 경선 과정에서 혈투를 벌인 윌리엄 시워드와 새먼 체이스에게도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을 맡겼다.

 

링컨은 “왜 내각에 적들을 임명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 이들은 능력자다. 나는 국민들이 이들의 봉사를 받을 권리를 박탈할 권리가 없다”고 답했다. 자리에 맞는 인재가 누구냐에 초점을 맞춘 능력중심 인사였다. 퓰리처상을 받은 역사학자 도리스 굿윈은 링컨 내각을 ‘라이벌들로 이뤄진 팀(Team of Rivals)’이라고 부르며, 정적까지 껴안는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권력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일깨워주는 사례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경선 상대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앉혔다.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키고, 공화당 의원을 교통장관에 발탁했다. 재선 뒤에도 초당적 인사를 이어갔다. 적진의 장수를 불러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이끈 것이다.

 

영국도 그렇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직후 테리사 메이 총리는 곧바로 ‘통합 내각’을 구성했다. 국론이 분열된 상태에서 브렉시트 찬성 진영인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과 반대 진영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을 기용해 흔들리던 영국호(號)를 바로 세웠다.

 

대개의 지도자는 권력을 나누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는 ‘나누면 커지고 움켜쥐면 작아지는 게 권력’이라는 이치를 꿰뚫고 있다. 장관의 힘이 크면 대통령의 힘도 그만큼 커진다. 자기 권력이 줄어들까봐 소신 있게 일할 힘 있는 장관보다 고분고분한 장관만 택한다면,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새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주문이 많겠지만, 편가름 없이 최적의 능력자들을 골라 ‘라이벌 팀’부터 구성할 것을 먼저 당부하고 싶다. 낡은 진영 논리로 청산 대상을 가르거나 점령군처럼 행세하면 ‘반(半)통령’밖에 안 된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제19대 대통령인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헌정 사상 처음인 탄핵사태를 딛고 새 대통령이 탄생했다. ‘국정공백 152일’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보수정권 10년과 진보정권 10년이 번갈아가며 국정을 운영하게 됐다.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고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 백년대계의 중심을 잡아가라는 엄중한 주문이라 할 수 있다.
 
 
 
 제19대 새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준비기간 없이 곧바로 국정 수행에 들어갔다. 새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지만 넘어야 할 시련의 산들은 너무 높고 또 험하다. 새 정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선거판이 벌어지기 전부터도 대한민국의 사회 갈등은 격렬했다. 보수세력과 진보세력 간 분열은 마치 광복 이후 신탁 찬성과 반대를 둘러싸고 벌어진 분열 못지않게 심각했다. 서울을 비롯, 전국에서 촛불부대와 태극기부대의 대치로 적나라하게 그 실체를 드러냈다.
 
 

나라 안팎의 여건도 녹록하지 않다. 새 대통령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대한민국호는 빛을 향해 나아갈 수도, 더 캄캄한 어둠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새 대통령은 여러 난제 중에서도 통합의 숙제를 최우선적으로 풀어야만 한다. 그 외에 대통령에게 내려진 과제는 튼튼한 안보, 경제문제, 외교문제, 실업문제 등이다. 국민통합의 첫걸음은 탕평인사에서 시작돼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우리 정부는 지난 5개월간 리더십 공백 상태에 있었다. 탄핵부터 대선운동 기간까지 갈라졌던 민심을 하나로 만들어내야만 하는 지난한 과제가 주어져 있다. 지금의 정치지형을 감안할 때 후보 중 누가 대통령에 취임해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청문회와 법안 한 줄 단독으로 통과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협치와 연정이 불가피하다.

 

탄핵·대선 정국에서 증폭된 국론분열을 통합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역대 정부도 출범 초 어김없이 국민통합을 표방했지만 결국은 편가르기 정치로 회귀하곤 했었다. 대통령의 리더십과 연관된 주제다. 오만한 권력은 불통·독선·무능·부패에 물들기 쉽다.
 
 

새 대통령과 새 정부에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는 거창한 게 아니다. 행복이든 무엇이든 지금보다 더 나은 삶, 희망이 살아 있는 사회를 향한 소박한 꿈이다. 선거에서 승리했고 정권을 잡았다고 오만함에 빠져서는 안 되고 야당이나 반대파와의 제휴, 연대에 소극적이어서도 안 된다. 국내외적으로 산적한 문제들은 국민 모두가 새 대통령을 적극 지원하지 않으면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 해결해 나갈 수 없을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2000여 년 전 내전을 수습하고 ‘팍스 로마나(Pax Romana)’의 황금 시대를 연 고대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를 음미하기 바란다.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자임해온 문 대통령이 먼저 야당을 만나 협조를 구했지만 어둠을 걷어내고 통합과 협치로 대한민국의 성공시대를 열어 주기를 거는 기대가 크다. 5년 후 뒷모습이 아름다운 대통령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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