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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재계, 대화의 자리 자주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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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재계, 대화의 자리 자주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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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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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3일 "새로운 사전규제 법률을 만들어 기업의 경영판단에 부담을 주거나 행정력을 동원해 기업을 제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대 그룹과 간담회 인사말에서 "기업 스스로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주시고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줄 것을 부탁드리기 위해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위원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 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경제가 성장하고 경제 환경도 급변하면서 대기업집단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크게 달라졌지만 각 그룹의 경영전략과 의사결정 구조는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없지 않았다"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어 "소수의 상위 그룹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다수 국민의 삶은 오히려 팍팍해진 것은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모든 것이 기업의 잘못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도 되돌아보아야 할 대목이 분명 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인들에게 정부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이에 대해 "경청하겠고, 협의할 것이며,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 저격수'로 불렸다. 그런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발탁되자 재계는 긴장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재벌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 공약 실행의 최적임자로 선택된 카드로 바로 김 위원장이었다. 재벌그룹이 긴장했던 것은 이해하고 남는다. 그러나 취임 후 김 위원장의 태도는 예상과 달랐다. 첫날부터 "4대 그룹을 찍어서 몰아치듯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문 대통령이 역설한 경제민주주의의 개념과 배경 등을 설명한 '진솔하고 유익한' 자리였고 재계 참석자들도 이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오늘처럼 여러 그룹과 만나는 자리뿐 아니라 개별 그룹과 만나는 자리도 수시로 마련하겠다"면서 "그러나 정례화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간담회 결과를 바로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는 밝혀 대통령이 큰 관심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대기업의 전근대적 지배구조, 내부 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관행의 해결 방안을 놓고 비교적 진솔한 대화가 이뤄진 듯하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는 대화 내용보다 그 분위기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 같다. 참석자들이 김 위원장한테 일방적인 요구사항만 들은 게 아니라 강압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비교적 솔직히 대화했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새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에 대해서는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부 부처를 짓눌러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관치 경제'의 부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동통신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통신료 인하 방안이 대표적이다. 반면 '경제 검찰' 공정위의 사령탑을 맡은 김 위원장은 오히려 원만하고 합리적인 접근으로 재계의 경계심을 푸는 데 성공한 듯하다. 정부가 기업을 손안에 쥐고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시대 흐름에 전혀 맞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4대 그룹이면 세계를 무대로 뛰는 글로벌기업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등에서 기업의 협조를 당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책 및 인허가 권한을 무기로 강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서는 기업의 진정한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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