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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안전, 낡고 실패한 과거의 틀에 담으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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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안전, 낡고 실패한 과거의 틀에 담으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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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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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완철
<명지대 사회교육원 경찰행정학과 대외협력 외래교수>

우리나라 속담에 새 술은 헌 부대에 담지 말라고. 한다. 술을 담그면 발효가 되어 부대가 부풀어 오르는데 딱딱하게 된 낡은 부대는 술의 발효를 방해할 뿐 아니라 자칫 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속담이나 지혜는 동서양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성경에서도 이와 똑같이 이야기한다. 오래되어 굳어져 버린 믿음은 마치 낡은 부대와 같아서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은혜와 감사를 느낄 수도 없고 담아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새 술과 헌부대의 관계는 국가 정책에서도 나타난다. 새 시대, 새 정권이 들어서면 국민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 프레임이 필요한 것이다. 과거의 틀을 고집하다 보면 국민의 목소리를 놓치고 오히려 국민이 바랐던 나라에 못 미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정책 중의 하나인 해양 정책에서도 새롭고 신선한 술과 같은 국민의 염원이 있다. 바로 해양 안전에 대한 국민 요구이다. 세월호 사고이후 바다가 불안하기에 때문에 안전하게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요구는 새 정부에게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다. 최근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도 국민 10명중 7명은 바다를 여전히 불안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국민의 요구를 담을 새 부대가 필요한데 어떻게 만들 것인가? 우선, 새 부대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양 안전 분야의 헌 부대를 분별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해양이라는 공간적 개념 안에 서로 이질적인 산업진흥 부처와 안전규제 부처를 한 곳에 몰아서 묶어버리는 행정학적 오류라고 말하고 싶다. 태생부터 산업부처인 해수부와 해양에서의 안전과 질서만을 생각하는 해양경찰을 같은 해양이라고 하여 한 부처에 소속시키는 것이야 말로 새 정부가 가려내야할 첫 번째 낡은 부대인 것이다. 실무에서는 해수부와 해경의 바람직한 견제와 균형의 모습이 구현되기 어렵다. 장관이 있는 해수부와 차관급 해경이 동등한 위치라고 말할 수 없으며 장관에게 부여되는 인사 및 법령 제정 권한 등에서 해경이 열세에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를 견제해야 하는 해경을 해수부 소속에 둔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둘째는 치안안전 분야에 있어 경찰청의 수사력으로 해양치안까지 지킬 수 있다는 착각이다. 해경의 수사권이 경찰청으로 넘어간 이후 해양범죄 검거 건수가 연간 5만 건에서 3만 건으로 줄고 그만큼의 치안공백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물론 경찰청의 수사력은 세계 최고급이다. 하지만, 바다에서의 수사는 상황이 다르다. 바다는 증인을 찾기가 어렵고 범죄증거가 없어지거나 쉽게 변질될 수 있는 환경이므로 오랜 바다 경험을 통한 노하우와 바다의 생태를 이해해야만 바다에서 일어나는 범죄에 대응이 가능하다. 또한, 범죄현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선박도 필요한데 경찰청은 이를 갖추었다 하기에 어렵고 해양경찰은 314척을 보유하고 있어 충분하다 할 것이다. 모든 조건에서 만능인 조직이 있으면 좋겠지만 각 분야별로 전문가는 구분되어 있다. 해양수사는 해양경찰에 맡기는 것이 국민의 입장에서 옳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해양 지식과 해양 재난을 지휘해본 경험자로 해경청장을 지명해야 해양안전을 위한 조직의 기반이 제대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의 해경청장은 경찰청에서 도맡고 있다. 충돌과 좌초, 화재로 인한 선박사고는 인명구조, 기름유출 등의 복합적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해양재난 지휘관은 복합적인 경우의 수를 모두 예측할 수 있는 실전 경험을 지녀야 한다. 새 정부의 표현대로 잃어버린 지난 10년간의 해경청장들은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바다 경험과 노하우를 지녔다고 하기에 부족해 보인다. 경찰청의 인사적체 해소방안으로 해경청장을 사용한다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 안전을 수호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에도 어긋나는 인사행정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몇 명의 청장은 육상 사업과 관련한 뇌물수수 비리로 해경 조직의 명예와 사기까지 저하시켰다. 잘못된 해경청장 인사 또한 과거의 낡은 부대라 하겠으며 해양 인재를 조직의 지휘관으로 삼는 것이 새 정부가 말하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모습의 구현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국정지지 조사에서는 새 대통령의 준비된 모습과 국민을 섬기는 모습에 국민의 지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촛불의 민심을 바르게 읽어서 과거의 낡은 모습을 과감히 지워가려는 새 정부의 모습에 국민들은 신뢰와 지지로 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새 정부의 의지와 신념을 기반으로 낡고 닳아져버린 과거의 틀을 과감히 개혁하여 국민에게 안전한 바다를 약속하고 국민만을 섬기는 정부의 모습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다시 한 번 이야기하고 싶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 

신 완 철 <명지대 사회교육원 경찰행정학과 대외협력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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