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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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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그리고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7.06.01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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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형기, '낙화' 중)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시의 한 대목이다. 시인이자 언론인이었던 작자(作者)는 봄에 ‘분분한 낙화’를 보면서 이렇게 읊었다.

 

달아나는 봄과 찾아오는 여름, 곧 다가올 가을을 준비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시구(詩句)가 떠오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들이 훌훌 떠나는 모습을 만났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인사(人事)'가 연일 화제다. 집권과 동시에 ‘편가르기’에 나섰던 과거 사례를 보면 지금의 인사는 ‘탕평’을 넘어 '감동' 수준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대통령이 직접 인사(안)을 발표하고 인사배경도 설명한다. 이쯤 되면 단순한 인사 발표가 아니라 ‘파격’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어지는 인사에서 이른바 '측근'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통령이 약속했던 ‘대탕평’의 실천은 인사(人事)에서 시작해 인사(人事)로 끝난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대탕평 인사’가 필수조건이다.

 

문재인정부와 함께 할 ‘인사(人士)’의 면면을 보자. 이들 인사들을 살펴보면 향후 집권 5년간의 ‘큰 그림’이 그려진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된 김동연 아주대총장. 그는 청계천 판자집 소년가장을 거쳐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제2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누구보다 서민의 어려움을 잘 아는 검증된 경제관료라는 평가다. 이렇게 '예산통'을 부총리로 내정하다보니 문재인 정부가 ‘성장’보다는 예산 배정 등 ‘분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된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보. 1997년 김대중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통역을 맡으면서 외교계에 데뷔한 강 후보자는 이후 외교통상부 장관 보좌관에 특채됐고 유엔에서 일한 2005년부터 코피 아난·반기문·현 구테흐스 총장까지 3명의 총장과 함께한 유엔 기구 최고위직에 오른 대한민국 여성이다. 강 후보자가 반 전 총장의 핵심 인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능력위주 발탁이라는 평가가 대세다.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의 기용도 눈에 띤다.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교수. 장 교수는 ‘소액주주운동’과 ‘장하성 펀드’로 유명한 인물이다. 소액주주운동은 소액주주들을 모아 일정 지분을 확보해 상법과 증권거래법에 보장되어 있는 소수주주권을 행사함으로써,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자 하는 기업 감시 활동이다.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된 김상조 한성대교수 역시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 단장 등으로 활동했다. 장 교수와 함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비판하면서 '삼성 저승사자'라는 별칭도 갖게 됐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이해를 도왔고 이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기여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의 발탁도 ‘회자’된다. 1979년 여군 소위로 임관해 특전사 중대장을 지냈고, 이후 육군 항공대 헬기 조종사가 됐다. 그러나 2002년 유방암으로 가슴을 절제한 것이 문제가 돼 군은 2006년 2급 장애 판정을 받은 피우진 중령에게 전역 명령을 내렸다. 암 병력이 있거나 유방을 절제했을 경우 전역하도록 규정한 군 인사법 시행규칙 때문이었다. 피우진 중령은 군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전역 취소소송을 제기해 2008년 복직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그는 1987년 당시 전국대학생협의회(전대협) 의장으로 당시 임수경을 평양축전에 보내 국가적인 논란을 불렀다. 당시 불순분자(?)였던 전대협의장이 지금 청와대 비서실장이 된 사실은 어느모로보나 ‘상전벽해’다.

 

그래서 인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역대 어떤 정부보다도 높다고 한다. 국민의 정부에 대한 지지는 국민이 느끼는 대통령에 대한 감성이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닌 정말 '우리의 대표'로 스스로를 낮추는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문재인 정부의 정책 평가가 실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이유가 어찌 됐건 문재인 정부의 지난 2주는 정말 신선하고, 바로 이것이 대통령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출범 초기 문재인 정부 조각(組閣) 작업이 한창이다. 첫 단추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준안부터 발목을 잡혀 진땀을 뺐다. 이후 줄줄이 예고된 인사청문회도 결코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에는 그 중요성에 비례해 엄중한 경고의 뉘앙스를 내포한다. 어느 정부도 인사에 실패하고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 출범 21일만에 국무총리 인준절차를 마무리 지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제1야당인 한국당과의 협치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불신임안을 비롯해 모든 대처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회에서 현미경 검증으로 맞설 것임을 벼르고 있다. 당장 오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이어 7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각종 의혹 제기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은 반드시 확보되고 검증돼야 하니 말이다. 그래야 국민이 설득할 수 있고 투명한 정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지난 3주간의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아마도 조금은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과연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될까?'라는 우려와 걱정이 들기도 한다.
 
문 대통령이 가장 존경한다고 한 세종대왕은 인재 기용과 국정 운영에서 배워야 할 점이 참 많은 군주였다. 왕과 신하가 함께 공부하면서 회의하는 경연(經筵)을 세종은 말과 일을 엮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즉 말을 맡은 언관(言官)과 일을 주관하는 정승, 말과 일을 함께 담당하는 승지를 모두 참여시켜 치열하게 토론하고 연구했다. 세종은 영의정에 대해 일과 함께 말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세종 당시에 ‘인재를 구해서 쓰는 법’에 대한 책문(策文)으로 장원급제한 강희맹(姜希孟)의 생각이 세종과 같다고 보면 된다. 1)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없으니 적합한 자리에 기용해 인재로 키워야 하며 2)전능한 사람도 없으니 적당한 일을 맡겨 능력을 기르게 하고 3)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취하는 게 인재를 구하는 기본 원칙이라는 것이다.

 

탐욕스럽지만 일은 잘하는 경우, 청렴하지만 무능한 경우 모두를 아우르는 인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원칙에 따라 인사를 하면 재임기간에 큰 실수가 없을 것이고, 나라와 국민의 활력이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을 대통령이 되게 만든 건 노 전 대통령과의 운명이지만 지금부터는 자신만의 운명이 전개된다.말과 일을 잘 엮고 조화시키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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