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4일 만에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일자리를 직접 챙기겠다는 공약을 지켰다. 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비서동인 여민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집무실에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을 직접 조작하면서 "오늘 상황판 설치를 계기로 앞으로 좋은 일자리 정책이 더욱 신속하게 마련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실업률이 올해 4월 기준 11.2%에 달하는데 이는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정도"라며 "지금의 청년실업은 구조적인 이유라서 청년들의 고통이 오래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정부가 시장의 일자리 실패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대선 과정에서 일자리위원회 설치하고 집무실에 상황판 설치해 매일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제가 일단 약속을 지킨 것"이라며 "이 약속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걸 통해서 나오는 성과, 실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문제를 풀지 않고는 새 정부의 어떤 정책도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대통령의 현실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것에는 대선 공약 이행을 넘어서는 상징성이 있다. 일자리 문제 해결에 대한 새 정부의 각오를 이보다 더 실감 나게 보여주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은 "올해 4월 청년실업률이 11.2%에 달했는데 이는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것"이라면서 "청년실업은 구조적인 이유라서 청년들의 고통이 오래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정부가 시장의 일자리 실패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장의 실패'라는 표현에 문 대통령의 생각이 압축돼 있는 듯하다. 기업에 맡겨 놓기에는 청년실업 문제가 너무 심각한 상황이라는 뜻일 것이다. 문 대통령이 상당한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속도도 빠른 것 같다. 우선 공공부문 일자리 충원 로드맵이 6월 안에 마련된다고 한다.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81만 개를 만든다는 공약 이행의 밑그림이 한 달 후면 나온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에 필요한 일자리 추경안도 내달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올해 공공부문 충원에는 4조2천억 원이 소요될 듯하다. 사실 이 구상은 민간 부문의 일자리 창출력이 극도로 약해진 상황에서 선택한 궁여지책일 수 있다. 공공부문 채용 확대로 소득 중심 성장의 선순환 구조에 마중물을 대겠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년실업이 사상 최악이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구조적으로 심화한 이 문제에 일단 숨길이라도 틀려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공공부문이 일자리 문제의 궁극적 해법은 될 수 없다. 아무리 비상대책이라 해도 공공부문이 너무 비대해지면 도리어 혹을 하나 더 붙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공공 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과 고용 등이 필요하지만 방만 경영 문제도 당연히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나 '방만 경영'에 대한 경계심을 갖는 건 온당한 태도다. 그런 의미에서 창업기업의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의 언급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새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되는 중소기업청 업무 보고에서 나온 발언이다. 일자리 해법을 창업과 중기 육성에서 찾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합리한 갑을 관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 만큼 건강하고 공정한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새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미봉책에 그쳐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